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문화예술교육의 보릿고개 넘을 수 있을까? - 채성태(문화공간 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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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04-06 조회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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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교육의 보릿고개 넘을 수 있을까?

   

 

채성태/문화공간 싹

원고 요청을 받고,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봄기운을 명도와 채도를 맞추어 밝고 화사한 이야기보따리로 풀어 볼 심사였다. 그러나 초봄 꽃샘추위의 쌀쌀함이 문화예술교육 판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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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회상하게 하다 

 

한때, 초봄 꽃샘추위의 쌀쌀함은 내게 궁핍한 시기를 잘 인내하고 넘겼으니 다시 일어나 새롭게 시작하라는 알람의 신호와 같았다. 남들은 1월을 한해의 시작이라 말하지만, 나는 3월 꽃샘추위가 불어야 해가고 새로운 해가 왔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것은 문화예술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체득된 내 삶의 패턴이었다. 그러다가 지역 현실에 다양한 삶과 만나고 교류하며 내 삶의 패턴도 조금씩 변화했음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그 시절 3월의 막막하고 우울함에서 벗어나 남들처럼 3월이면 맘 놓고 꽃구경을 떠날 용기도 생겼다. 그런데...

내가 사는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지원공모사업 결과발표 후, 3월의 어느 날이다.

문화예술교육을 한다는 어느 단체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연락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와 내가 대화는 처음이라 나는 그의 에너지에 눌려 그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었다. 그에 요지는 본인 단체의 사업이 이번 공모에 선정되었다는 묘한 자랑과 함께 그 사업의 교육 대상 모집에 어려움이 있어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가 계획한 교육 방향에 내가 그를 도울 방도는 없었다. 그리고 잠시, 그가 나를 생각해서 편하게 툭툭 던지는 말에 난 과거 암울한 경험의 기억을 끌어올렸고,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 선생님 혹시...이번 공모에 떨어졌어요. 선정단체 명단을 찾아봐도 단체명이 없던데?!”

: 저희는 공모에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 그러면 문화예술교육을 올해 안 하는 겁니까?”

그럼 무엇으로 먹고삽니까? 문화예술 하는 사람들이 돈 벌기가 쉬운 것도 아니고, 공모에 선정되었다고 해도 강사비만으로는 살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공모사업을 몇 개는 따야하고, 기회가 되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해야 할 실정인데 그것도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사도 따고 하잖아요.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이면 다들 그러겠지만, 저희는 작년 사업이 11월에 끝나서 12월부터 3월까지 여태껏 돈 나올 구멍이 없어 손만 빨았는데, 올해 사업으로 4월부터나.”

 

끝나지 않은 현실의 보릿고개

그가 나를 걱정하여 속사포처럼 쏘아 낸 이야기나, 그 후로 만난 문화예술 단체나 예술인들의 이야기 중심에는 생계유지를 위한 막막한 각자의 삶에 대한 걱정이 담겨 있었다. 문화예술인에게 지원사업이 부족한 12월부터 3월까지만 힘들겠는가! 일 년, 열두 달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니 끝나지 않는 또 다른 현실의 보릿고개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사람답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거창한 삶을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다른 사람처럼 주변의 경조사에 찾아가 함께 웃어주고 울어주며 사람 도리를 할 수 있는 삶, 의료보험이나 여러 공과금을 낼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삶을 바랐다. 그러한 바람은 바람일 뿐, 지원공모에 선정되어 사업을 운영한다 하더라도 사업관리운영 매뉴얼은 현실상 만만치가 않다. 또 교육대상의 삶을 고려해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이기에 교육시간 외의 시간이 더 필요해 여러 사업을 운영하기에는 내게는 어려웠다.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감성적이고 여린 심성을 가져 그런지 교육대상과 가까워지면 강사비로 버는 것보다 나가는 것이 더 많다고 흐뭇함을 담아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종종 한다. 나 또한 그러한 삶이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을 지속하려면 그 외의 일들도 병행해야 사회구조 속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보릿고개를 벗어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살리고 질을 높이고자 단체나 강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많으나,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그 또한 그들 삶에서 어려움이 될 수 있다. 여건상 하나의 사업에만 집중할 수 없는 형편으로 공모사업은 단기적 삶의 유지를 위한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지원은 과시적 성과는 될 수 있으나 사업취지의 목적 저하로 이어지기에 내실과 장기적 관점에서는 문제가 된다.

 

현재 문화예술교육 공모사업은 대상 수요를 위한 사업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인은 사업 수행을 위한 단기인력에 불과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 공모사업의 사업적 취지를 문제라 말하는 것은 아니나, 수요의 입장에 편중되어 공급을 위한 지원사업이 부족함을 말하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공급의 성장과 삶의 안정성은 수요가 다양성을 접할 기회가 될 수 ​​​​.

그래서 문화예술인을 위해 지역사회는 그들이 사업에 집중하며 지역과 대상에 밀착하여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현재의 단기적 지원에서 벗어나 장기적 지원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 지원은 기존 지원사업들에서도 충분히 변화할 수 있다 판단된다. 그리고 단체가 자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유형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수요가 목적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 단체로서 성장하여 자생할 수 있는 단체를 위한 지원방향을 말한다.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우리에게 

 

누군가 그랬다. 공모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고 하니 문화예술교육을 올해는 안 하냐고? 그 물음에 답과 설명이 내가 보릿고개를 벗어난 방법이며,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하는 이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답하려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올해도 한다. 현재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하고 있다. 올해는 그 이상의 사업이 쏟아질 수도 있다. 교육에 필요한 자금 확보는 참여하는 대상 본인의 몫이다. 그것은 대상 본인을 위한 사업임을 시작부터 명시하여 인식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에 누군가는 두루뭉술 추상적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내 생활의 궁핍함은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렇게 큰 변화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삶을 만나다 보니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을 시작 한지도 벌써 20년을 훌쩍 넘겼다. 처음 시작은 지역사회에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이 보였기에 찾아가 지역을 알아가고 교육을 기획하며 추진하는 방식이었다.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 없을 때부터 시작하다 보니 자금 없이도 추진할 수 있는 방향에 고민하고 방법들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운영상에 자금이 들어가지 않는 방법으로 대상의 일상이 교육 주제가 되고 재료가 되었다. 일상을 중시했던 이유는 대상 자신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인식하며 그에 따라 삶의 변화도 나올 수 있다는 교육적 가능성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사업들이 요즘 들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돌고 있는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이 이 땅에 자리 잡고 지원사업들이 나올 때 나도 지원사업에 의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적 여건과 달리 한정돼 취지의 목적을 둔 사업들로 현장의 실정과 괴리되어 있어 사업 운영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지원사업 취지에 맞는 지역이나 대상의 경우에만 사업에 지원하게 되었고, 점차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 많아지며 지원사업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또 지원사업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사업으로 도움이 필요한 단체나 타당한 사업들이 받아야 한다고 여겼기에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지원사업의 의존도를 낮추며 내가 자신감을 느끼도록 한 것은 교육대상에 의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나 자신도 새롭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가치에 대해 예전에는 입버릇처럼 말은 했으나, 세월이 가며 대상의 성장 과정과 대상의 자발적 참여 욕구에서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정립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역적 시대적 현실에 따르는 문화예술교육의 방향들이 필요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고 나도 교육대상과 동반성장할 기회가 되었다.

   

문화예술교육 운영의 자립도를 높일 수 있었던 핵심은 대상과의 관계를 지속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서로를 알아가며 친밀해졌고 협조하는 관계가 형성되었다. 그러다 보니 대상에 필요한 것, 대상이 잘하고 가능한 것을 교육으로 계획하고 운영하였다. 그 효과로 점차 대상 모임이 많아졌으나 그러한 운영도 운영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상이 관심을 가지는 것에 스스로 기획하여 사업을 운영하는 주도적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방식으로 운영인력의 부족을 해결했고, 대상의 만족도 높다 보니 모임의 형태나 그들 사업 내용도 다양하게 확장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한 대상의 변화는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기회로 자연스럽게 진로와 연계되었고, 나를 이해하고 나를 돕는 파트너의 관계로 성장하고 있었다.

대상의 주도 기획 유형이 다양화되면서 단체의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기에 지역사회와의 협업은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기반 교육이라 생각했기에 지역사회와 연계는 당연하다 여기며, 당당히 방문하여 그 취지를 설명하고 사회분야들과 관계망을 형성했다. 그래서 분야마다 사회에서 풀어야 할 사회적 문제나 지역민에게 분야에 대한 인식도를 높이고 가까워질 수 있는 교육들을 개발 적용하며 협업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게 됐다. 사회기반시설이나 병원, 회사 등을 연계하여 교육의 활동범위를 확장해 대상 사고의 폭이 넓어졌으며, 나 또한 내 삶에서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었다.

사회의 각 분야는 사람의 삶을 위해 존재하기에 문화예술교육과 협업한다면 각 분야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문화예술인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것은 지원사업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역사회로의 시각을 확장하길 바란다. 문화예술인의 창의적 사고는 세상을 긍정적 변화로 이끌 수 있고 문화예술인의 삶도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대상과의 지속된 관계에서 희망이 보인다.

 

교육대상이 자신들의 사업을 운영하며 5년 전부터 변화가 생겼다. 모임별 교육대상의 숫자가 많아지자 해가 바뀌면 서류심사를 거쳐 3월 면접을 통해 신입회원을 뽑아 운영한다. 경쟁도 치열하다. 자신들의 사비를 모아 운영한다. 고등학생들의 경우는 학업 때문에 부모님과 학교의 눈을 피해서 참여하는 친구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부모님과 학교도 그들의 활동을 인정해 주웠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세상에 표현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며칠 전 아이들에 의해 감동한 일이 있었다. 교사가 꿈인 고등학교 2학년, 3학년으로 구성된 친구들이 새로운 팀을 만들었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교육 현실의 변화를 위해 논문을 쓰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들의 경험상 우리의 교육 현실이 대학진학만을 바라보며 세상을 모르고 공부만 하는 동생들이 안쓰러워 그들의 학창시절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 계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계획으로는 연령별 다양한 인터뷰나 자료조사 등, 많은 세부계획까지도 세웠으나 시간이 없는 고등학생의 여건상 추진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과 열정의 과정에서 분명 그들은 더 나은 세상을 여는 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교육 대상들은 나와의 만남을 소중히 여겨준다.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들을 내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주고 있어 나 또한 그들에게 감사하다. 그 만남이 아이에서 어르신까지, 지역과 지역이 서로 다르지만, 이제는 일상이 바쁜 나를 배려하며 날 기다려주고 있어 느긋하게 여행을 가듯 찾아 간다. 그래서 이제는 3월이면 어디든 꽃구경도 갈 수가 있다.

문화예술교육 지원공모사업에 선정된 지역 운영단체의 사업들로 3월부터는 문화예술교육의 꽃이 지역에 울긋불긋 피어날 것 같다. 추운 겨울 시련을 이겨내고 단체가 지역에 마음을 담아 희망으로 심은 꽃이기에 지역사회에서 함께 가꾸고 볼 수 있는 꽃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그 꽃의 향기가 단기적으로 발산하고 시들어버린다면, 현실의 보릿고개가 지속할 것이다. 이번 기회로 단체가 단단해지고 자생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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