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감옥 같고 삶이 형벌 같은 시대에 안전지대가 될 곳을 찾아서
-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장흥 문화예술교육 현장답사 -
글_박홍은 문화예술교육팀
찬 기운이 물러가고 만물이 꿈틀대며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
광주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도 새로 문화예술교육에 입문하고자 하는 단체들의 시작을 응원하고 그들의 도약을 돕기 위해 ‘2023 문화예술교육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 아 ‧ 장 ‧ 아 ‧ 장 >’ 사업 공모에 들어갔다. 약 한 달을 공들여 참여단체들의 최종 선정을 마치고, 지난 4월 20일부터 < 아 ‧ 장 ‧ 아 ‧ 장 > 사업도 가뿐히 첫 발걸음을 떼었다.
이 사업은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신규 운영단체를 발굴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단체에 성장 기회를 제공하고자 추진되는 사업이다. ‘아장아장’이라는 사업명도 마치 첫걸음마를 떼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연상시키는데, 이처럼 신규 단체의 성장(첫걸음마)을 돕는다는 의미와 함께, 감탄사 ‘Ah!’와 장소의 ‘場’자를 결합해 깨달음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장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아장아장 OT 및 1차 워크숍 현장>
< 아 ‧ 장 ‧ 아 ‧ 장 >에 선정된 총 10개의 단체는 연극·뮤지컬, 영상·미디어, 미술, 음악,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예술을 알리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이다. 이들 중에서는 나름 예술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단체들, 혹은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예술을 매개로 뭔가를 해내 보겠다는 열정이 톡톡히 보이는 신규 단체들처럼 그 성질도 각양각색이었다. 이런 그들의 공통점은, 바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분야에 새로이 도전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지금껏 배우고 느꼈던 예술을 바탕으로 신규 문화예술교육 단체로서 성장하기 위해 이 사업에 들어왔고, 우리 담당자들은 이들이 앞으로 광주의 문화예술교육을 잘 이끌 수 있도록 좀 더 양질의 강의와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역량 강화 워크숍 단계 중 절반 가까이 달려온 이 시점에서, 5차시 워크숍은 ‘타지역 문화예술교육 현장답사’로 진행하게 되었다. 익숙한 광주가 아닌 다른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우리는 그 사례를 눈으로 직접 살펴보기 위해 광주를 떠나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인큐베이팅 선정 단체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 수 있을지, 타지역 문화예술교육 현장답사의 현장 스케치를 통해 < 아 ‧ 장 ‧ 아 ‧ 장 >의 분위기를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
<장흥 탐진강 일대>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5월 11일 목요일, 장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김영현(현 옛 장흥교도소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단 단장) 선생님의 초대로 참여단체들은 함께 장흥으로 출발했다. 약 한 시간 반 남짓을 달려 도착한 장흥의 첫인상은 여유롭고, 푸르고, 잔잔했다는 것이다. 버스 창 너머로 보이는 초록의 빛깔과 맑은 탐진강이 흐르는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이곳에서 무언가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 첫 번째 장소, ‘장흥 동학농민혁명기념관’ -
<동학농민혁명관 옥상뜰에서>
<기념관에서 단체사진>
언젠가, 지역에서 지역 콘텐츠로 먹고살고자 한다면 우선 해당 지역의 역사부터 살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분명히 지역의 특수한 역사는 그곳의 지역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지역의 특징적인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장흥의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들렸고, 장흥의 역사 중 한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
장흥은 동학농민혁명의 4대 전적지 중 하나로, 동학농민혁명의 최후 전투인 ‘석대들 전투’가 펼쳐진 곳이다. 그리고 이곳 장흥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그 기억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영상과 학예사님의 설명, 체험실, 그리고 그림과 같은 예술을 매개체로 동학농민혁명이 무엇인지, 장흥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듣는 < 아 ‧ 장 ‧ 아 ‧ 장 > 참여단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 두 번째 장소, ‘장흥문화예술회관’ -
장흥문화예술회관에 들어서자 ‘옛 장흥교도소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단’ 담당자 선생님들께서 반갑게 맞아주셨고, 모두 함께 인사를 나누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김영현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김영현선생님의 강의현장>
강의는 왜 장흥이 ‘어머니의 품’이라는 슬로건을 내밀고 있는지에서부터 장흥이라는 지역을 이해하기 위한 내용, 장흥의 옛 교도소를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의 의미와 장흥교도소를 대상으로 문화 재생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 그리고 사업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 공간계획 구상안을 공유하는 것 등으로 구성되었다. 김영현 선생님을 비롯한 ‘옛 장흥교도소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단’분들께서는 교도소가 갖는 근원적 역할과 의미를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기 위해 ‘세이프(SAFE)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장흥교도소를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셨다.
“ 세상이 감옥 같고 삶이 형벌 같은 시대, 이곳은 오히려 안전지대가 될 겁니다.
이제 편안하게 들러주세요. 사색과 치유의 갱생 문화공간.
프리즌 장흥~ ”
김영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이 ‘세이프’ 삼행시가 이번 문화 재생 프로젝트의 의도를 잘 설명해주고 있는 듯 보였다.
현재 폐교도소인 장흥교도소는 국내 유일의 교도소 실물 촬영지로써 연 30~40편의 영화·드라마와 같은 영상 콘텐츠를 촬영하며 이미 그 입지가 잘 잡혀있고, 대관 수익금도 상당하게 받는 편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김영현 선생님께서는 공간 정비를 통해 폐시설이 아닌 전문 촬영시설로 그 쓰임새를 확대하고, 감빵 영화제·호텔 프리즌 등 교도소만이 할 수 있는 사색과 치유의 프로그램을 특화해 ‘갱생 문화’의 테마 여행지로서도 입지를 넓힐 계획이셨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관광객 유입을 장려하기 위해 ‘호텔 프리즌 영치금 제도(여행 지원 영치금)’와 같은 재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도소 여행자를 응원하기 위한 방법도 구상 중이셨다는 것이다. 또한 교도소 하면 생각나는 두부, 콩과 같은 재료를 메인으로 호텔식을 내거나, 식당의 컨셉을 이런 식으로 잡아 ‘장흥 두부로 만든 장흥교도소 특별 정식’처럼 사람들에게 내어줄 생각을 갖고 계셨다. 이처럼 옛 장흥교도소를 문화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을 듣는 내내 얼마나 신이 나던지, 곳곳에서는 감탄과 웃음이 터져 나오고 강의를 듣는 사람이나 강의를 해주시는 김영현 선생님의 표정이 모두 살아있어 보였다.
이번 강의는 단순히 교도소를 개방하는 것이 아닌, 각 공간이 갖는 의미를 전환해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다양한 고민을 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던 강의였다. 특히, 차후 이곳을 이용할 대상을 위한 깊은 고민과 보유하고 있는 자원인 ‘교도소’의 이미지를 가져가면서도 보편적으로 떠올려지는 교도소의 고정 관념적 딱딱한 이미지를 깨기 위한 세밀한 제안들이 ‘Ah!’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감탄스러웠다. 앞으로 < 아 ‧ 장 ‧ 아 ‧ 장 >의 참여단체들이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며 수많은 기획서를 쓰고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할 텐데, 그 고민의 순간들에 이번 워크숍 강의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시간이었다.
- 마지막 장소, ‘옛 장흥교도소’ -
이후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다 함께 옛 장흥교도소로 이동했다. 장흥문화예술회관과 멀지 않은 곳에 장흥교도소가 있었는데, 예전에는 실제로 운영되던 교도소였기 때문에 지도상 위치가 표시되어있지 않아 말로 설명해가며 이동하는 것부터 기대감을 샘솟게 했다. 현장에 도착하고 입구에 들어서자,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교정이 펼쳐졌다.

<장흥교도소 입구>
김영현 선생님과 함께 장흥교도소 내부를 돌아다니며 설명을 듣는데, 왜인지 모를 섬찟함과 엄숙함에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면서도, 이 공간이 변화될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지금은 사람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고 다 허물어진 공간이지만, 김영현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신 대로 되살아나 문화공간으로 바뀔 장흥교도소의 광경이 오버랩 되면서, 그곳에 다시 서 있는 < 아 ‧ 장 ‧ 아 ‧ 장 > 참여단체들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했다.

옛 장흥교도소 현장답사를 하는 동안, 오랜 걸음으로 아주 고단할 텐데도 꼼꼼히 공간을 더 살펴보고 질문을 던지는 < 아 ‧ 장 ‧ 아 ‧ 장 > 참여단체 분들을 보며 다른 지역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직접 답사하는 것의 필요성과 더 나아가 문화예술교육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의 중요성이 절실히 느껴졌다. 역시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광주에서 이곳 장흥까지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이후 우리는 한마음으로 옛 장흥교도소가 문화 재생 사업으로 다시 태어나 사람들에게 새롭게 다가올 모습을 응원하며, 교정을 나와 다시 광주로 향했다.

<장흥교도소 단체사진>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배우며 ‘아·장·아·장’ 걷기 시작했던 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참여단체들은 매 차시 워크숍을 진행할 때마다 ‘Ah!’라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예비 문화예술교육단체로서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그러다 요즘의 어느 순간에는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는 듯하다가 이제는 힘차게 달려 나갈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매주 진행되는 워크숍을 함께하며 서로를 더 알게 된 선정 단체들은 비슷한 지점의 고민을 나누고 문제점을 공유하며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더욱 자세히 배워나가는 중이다. 문화예술교육을 매개로 모인 10개의 단체가 매 회차 다른 주제의 워크숍과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태가 날 때, 그리고 강사님께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마다 ‘아, 이것이 바로 문화예술교육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가장 추구하는 목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곤 한다.
이번 5차시 역량 강화 워크숍인 ‘장흥 문화예술교육 현장답사’를 통해 인큐베이팅 참여단체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우리 지역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우고, 다양한 아이디어의 씨앗이 머릿속에 쏙쏙 심어졌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6차시의 워크숍을 통해 단체에 양분이 될 정보들을 더 많이 받아서, 광주의 문화예술교육을 증진시킬 문화예술교육단체로 무럭무럭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