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속빛을켜주는기획자.jpg [size : 3.4 MB] [다운로드 : 50]
마음 속 빛을 켜주는 기획자, 예술창작그룹 ‘품’의 윤선목 대표를 만나다
인터뷰이: 윤선목(예술창작그룹 ‘품’ 대표)
취재: 김영주 모담지기
6월의 첫날, 조금 낯선 공간처럼 느껴지는 예술창작그룹 ‘품’의 공간을 방문했다. 사무실이라는 딱딱한 단어를 쓰기보다는 아지트라고 해도 될 만큼 따뜻한 ‘품’의 성격이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책장에는 동료들의 프로필 사진이 한 장씩 액자에 담겨있었고, 가지런히 꽂힌 책들 위로 인센스 향과 차분한 노래가 나오고 있었다. 제일 먼저 향을 피우고 노래를 트는 일이 윤선목 대표의 루틴이라고 했다. 그리고 텐트가 인상 깊었다. ‘품’의 동료들은 여기서 쉬었다가곤 한다.
어쩌면 ‘품’이라는 이름과 이 텐트처럼 윤선목 대표님의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은 누군가의 삶에 휴식을 전하고 있다. 그런 마음으로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인 ‘지영씨의 인생부록-옥탑방 온(溫)앤온(On)’ 의 이름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Q. 어떻게 기획자를 하게 됐죠?
일단 TV에 나오는 그런 기획자는 아닌 것 같고, 주강사를 끊임없이 하다가 ‘이럴 바에야 내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 생각이 들었죠. 이런 생각을 가진 친구들끼리 모여서 모임이 형성됐어요. 자연스럽게 회의할 공간이 만들어지게 되고 그래서 이 사무실도 생겨나게 됐죠. 저희 팀의 모두가 기획자인데 누군가 대표할 사람이 있어야 하니 제가 대표가 되었어요.
이렇게 기획된 ‘옥탑방 온(溫)앤온(On)’ 이라는 프로그램은 30~40대 출산과 육아로 인생전환기에 있는 여성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Q. 프로그램 개설이유는 무엇인가요?
누군가는 잘 사는 집의 딸이었고 누군가는 아니었을지언정 결혼을 해서 살아보니 다 똑같이 사회와 단절이 되기도 하고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저도 가정을 이루고 사는 사람인만큼 우울감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제가 느꼈던 기분을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도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저는 보조를 받고 빨리 치유가 돼서 지금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이 됐거든요.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그저 묵묵히 견디는 사람들을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와주자고 해서 시작했어요. 모든 해결책을 줄 수는 없지만 작은 돌파구라도 제공해주자는 마음이었죠.

Q. ‘옥탑방 온(溫)앤온(On)’의 숨겨진 뜻이 있나요?
(사진을 보여주며)이 공간이 옥탑방이에요. 실제로 있는 옥탑방인데 프로그램을 여기서 하기도 했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언제든 와서 쉴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었어요.
마음 ‘온(溫)’과 켜지는 ‘온(On)’이에요. 옥탑방과 마음에 따뜻함이 켜진다는 뜻인데, 우리집 말고 또 다른 곳에 내 공간을 만든다는 뜻이기도 해요. 그래도 다른 데서 나만의 공간을 찾지 말고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에는 그 마음이 켜지는 공간이 우리 집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죠.
Q. 프로그램이 끝나고 변화한 참가자가 있었나요?
프로그램 하면서 무용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는 활동을 여러 가지 했었는데, 참가자 중에 한 분이 프로그램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서 화방에 들려서 미술물품을 한가득 사가지고 가셨대요. 원래 미술전공자여서 다시 붓 드는걸 싫어했는데 막상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보니까 스트레스가 풀리고 좋았던 거죠. 그래서 다시 붓을 잡는 계기가 되고, 지금은 집에서 가끔 그림 그리면서 스트레스 해소의 실마리도 찾고 취미도 갖게 됐죠.
Q. 작년에 비대면으로도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유가 있나요?
전부 비대면 진행은 아니었어요. 비대면으로 한다고 하면 프로그램 심사위원분들은 만나서 해야 재밌고 뜻깊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참여자들 입장은 또 다르더라고요. 대부분 30~40대 주부들인데 오전에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1시에 아이들 오기 전에 다시 집에 돌아가 있어야 해요. 버스타고 모임장소까지 와야 하는데 그럼 왔다갔다 시간이 다 가버리고, 택시타거나 자가용 타고 와서 주차요금 내면 되지 않냐 하는데 그건 또 자기가 버는 돈이 아니라 남편이 주는 돈이라고 생각해서 불편해 하더라고요. 내가 생각했을 때 비대면 이어야 하는 이유를 거기서 처음 찾은 거죠.
어차피 집에 돌아가야 하고 이들은 결국 집에서 생활해야 해요. 그래서 집안이 가장 행복하고, 좋고,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야 하죠. 초보 기획자다 보니 이런 부분을 글로 표현해서 심사위원 분들을 설득시키는 게 좀 어려웠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비대면을 진행했나요?
일단 세 시간씩 대면은 2번 만났고 비대면으로 5번 했어요. 비대면 때 저는 키트를 직접 준비하고 배달도 했어요. 이유는 이게 물감도 있고, 유칼립투스(식물)도 있고 하다 보니 제가 전달 할 수밖에 없었어요.
먼저 키트를 주고 나중에 이야기하는 식이었어요. ‘틈날 때마다 이거를 해. 그 시간 안에 완성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제시한 시간에 이걸 갖고 함께 만나, 그리고 그걸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하는 거야. 넌 이걸 할 때 기분이 어땠어?’ 이런 식으로 집안에서 키트를 활용해서 참가자들이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게 하는 게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는 거죠.

집에서 나를 가장 돌봐주는 사람은 ‘엄마’였다. 30대의 엄마, 40대의 엄마, 50대의 엄마……. 집안에서 엄마의 공간을 떠올려본다고 하면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 부엌, 빨래방, 거실이 과연 엄마의 공간일까? 윤선목 대표는 키트와 챌린지 활동들을 통해 각 엄마들이 요가매트 위에서라도 그들의 공간이 생겨나길 바랐다고 했다. 현실은 요가매트 한 장을 펼치더라도 그 위에 아이들의 장난감과 빨래더미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Q.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이죠?
집안에서 코슈즈와 풀치마를 입고 집안일이나 아이들 때문에 힘들 때 음악에 맞춰서 막 돌고 확 쓰러지는 영상을 찍은 적이 있어요. 아니면 아이들 방 문에 칭찬이 가득한 엽서를 써두고 아이들 반응을 본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사춘기 아이들이어도 엄마 이거뭐야~하면서 즐거운 반응을 해주는 영상도 있었고. 그 기분이 계속 가지는 않지만 사소한 변화들을 자꾸 시도할 수 있게 했었어요.

Q. 올해 진행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올해는 비대면과 대면 수업을 6대4 혹은 5대5로 하려고 생각중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이번이나 내년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데, 책임감이 엄청 무겁더라고요. 어려워요. 끝났다고 끝이 아니라 참여자 마음을 두드려서 열고 공감하면서 그들이 새롭게 발돋움 하도록 도와야하기에 겉만 핥듯이 하려면 차라리 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많이 공부한 사람이 할 일이구나 싶어요.
Q. 수많은 옥탑방 온앤온의 지영씨들에게 하고 싶은 말
오히려 여러분이 정답을 알고 있어요. 처음에 본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해보자고 했었는데, 정답을 본인들이 알고 있더라고요. “괜찮아. 잘하고 있어.” 라는 말이요.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이기도 했고 남편한테 제일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요.
너만 지금 그러는 게 아니야. 그리고 괜찮아질 거야, 좋아질 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이 쓴 자기선언문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엄마들을 볼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 음악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미술을 체험하면서 미술심리 자격증 취득이라는 꿈을 갖게 된 엄마와 더 이상 남편의 취미인 캠핑이 아니라 친구와 문화센터를 등록하겠다는 엄마들을 말이다.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고 행동하기 시작한 엄마들을 보며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우리 삶에 해결책은 못되어도 돌파구의 시작점이 될 수 있겠다는 빛을 보았다.
올해도 엄마들의 마음에 불을 켜줄 프로그램을 고심하고 있을 윤선목 대표를 응원하며 6월의 뉴스레터를 마무리 짓는다.
△사진제공_윤선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