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호] 비엔날레에서 문화예술교육 탐색하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06-25 조회수 141

 

비엔날레에서 문화예술교육 탐색하기

-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 현장-

 

글_백지영 문화예술교육팀 

 

 

‘2023 문화예술교육사 현장 역량 강화사업은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문화시설을 선정하고 문화시설이 문화예술교육사를 채용하여 각 시설의 특징을 반영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올해 다섯 기관을 선정하였고, 지난 4월부터 청년 문화예술교육사를 배치했다.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 기간을 마치고 한창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깊은 고민의 늪에 빠져있을 여수경(각화문화의집)조수현(광산문화원)조주희(드영미술관)박은비(미로센터)이현아(서창한옥문화관) 문화예술교육사와 함께 동시대 예술의 흐름에서 꽃 피는 문화예술교육을 탐색해보고자 지난 524, 광주비엔날레 현장 탐방에 나섰다.

 

 

 

< 광주비엔날레 입구 >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 선보이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이라는 주제를 통해 1 전시관부터 5 전시관을 들어서며, 은은한 광륜, 조상의 목소리, 일시적 주권, 행성의 시간들로 나누어 이야기를 구성한다. 예술이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간의 대화와 소통을 증폭시켜주고 갈등을 해소한다. 이러한 예술의 속성을 잘 드러내는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사들은 어떤 것을 느낄 수 있을까?

 

 

들어서며

좁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면서 시작되는 제 1전시실은 바닥 전체가 흙과 잔디로 덮여있다

거대한 자연 속 생태계의 일부를 목격한 문화예술교육사들은 부푼 기대와 설렘을 가지고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실 한가운데에는 넘실대는 물이 있다. 물과 3면의 영상을 활용한 불레베즈웨 시와니(Buhlebezwe Siwani)<영혼 강림>은 자연이 우리가 우러러보는 대상이자 인간이 마주하는 여러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며 회복의 기운을 전하는 자연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었다. 앞으로 펼쳐질 4개의 전시실에서는 어떤 목소리와 참신한 예술적 대안을 전달해 줄 것인가.

 


 

<불레베즈웨 시와니(Buhlebezwe Siwani)작가의  '영혼 강림'>

 

 

은은한 광륜 

2 전시실에서는 거대한 하얀 조형물을 만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비엔날레에서 유일하게 만져 볼 수 있는 작품인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청각, 촉각, 후각으로 느낀 코끼리를 표현한 조형물을 재해석하고 실제 코끼리 크기로 대형화한 작품이다. 작품을 만져볼 수 있다는 생소함에 문화예술교육사들은 조심스럽게 코끼리에 손을 대본다. 보드라운 양모 코끼리의 촉감을 느끼며 이내 코끼리에게 당연히 있어야 할 가 없는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코끼리의 코는 왜 사라졌을까.

 

그 이유는 가 사라진 코끼리를 통해 기존의 전형성에 가려지거나 배제된 존재들을 드러내며 결핍을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한다. 문화 사각지대에 놓인 존재들의 문화 예술 격차를 예술로 연결 짓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청년 문화예술교육사들이 품어야 할 가치이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조상의 목소리

같은 물소리여도 시냇물은 졸졸졸’, 바다는 쏴아’, ‘철썩소리가 난다. 3 전시실에서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르는 물들의 다양한 소리처럼 다양한 전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작품들이 모여 있다. 아울러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어 사전 신청을 통해 타렉 아투이 <The Elemental Set> 작품 연계 <소리와 진동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었다.

 

<소리와 진동 워크숍>은 한국의 전통 타악기에 영감을 받은 작가가 전라남도의 도자기, 종이, 악기를 만드는 장인들과 오랜 시간 함께 작품을 만들며 기획한 소리 체험 워크숍이다.

진행 방법은 이렇다. 전시 관람 후 참여자들을 두 개의 조로 나눈 후 한 편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악기를 연주하면, 반대편의 참여자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다양한 소리와 진동에 귀 기울이며 소리가 어떻게 느껴지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문화예술교육사들은 빨대를 이용해 물에 바람 불어넣기, 쇠구슬 떨어뜨리기 같은 두 가지의 방법을 이용해 악기를 연주해 보았다. 빨대를 이용해 물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반대편에서는 화장실 변기 내리는 소리가 나고, 쇠구슬을 물에 떨어트리면 아빠의 코 고는 소리 또는 괴물이 울부짖는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워크숍에서 가장 큰 특징은 악기를 켜지 않아도, 연주하지 않아도 누구나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인데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과 부합한다. 문화예술교육은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예술 활동을 통해 교감하고 참여자들의 의견과 감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다양한 감각을 깨우는 색다른 예술 실험을 통해 다섯 명의 문화예술교육사들이 콘텐츠를 활용한 프로그램 운영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었길 바란다.

 

 

 <소리와 진동 워크숍에 참여하는 문화예술교육사 >

 

 

일시적 주권

4전시실로 이동하니 저 멀리 일제강점기 시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 사진이 보인다. 적의 재산, 즉 일본식 적산 가옥이다. 오석근 작가는 광범위한 식민 역사의 흔적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시작으로 광주 도심 곳곳에 숨죽여 존재해 온 적산가옥에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문제의식을 꼬집는다.

 

작품에 보이는 주택들은 이승만 정권에 의해 한국인들에 불하되었고 70년의 시간 동안 다양한 형태로 변형, 증축되어왔다. 적산가옥의 시대적 변용은 한국인이 집을 이념, 역사, 국가를 넘어 실용성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작가는 광주에서 특징적으로 포착되는 이러한 실용에 주목하며 변화하는 역사와 삶의 형태를 조망한다. 개인적 문제의식으로 시작된 오석근 작가의 <(敵産)_광주(光州)>은 지역사회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이슈로 확장되어 예술로서 그 문제의식을 꼬집는다.

 

문화예술교육은 개인의 감정, 문제의식, 개별적 고민과 성찰에서부터 출발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앞으로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할 문화예술교육사들에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역사회 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이슈를 예술로 어떻게 꼬집을 수 있을까?

 

 

 <오석근 작가의  '(敵産)_광주(光州)'>


 

행성의 시간들

마지막 5 전시실에서는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천들이 부드러운 물결 모양을 만든 유마 타루 작가의 <천과 같은 혀>가 우리 모두의 눈길을 끌었다. 천을 만들고 염색하는 전통기술이 사라져 가는 사실을 알게 된 작가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트얄족의 전통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기록하는데 힘쓰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생각은 듣는 사람에게 상처나 망가짐 없이 전달되어야 하고, 말은 천처럼 부드러워야 한다는 선조들의 가르침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작품 주위를 맴돌며 우리도 전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며 생각한다. 교육사들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역시 대상들에게 상처나 망가짐 없이 전달되고, 그 방식은 천처럼 부드러워야 하지 않을지.

 

 

 <유마 타루 작가의 '천과 같은 혀'>

 

 

물은 혼자서 흐를 수 없다. 여러 물방울이 얽히고설켜야 비로소 물이 되어 흐르듯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혼자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로, 공동체의 관점으로 예술과 연결해 생각해본다면 다섯 명의 문화예술교육사들은 현장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킬 연결 고리가 될 것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여리지만, 강한 힘을 가진 예술의 흐름들을 보여준다. 문화예술교육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현장 탐방을 통해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만나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요구되는 자세를 배우고, 바다처럼 넓은 문화예술교육의 장에 물처럼 흐르고 스며들기를 바란다.

 

 

 <문화예술교육사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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