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뜨르릉] 아이들이 자라며 극단 토박이도 자라고 있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5-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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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라며 극단 토박이도 자라고 있다

극단 토박이의 20년 문화예술교육



송은정 / 극단 토박이



‘극단 토박이’는 올해 5월도 숨 가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동학 기념 공연 〈전봉준, 녹두의 무명전사들〉과 오월 연극 〈오! 금남식당〉을 공연하고, 오월휴먼시리즈〈광천동 청년 용준 씨〉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 중이다. 그리고 청년과 함께 하는 〈연극 도전기–그대는 반짝이는 청춘〉을 준비하고 있다.


‘극단 토박이’는 연극을 창작하고 공연하고 또 문화예술교육을 해왔다. 1989년 8월, 〈연극연출자를 위한 연극강좌〉를 처음 진행했다. 학생을 지도하려는 교사들과 연극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참여했고 연극을 직접 제작해 보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후 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몇 번 더 했다. 그러다가 1993년 1월 〈어린이 연극학교〉를 기획하게 되었다. 연극의 저변 확대, 어린이극 창작준비와 함께 극단의 취약한 재정을 연극과 관련된 활동으로 모색하려는 측면도 있었다. 단원들이 포스터를 직접 만들고 ‘민들레 소극장’(당시 신안동에 있었고 현재 동명동에 위치함) 주변에 있는 아파트에 홍보했다. 제1회 어린이 연극학교에는 유치원생 세 명과 초등학생 세 명이 참여했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개념도 인식도 없던 시절, 그저 어린이들과 아동극을 하면 된다고 인식했으니 결과는……. 그렇지만 그 첫 만남 덕분에 우리는 공부하기 시작했다. 책을 찾아 읽고 자료를 정리했다, 어린이 신체발달 특성, 교육 효과가 생기는 기간 등. 두 번째 어린이 연극학교에서는 준비과정과 프로그램이 달라졌다. 어린이 특성에 맞게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반을 나눴고, 연기, 발음, 발성, 신체훈련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놀이로 바꾸었으며, 기간도 4주로 늘렸다. 연극은 함께 하는 작업이므로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기 위해 공동체 놀이, 노래도 넣었다. 연극학교는 해를 거듭할수록 보완되었고 참여하는 어린이도 계속 늘었다. 어떤 해는 너무 많이 와서 네 반을 운영하기도 했다. 십여 년 동안 〈어린이 연극학교〉는 꾸준히 성장했다.



극단 토박이는 1993년 1월 〈어린이 연극학교〉를 기획하게 되었고, 십여 년동안 꾸준히 성장했다. ⓒ송은정



이천 년대가 되니 사회문화지형이 많이 변해갔다. 문화예술교육 개념이 정리되고 학교에도 연극 수업이 도입되었다. 백화점의 문화센터도 활성화되면서 유아부터 성인들까지 대상별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부모의 교육에 관한 관심과 경제력이 높을수록 아이들은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었다. 유료로 진행되는 토박이의 어린이 연극학교에 오는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토박이가 계속해야 하는 활동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2005년에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단기 프로그램을 하게 되었다. 센터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웃는 모습과 변화에 놀라워했고 우리도 모처럼 신이 났다. 그렇게 계속 지역아동센터에 갔다. 때론 연극만으로, 때론 다른 장르와 함께 골목을 누비고, 무등산과 광주천을 걷고.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토박이도 자라고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중학생이 된 아이들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곤 했다. 부쩍 큰 모습이 반갑고 대견하기도 했지만, 생기가 없으니 마음이 아팠다.


‘선생님, 중학생은 왜 연극 못해요?’


중학생이 되면 대부분 학원에 다녔고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는 줄었다. 그렇게 해서 2012년에 〈삐딱이들의 유쾌, 상쾌, 통쾌한 예술학교〉를 기획했다. 우리는 중학생들을 “삐딱이”라고 불렀다. 세상을, 어른들을 삐딱하게 보고, 삐딱하게 행동하지만 삐딱함 속에 번득이는 그들만의 시선과 재치와 기발함이 존재하고 그 시기의 경험들이 앞으로 살아갈 힘과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믿었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토박이는 삐딱이와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단기가 아니라 길게 연극, 문학, 영상, 음악, 미술 등을 맘껏 경험해보게 했다. 함께 문학기행도 가고, 직접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어 노래극도 만들고 영상작품도 만들고.



감정 기복이 심할 때라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이유 없이 연락이 끊기고 (심지어는 발표회 날에도!) 강사들에게 한없이 의지하기도 해서 감당하기 어려웠다. 매 순간이 마음 졸이며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다려주면 그들은 다시 삐딱이로 돌아오곤 했다. 그때 마침 학교 밖 청소년과 교육연극을 하던 중이었는데, 삐딱이들과 어우러지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청소년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위기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배움터 ‘아우라지’〉다. ‘아우라지’는 두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지는 곳을 말하는데 이들이 다양한 예술을 경험하면서 학교에 다니든 아니든 그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힘들었다. 모집하기도, 그들 사이 보이지 않는 틈을 극복하기 힘들어 따로 또 같이 프로그램을 하기도 했다.



중학생들이 세상을, 어른들을 삐딱하게 보고, 삐딱하게 행동하지만 그 삐딱함 속에 번득이는 그들만의 시선과 재치와 기발함이 존재하고 그 시기의 경험들이 앞으로 살아갈 힘과 에너지가 된다는 것을 믿었다. ⓒ송은정


차츰 공연을 많이 하게 되면서 문화예술교육을 하기에 물리적으로 힘들어졌다.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 생기발랄 연극놀이터〉만은 꾸준히 하고 있고, 단기 프로그램으로 연극과 오월을 결합한 〈연극으로 만나는 오월 체험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토박이는 청년을 만난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을 견디는 청년들에게 혼자가 아니라고, 옆에 사람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다른 지역으로 대학을 간 삐딱이가 연락을 해왔다. “선생님, 저 ㅇㅇ인데요, 청년을 위한 연극, 저도 하려고요.” 삐딱이 예술학교가 어린 자신에게 영향을 주었듯, 취준생이 된 나도 달라지게 할 것 같아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와 만난 시간을 기억해 주어 고맙고 반가웠다.


만남이 항상 가슴 설레진 않는다. 때론 부담스럽기도 해서 회피하고 싶을 때도 있다.

때로는 예술가의 삶과 예술교육자의 삶이 달라서 고민한 적도 있었다. 참여자와 함께 하는 시간도 소중했지만, 그들에게 쏟은 시간과 열정을 예술가인 내게 온전히 쓰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수업을 위해 준비한 시간이 무의미하게 되었을 때, 뜻대로 되지 않아 조바심이 날 때 속상하고 그들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들이 있었기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을.


문화예술교육은 만남과 성장이다. 만나서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 만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이제는 안다. 올해 청년들과 만나면서 우리는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고 설렌다. 연극을 하는 이토록 짧은 시간이 샘물이면 좋겠다. 길고 긴 인생길에서 잠시 목을 축일 수 있는 샘물이었으면 하고 욕심을 내본다.



문화예술교육은 만남과 성장이다. 2025년 예술시민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으로〈연극 도전기–그대는 반짝이는 청춘〉을 진행한다. 청년들과 만나면서 우리는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고 설렌다. ⓒ송은정




송은정 / 극단 토박이 

연극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예술. 

그 만남으로 삶을 배우고 사람을 좀 더 이해하게 됐다.

연극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믿고 아직도 새로운 만남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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