[118호] '달리, 할 일도 없지 않은가? - 겨울, 비수기 & Daily Ritual / 김천응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12-22 조회수 216
첨부파일


달리, 할 일도 없지 않은가?’ -겨울, 비수기 & Daily Ritual


/ 김천응(사단법인 파랑 이사)

 


늦가을이 찾아오면 추수와 수확을 하고 그 열매를 곳간에 들여놓는 일은 자연의 들판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화예술교육의 들판 또한 그러하다. 다만 자연의 들판보다는 남국의 햇살이 조금 덜 남아있는 상강霜降立冬입동을 지나면서부터 이루어진다는 게 다르다.

 

2023년 올 한해 문화예술교육 추수와 수확의 자리에 함께하게 되었다. (아니, 초대받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 자리는 입동立冬을 나흘 앞둔 토요일에 광주문화예술교육축제 아트날라리 일상 속 행운! Happy Things’소설小雪이 일주일쯤 지난 수요일에 진행된 지역문화예술교육기반구축 지원사업 운영단체 성과공유워크숍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공교롭게도 두 자리에서 참여단체 네트워킹 시간을 진행하게 되었다.


 

네트워킹 시간을 의미!있게 진행해달라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요청협박’(^^)을 받고 고민이 시작되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한 해를 바쁘게 보낸 참여단체들과 이들의 사업을 지원하고 돕느라 애쓴 문화재단 직원들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기획하면 좋을까?

가지를 뻗치며 확산되어 가던 이런저런 생각과 고민들은 거꾸로 가지를 쳐내었더니 몇 가지 생각으로 수렴되었다.

 

- 올 한해를 해석해보자 (모오든 사건사실이 아니며 해석이다.)

- 각자의 생각을 꺼내고 모아서 함께 들여다보자

- 범상치(?) 않을 내년을 미리,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해보자.

 

이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의견을 묻고 생각을 모아서 추수와 수확의 들판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그 들판에서 석양빛처럼 잔잔하게 번져갔던 이야기들을 이 지면에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올해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보람있는 일이  

  더 많았다(96.7%) / 힘든 일이 더 많았다(3.3%)

* 광주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계속하고 싶다(93.3%) / 고민해봐야겠다(6.7%)

* 올 한해 우리에겐 이런 도움이 절실했다.(복수응답)

  인력의 부족(37.1%) / 재정의 부족(34.3%) / 역량의 아쉬움(28.6%) / 문화예술교육 이해도(8.6%)

* 문화예술교육현장에서 광주문화재단과 전문가들의 조언과 지원이

  큰 도움이 되었다(48.5%) / 조금 도움이 되었다(42.4%)

* 타 단체에게 가장 궁금한 것 한가지는?

  참여자 모집 꿀팁 /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의 소통 / 역량 강화 방법과 노력 / 어떤 순간에 가장 뿌듯한가?

* 문화예술교육현장을 돌보고 가꾸어 간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는 ( ) 꼭 해보고 싶다.

   타 단체와 콜라보를 / 누군가의 물꼬를 터주는 일을 / 지역문화예술교육의 발전에 기여를 /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 이후, 내가 컨설팅을 / 포기하지 않고 내년에도 도전을 등

* 내년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설레이고 기대된다(86.7%) / 걱정된다(13.3%)


* 광주의 문화예술교육은

  조금만 더 변화, 발전하면 금상첨화다(66.7%) / 이정도면 훌륭하다(11.1%) /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22.2%)

* 어떤 변화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교육대상자의 자율적 예술발현 교육 다양성에 대한 관심과 연구 /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철학 / 정책적 지원방향의 고려 / 초심으로 돌아가기

* 2024년 문화예술교육 현장이

  벌써, 많이 기대된다. (100%)

* 기대되는 부분은?

  실험 / 성장 / 다양성과 열정 / 새롭게 시도될 사업들

* 2024년 문화예술교육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생존 / 실험 / 창의성 / 돌봄 / 꿈의 실현 / 상생 / ESG기반 교육내용의 변화



올 한해도 고생했다고 서로 다독이면서, 재미있는 이야기에 함박웃음을 터트리면서, 공감되는 말들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뭉클한 이야기에 눈시울을 적셔가면서, 정곡을 찌르는 말에 함께 아파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겨울이다. 성실하고 착한 농부는 겨울에도 씨앗을 머리맡에 두고 잔다. 시쳇말로 비수기보릿고개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번 겨울만큼은 다르게 생각해보자. 아니, 몸을 바꿔보자. ‘깊이 머물고’, ‘침묵하고’, ‘오랫동안 자주 홀로 걷고’, ‘내 안의 내안內眼외안外眼말고 틔우며’, ‘다른 세상을 그려보며 준비하자.

이 일을 위해 241월을 기다렸다가 식상한새해 다짐과 계획을 하지 말고, 문화예술적으로 폼나게 지금 여기’, 2312월부터 나를 성장시키고, 문화예술의 창조성을 끌어내기 위한 일상의 리추얼(Daily Ritual)’을 만들어 몸으로 살아내 보자. 그 리추얼이 시몬 드 보부아르처럼 단순한 삶이든,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처럼 완벽한 고립이든, 루트비히 판 베토벤처럼 ‘60개의 커피 빈과 유별난 목욕이든, 에릭 사티의 규칙적 산책이든, 볼테르가 사랑한 수도원의 독방이든 상관없다. 모오든 문화와 예술은 일상의 리추얼이 잉태한 자식들이다. 그 리추얼이 설령 장 폴 사르트르와 루이 암스트롱의 약물중독일지라도. 단식과 공복이 우리 몸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듯이 비수기보릿고개의 겨울이 우리의 창조적인 사유와 공부와 기획을 탄생시킬 것이 분명하니, 읽고, 쓰고, 그리고, 듣고, 걷자. , 잊을뻔했다. 김장김치 한 포기와 굴 한 봉지 싸 들고 이웃들과 스승을 찾아 배움의 길도 나서보자. - 달리 할 일도 없지 않은가?

불과 얼마 전 함께 둘러앉았던 들판, 추수와 수확의 자리에서도 나왔던 이야기이지만 내년을 생각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스치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 언제는 넘치고 풍족하여 부족함 없던 시절이 있었던가? 언제는 누가 시켜서 했으며, 하지 말라고 한다고 주눅 들어서 하고 싶은 걸 못했던가? 그러니, 혹여 우리가 우려했던 대로 문화예술교육의 들판에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 다가온다면, 그 누구였더라? 콧수염을 멋지게 기르고 잘난체하던 니체였던가? 그의 말을 우리도 읊조려보자

나를 쓰러트리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든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 혹시나, 힘든 시간이 길어진다면 더 멋진 말도 있다. “이것이 삶이더냐?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다시 겨울이 온다. 아니, 이전과는 다른 겨울, 창조적 불화不和의 눈발이 날릴 겨울이 오고 있다.



 

 김천응  

 사단법인 파랑이사 읽고, 쓰고, 먹고, 마시고, 노는 인문공부로 자신의 영혼을 기르고, 교육과 문화예술기획을 통해 사린四隣을 도우려 애쓰며 살고 있다.

 

 


존재의 울림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