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여행 <모두를 위한 북큐레이션>_김순정(책문화공간 봄 문화예술기획팀장)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8-08-07 조회수 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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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과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여행 <모두를 위한 북큐레이션>

                                                

                           김순정(책문화예술공간 봄  문화예술기획팀장)



도서관에는 ‘책’이 있다.

그리고,  ‘사람’ 이 있다.


책들이 빼곡히 꽂혀있는 책장, 똑같은 방식으로 분류되어 있는 책들...

저마다의 이유로 사람들은 도서관을 찾지만, 도서관은 어떤 목적에 의해 찾는 곳이지, 정작 그곳을 즐기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도서관을 좀 더 재밌게 만들 수 없을까?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이 전시회나 미술관에서 즐기는 예술적 감수성을 이곳에서 느끼고 즐길 수 없을까? 이 지루하고 따분한 것이 아니라 호기심어린 눈으로 두근거리며 선택하는 그런 대상이 될 순 없을까?

 

이러한 고민들과 무모한(?)도전의식이 ‘2018 문화예술지역특성화 프로그램 <책과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여행-모두를 위한 북큐레이션>’ 이라는 대장정의 길로 우리를 이끌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소한 직업인 북큐레이터, 그리고 책을 공간의 특성에 맞게 재구성하고 그 책을 능동적으로 제안하는 북큐레이션은 누구에게나 처음 접하는 낯선 용어들이고 개념들이었다.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미 대중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영역이었지만, 책에 대한 고정관념이 유독 심한 우리나라에선 이제 서울을 중심으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독립출판물이 젊은 독자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으며, 대형서점에 밀려 점점 자취가 사라졌던 작은 동네서점을 중심으로 독립출판서점이 새로운 문화로 자기잡기 시작했다. 이 작은 서점들은 서점을 운영하는 젊은 주인장들의 개성을 담은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자신의 취향과 시대를 공감하는 문화적 감수성을 담은 책으로 공간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고양이에 관한 책만 파는 서점, 음악과 시에 관련된 책만 파는 서점, 여행을 테마로 만든 서점등 한 공간을 하나의 주제로만 운영하는 서점이 있는 반면, 공간을 여러 주제로 세분화하여 각각의 주제로 책을 진열하고 사회적 이슈가 있거나 계절의 변화 등을 담은 책으로 변화를 주며 공간을 채운다. 이렇게 작은 동네서점에서 시작한 바람은 책을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변화시켜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우리는 책이 있는 공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우리지역 작은 책방들을 탐방했는데, 그때 만난 양림동의 ‘메이드 인 아날로그’, 수완동의 ‘동네책방 숨’ 은 주인장들의 개성 있는 색깔이 고스란히 담긴 따뜻하고 예쁜 공간들이었다. 결국 그 공간에 놓여 진 책들은 그 곳을 사랑하는 누군가와 닮아있었고, 그것은 바로 삶의 모습이었다.

 

공간들을 탐방하고 돌아온 우리들은 북큐레이션의 첫 번째 과제로 나의 취향, 나의 삶의 색깔을 찾아보았다. 내가 책을 선택하는 기준,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책들의 공통점들을 들여다보니 조금씩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음 속에 늘 엄마 아빠를 품고 살기도 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생활 속에서 언제나 나만의 공간을 꿈꾸기도 하며, 늘 떠나고 싶은 그 어딘가를 그리워하며 산다는 것을.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 이 북큐레이터 과정은 이미 반은 완성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려면 먼저 자신이 감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아무리 정교한 작품이라도 결코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장 프랑수아 밀레-

 내가 좋아하는 책을 통해 우리는 ‘나’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고 설레이는 순간, 다른 사람의 마음도 움직인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책과의 첫 만남인 ‘책표지 디자인’이 만들어지는 과정, 나의 책장에 색을 입히는 예술과의 만남, 나만의 키워드를 발견하고 새롭게 나만의 책장을 편집하는 시간들은, 늘 그 자리에 꽂혀있던 한권의 책을 먼지 탈탈 털어 다시 우리가 사랑하는 공간으로 초대하게 했다. 색과 공간, 식물과 정원, 종이와 연필, 한국화에서 피카소까지 다양한 키워드로 책을 큐레이션 해 나가며 결국 북큐레이션은 새롭고 낯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책들의 새로운 편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주 각각의 테마로 북큐레이션을 하면서 도서관은 서서히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는 흥미로운 곳으로 변신하고 있었고, 더불어 각자의 책장도 다양한 색으로 칠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만든 싱그러운 리스를 책장에 매달아 보기도 하고, 그 책 옆에 다시 어떤 책을 놓을까 고민해보며, 손으로 쓴 작은 글귀를 책옆에 살며시 놔두었다. 그렇게 책을 통해 우리는 삶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고 있었다.

▲ 2018 지역특성화사업 '책문화공간 봄' 참여자들의 모습

책과 라이프 스타일을 찾는 여행은 계속 진행 중이다. 영화와 뮤지컬, 건축과 환경, 고흐와 문학, 그리고 서평쓰기... 뜨거운 여름이 지나면 다시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그 두근거리는 여행은 시작될 것이고, 우리는 그렇게 책과 함께 우리가 찾던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게 될 것이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책도 우리의 삶속에서 계속 살아 숨 쉬고 진화할 것이다.

 

어떤 이에게 책을 파는 것은 12온스의 종이와 잉크, 풀을 파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삶을 파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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