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아이들이 만들고 꾸며보는 창작뮤지컬>_김다령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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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6-11-09 조회수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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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꾸미는 창작 뮤지컬, 그 현장을 담다

통신원 김다령

  가을비가 다녀간 후, 하늘은 더 맑고 청량한 빛으로 가을의 향취를 풍긴다. 저녁 6시가 되면 어스름한 푸른빛이 어느덧 보랏빛으로 하늘에 점차 물드는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 시간이, 일과를 마치고 노곤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가거나 이제 막 찾아온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일 것이다. 혹은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의 끝자락에 얽매여 피곤에 허덕이고 있을 시간일 지도 모른다. 평일의 6시는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제 막 진짜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일 수도 있다. 그것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취미활동일 경우, 가능하다. 그것이 양림 커뮤니티 센터에서 이뤄지는 창작 뮤지컬 프로그램일 경우, 더 가능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하루 일과가 그렇다. 학교를 끝내고, 혹은 일을 끝내고, 저녁 6시 양림동에 위치한 양림 커뮤니티 센터 3층에서 모이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피곤하거나 지치는 일이 아니다. 또 다른 하루의 시간은 언제나 새롭고 즐겁다. 그리고 그것은 ‘함께’이기에 가능하다.
 
  광주 양림동은 역사문화마을이다. 남구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이 곳은 아직도 대부분 옛 모습의 주택이 즐비하다. 따라서 양림동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옛 건물만 늘어선 이 곳이 왜 역사문화마을이냐고 의구심을 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양림동의 역사적 품위는 전통 가옥 2채에서 우러나온다. 이장우 가옥은 광주시 민속자료 1호이며 최승효 가옥은 1920년대에 지어진 가옥이다. 이 두 가옥은 2009년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가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또 20세기 초 선교사들이 처음으로 들어와 정착한 동네로도 유명하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광주의 예루살렘’, ‘서양촌’으로 불리게 되었다. 또한 네덜란드 양식으로 지어진 수피아 여고 등 개화기 건축이 그대로 남아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양림동은 자연스럽게 광주의 살아 숨 쉬는 역사문화마을로,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림동에 사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동네와 관련된 역사 문화를 접하면서, 커뮤니티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도 참여하게 되었다. 

  커뮤니티 센터에서 진행하는 ‘동네아이들이 만들고 꾸며보는 창작 뮤지컬’은 뮤지컬뿐만 아니라, 발성 연습을 위한 동화 구연, 그림책 읽기, 역사문화 마을 바로 알기 등 다양한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총 15명의 양림동 아이들과 다섯 분의 강사님이 참여하며, 강사님들 중에는 이 프로그램을 위해 2주에 한 번씩 울산에서 내려오시는 분도 있다고 하니, 그 열정이 매우 대단하다. 커뮤니티 센터 내부로 들어가니 은은한 조명 아래, 다양한 책들이 다채롭게 구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깔끔하고 모던한 현대적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이곳이 도서관 겸 아이들이 주로 뮤지컬 연습을 하는 곳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에 환경적으로 잘 구비되어 있는 듯 했다. 6시부터 7시까지는 다 같이 모여 간식을 먹는 시간. 치킨을 맛있게 먹고 나니 힘이 나는지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친구와 장난치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강사님의 구령 한 마디에 연습한 대열로 맞춰 선다. 오늘은 11월 20일에 있을 뮤지컬 연습과 ‘컵타’ 연습까지, 두 개나 해야 하니 부지런히 연습해야 한다. 강사님이 오디오를 켜자 익숙한 전래동요가 흘러나왔다. ‘고추 먹고 맴맴’, ‘숨바꼭질 노래’가 밝고 경쾌하게 도서관 안을 가득 채웠다. 아이들은 연습한 대로 하나둘씩 동작을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박자에 맞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기도 한다. 초등학생 친구들이여서 그런지 동작 하나하나가 밝고 경쾌하다. 우렁차게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뛰는 동작을 하려니 힘들 법도 하건만, 바닥에 넘어지고 동작이 틀려도 금세 웃으며 다시 따라간다. 

  음악에 맞춰 연습한 후, 부족한 부분이 좀 많았던지 강사님이 오디오를 끄셨고 무반주 연습이 시작되었다. 15명이라는 숫자가 적은 듯해도 한 무대에 다 같이 올라가고, 다 같이 동작을 맞추려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진지한 자세로 연습에 임하고 반복되는 동작을 잘 따라와 준 덕에 큰 무리 없이 안무 연습을 마쳤다.

  두 번째 연습은 바로 ‘컵타’이다. ‘컵타’는 북을 치는 난타와 같이 음악, 리듬에 맞춰 반복된 동작으로, 북 대신 컵을 치는 것을 말한다. 테이블을 일렬로 배치하고 그 위에 한 사람당 두 개씩 컵이 놓여진다. 컵타는 초등학교 때 이후 본 적이 없는 지라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당시에 음악에 맞춰 컵을 움직이는 게 무척 어려워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강사님이 오디오를 켜자 익숙한 팝송이 흘러나왔고 아이들은 자동응답처럼 컵을 음악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힘겨워했던 과거의 나와는 달리 빠르고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아이들을 보니 감탄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해지기도 한다. 해본 사람만이 진짜 그 어려움을 아는 법. 비록 십 년도 넘은 초등학생 때 기억이지만 컵이 자꾸만 날아갔을 때의 그 짜증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지라 매우 흥미롭게 아이들의 컵타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과거의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친구를 발견하고는 동지애가 생겨 그 친구의 컵타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다. 빠르게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친구들과는 달리 컵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았는지 자꾸만 컵을 책상 밑으로 떨어뜨린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금 도와준다고 해도 실력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첫 번째 곡은 팝송, 두 번째 곡은 베토벤의 바이러스가 흘러나왔다. 음악이 빠르고 세서 벅찰 법도 한데 이미 손에 익었는지 다들 무리 없이 소화해낸다. 아이들도 뮤지컬보다는 컵타가 더 쉽고 재미있는지 다들 말없이 집중하는 모습이다. 총 두 곡으로 진행하였는데, 세 곡으로 늘려달라는 자신감 넘치는 요구까지 하는 친구도 있었다. 강사님이 힘들어서 안 될 거라고 해도 자기는 리듬을 잘 타서 괜찮다는 자신감을 마구 발산한다. 결국 강사님이 요구에 못 이겨 최신가요를 틀어주자 매우 벅차서 윤도현의 아리랑으로 교체하고 말았지만.
 


  8시가 되자 테이블 위에 컵 대신 김밥이 놓여졌다. 뮤지컬 연습과 컵타 연습을 이어서 했으니 배고플 시간이다. 입 주변 여기저기 밥풀을 묻히면서도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11월 20일 본 공연에는 학부모님들도 같이 참여한다고 한다. 친구들과 가족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엄마, 혹은 아빠와 함께 공연을 한다니,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그 추억을 위해 강사님들은 남들이 모든 일과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신다. 아이들이 웃는 모습에 같이 웃으시고, 엄마처럼 아이들을 챙겨주시는 모습에서 가족 같은 정이 느껴진다. 본 무대 때 학부모님이 스카프도 후원해주신다고 하니 이제 그에 어울리는 유니폼을 물색해야 할 것이다.

  4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동네 아이들이 만들고 꾸며보는 창작 뮤지컬’은 뮤지컬 뿐 아니라 안무, 연기, 구연,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문화적 자양분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그 마지막을 뮤지컬로 장식하며 아이들에게 유종의 미를 선사해주고자 한다. 아이들만이 아닌, 강사님과 부모님들이 그 시간동안 같이 해왔기에 아이들에게 더욱 행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편안한 아이들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다. 아직 어리기에, 어리기 때문에 그만큼의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아이들이다. 이번 취재로 인해 또 한 번 느낀 점이다. 폴짝폴짝 뛰며 열심히 안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번엔 정말 잘해야겠다는 다짐이 솔직하게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우렁차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서 순수함이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것 하고, 하고 싶은 말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그런 아이들이 편안하게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즐거운 시간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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