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편지]☁십 년 후, 연숙의 마음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4-05-28



2014년 11월 20일, 우리는 충장로에 있는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이별하였다. 그렇게 십 년이 흘렀고, 어느 날 문득 그녀를 떠올렸다. 왠지 지금 꼭 만나야 할 것 같았다. ‘십 년’은 꽤 괜찮은 핑계가 아닌가. 전화번호부 검색창에 그녀의 이름을 눌렀다.


'ㅇㅕㄴㅅㅜㄱ'


잘 지냈냐고, 가끔 생각했다고 자꾸 높아지는 목소리를 낮추며 안부를 묻다가 본론을 꺼냈다. “만나고 싶어요.” 그녀는 돌아오는 5월 12일에 자신의 집에서 보자며 주소를 보내왔다. ‘거절한대도 아무 소리 안 하려 했건만’하고 생각하며 산수동 주택가에 다다랐다.


대문 앞에 선 연숙은 성품만큼 단단하고 고른 이를 활짝 드러내며 십 년 전처럼 웃고 있었다. 노란 참외 다섯 알이 놓여있는 바깥 마루에 우리를 앉혔고, 2014년부터 2024년까지, 그러니까 그녀가 예순둘에서 일흔둘이 될 때까지 어찌 살았는지를 가만가만 들려주었다.


우리는 '한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 울 엄마 편 《경자 씨와 재봉틀》'에 참여했던 김연숙 씨를 그렇게 십 년 만에 만났다. 아프거나 나쁜 일 없이 그대로이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강산의 격변처럼 놀랍게 달라져 있길 기대했다. 해피엔딩 강박증일까.


결과는? 60초 후에 공개될 것이다.

요 아래 〈십 년 후, 연숙의 마음〉을 읽어보시길.


그리고.


문화예술교육을 나누어 먹는 ‘쌍쌍바 인터뷰’를 시작한다. 외롭고 괴로운 활동가들이 만나 아름답게 떠드는 시간이다. 나누어 먹을 때 더 맛있는 쌍쌍바처럼, 만나서 말을 나누다 보면 막막한 고단함은 짱짱한 보람으로 둔갑할지도 모른다. 타로카드를 가운데 두고 만난 말숙, 은영, 철의 인연을 축복한다.


그리고 ‘지혜로운 봄’ 민병은 대표의 첫 편지 〈다 이유가 있다〉를 소개한다.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지자로 걸으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보통의 기획자들에게 띄운다. 그녀는 지원사업, 행정기관, 그리고 단체와 기획자에게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고 했다. 8월까지 세 통의 편지가 더 올 것이다.


대문을 나서는 우리를 배웅하며 연숙은 “김치에 밥이라도 먹여서 보내야쓴디…….”라며 연신 아쉬워했다. 십 년 전 중국집에서 헤어질 땐 다시 못 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산수동 골목길에서 부둥켜안던 순간, 우리는 언제고 만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연숙의 구만리 앞길을 끝까지 응원하리니.



뜬구름 편지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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