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뜨르릉]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적는 영화 -《절해고도》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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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적는 영화

#첫번째 이야기, 《절해고도》


글 : 이세진 / 영화 프로듀서



그들 각자의 영화관


팬데믹 시기에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사업으로 10분가량의 짧은 숏폼을 쓰고 연출했다. 촬영장에 가던 배우 ‘가현’이 코로나19로 촬영이 취소되어, 동생 집에 들러 대학생 조카 ‘현서’를 만나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 대해 나누는 이야기를 담았다. 줌으로 비대면 수업을 듣고 있던 ‘현서’는 요즘 누가 영화를 극장에서 보느냐며 이모가 출연하는 독립영화가 독립군이 나오는 영화냐고 질문한다. 이에 ‘가현’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피력한다.


‘극장, 영화, 코로나19’를 조합한 내용의 이 짧은 영화의 제목은 2008년에 칸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해 35명의 거장 감독들이 찍어 완성된 옴니버스 영화 제목과 같이 《그들 각자의 영화관》으로 붙였다. 우리가 사랑한 영화를 만든 감독들(제인 캠피온, 다르덴 형제, 코엔 형제, 켄 로치, 난니 모레티 등)의 영화관 이야기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2021년 팬데믹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영화관과 영화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가현’을 통해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일종의 계몽영화라 할 수 있겠다.


코로나19로 극장이 휴관할 때도 영화인들은 영화를 만들었으며, 극장을 찾는 관객 수가 줄어들 때도 영화는 상영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소개하려는 영화 《절해고도》(김미영 감독·각본, 보리와 오디 제작, 2023년, 115분)도 팬데믹 시기인 2020년에 촬영했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일종의 계몽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들 각자의 영화관》(2021) 스틸컷 ⓒ이세진

삶은 지속된다


청년 조각가로 촉망받으며 예술가를 꿈꾸던 ‘윤철’은 현재 인테리어 업자로 돈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결혼해서 딸을 낳았고 자신을 닮아 그림에 소질이 있는 고등학생 딸 ‘지나’를 이혼 후 혼자 키우고 있다. 어느 날, 딸이 출가하겠다고 선언한다. 이혼 후 혼자서 ‘지나’를 키우던 ‘윤철’은 예측하지 못한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들은 각자의 선택과 마주하게 된다.


2023년에 개봉한 영화 《절해고도》 줄거리다.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오랜만에 다시 보니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가 떠올랐다. 감독은 한때 예술가였고, 예술가 지인들에게 영감을 받아 이야기를 썼다고 했다. 주인공이 예술가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아는 현업 작가들이 영화에 출연했고, 영화를 위해 새롭게 창작한 작품들을 캐릭터에 맞춰 사용하기도 했다.


영화는 수많은 분야의 예술가가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열정을 쏟아낸다. 《절해고도》는 연출을 맡은 김미영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했고 2024년 ‘부일영화상’ 각본상을 비롯해 많은 수상 이력을 남기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평단의 호평도 받았다. 하지만 이런 호응은 극장 관객 수와 비례하지 않았고 대중에게 더 알려지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많은 관객이 《절해고도》의 깊이를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극장에서 볼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

《절해고도》(2023) 스틸컷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자. 프로듀서로 영화에 참여하게 되면서 제목인 ‘절해고도’의 뜻을 처음 알게 되었다. ‘절해고도’는 사전적 의미로 육지에서 떨어진 먼바다의 외딴섬이라는 뜻으로 심리적인 고립감을 나타내는 문학적 표현이다. 영화에는 ‘윤철’과 ‘지나’ 외에도 윤철이 사랑에 빠지는 ‘영지’, 지나가 수행하는 곳의 주지 ‘금우 스님’ 등의 여러 인물이 각자가 선택한 삶을 살아가며 서로에게 영향을 끼친다.


영화는 경상남도에서 촬영했는데 창원, 마산, 밀양이 주요 촬영지이다. 영화의 미술감독이 창원에 거주하고 있었고 미술감독의 소개로 경남지역 예술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시민들의 도움과 배려가 기본이었다. 주인공 ‘윤철’의 작업실 공간은 물론이고 작업실의 작품들, 주인공의 집, 소품 등을 각 캐릭터에 맞게 미술감독이 섭외, 배치하기도 하고 직접 제작하기도 함으로써 영화의 미장센(mise-en-scène)을 완성했다.


《절해고도》(2023) 스틸컷


기억에 남는 공간 중에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주인공의 국수 가게는 실제로는 시장 상인의 창고로 쓰이는 공간에 소품을 재배하고 세팅해서 새롭게 완성한 공간이다. 벽에 ‘윤철’이 그렸을 듯한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데 영화를 볼 때마다 미술감독을 떠올리곤 한다. 모든 설정은 미술팀이 주인공 ‘윤철’이 되어 창조해 낸 것일 테니 말이다.


두 번째로 언급하고 싶은 공간은 시나리오에서 ‘암자’로 표기된 곳으로 ‘윤철’의 딸 ‘지나’가 출가해 ‘도맹’이라는 이름으로 수행하는 곳이다. 밀양의 한 수행센터에서 촬영했는데 코로나19 기간임에도 그곳에 가면 청정지역처럼 느껴져 스태프, 배우들에게 위안이 되었다. 영화를 촬영했던 2020년 가을이 지난 뒤엔 가보지 못했는데 가끔 그곳의 고즈넉한 풍광이 떠오르곤 한다. 이듬해에 극장에서 완성된 영화를 보고 많은 도움을 주셨던 스님께 안부 전화를 드린 것이 마지막 기억이다. 이 글을 쓰며, 언젠가 다시 뵙고 싶다는 인사를 마음으로 전한다.


《절해고도》(2023) 스틸컷


언급한 것처럼 영화 《절해고도》는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 외에도 영광스러운 수상 이력을 남겼다. 처음 공개된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2023년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대상과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개봉 후엔 2024년에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 작품상, ‘들꽃영화상’ 대상 등을 받았다. 두루 인정받은 작품을 함께했다는 것은 스태프, 배우들에게 훈장이 되어 필모그래피로 남겨진다.


영화 《절해고도》는 동명의 책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개봉에 맞춰 기획 제작한 특별한 선물이다. 배급과 홍보, 마케팅을 맡은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가 고영재 · 안미옥 · 안희연 · 오은 · 유진목 · 이혜미 시인에게 청탁한 시와 산문에 김미영 감독과 박종환(윤철) · 이연(지나와 도맹) · 강경헌(영지) 배우의 글까지 더해서 「절해고도」(프로파간다, 2023)를 발행했다. 영화를 매개로 같은 제목의 책을 남긴 것이다.


“나는 커서 미술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몹시 힘들 텐데 견딜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미술가가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보고 길을 찾는 일이 아니었다. 오로지 자기 마음의 별만 보고 길을 찾는 일이었다. 길을 잃는 것이 필수적인 일이었다.


만약 미술가가 되지 못한다면 스님이나 신부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길은 애초에 길을 잃을 위험이 없을 것 같았다. 지나가 그때의 내 나이가 되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다가 관두고 갑자기 절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내가 그려보았던 미래였다. 머릿속에만 있었지만 내 인생이었다. 내 인생이 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직 몰랐던 나는 도둑맞은 기분이 들었다.”


‘윤철’이 읊조리는 내레이션의 한 부분이다. 그의 말과 함께 영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설령 미술가를 꿈꾼 적이 없더라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누구나 지나온 과거와 직면한 현재를 곱십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예술가가 되지 않더라도 예술가들의 작업을 통해 감각을 깨우고 나눌 수 있다. 어떤 분야의 예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끊임없는 공감대를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글로 적는 영화가 독자들에게 가닿을지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PTV나 OTT(웨이브, 티빙, 유튜브, 구글플레이)를 통해 영화 《절해고도》를 확인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



https://youtu.be/D3m0ditXt5E

영상출처 : ⓒ 유튜브 "컬처앤스타 Culture N Star"



이세진 | 영화 프로듀서

예술을 동경하고 영화를 사랑한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작품으로는 (2019), (2020), (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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