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호] 절대 쉽지 않은, 그러나 꼭 필요한 민·민네트워크 / 성낙경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09-25 조회수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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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쉽지 않은, 그러나 꼭 필요한 민·민네트워크 


성낙경 (마을예술네트워크 이사장)



지역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관계가 생겨나고 있다. 지역의 커뮤니티 활성화, ·민네트워크는 다른 지역의 좋은 사례를 따라가는 것으로는 만들 수 없다. 일상의 작은 틈을 만들고, 서로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커뮤니티 안에서 스스로의 키워드를 찾고 지역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일. 그 시작과 과정의 무게중심에는 단연 사람에, 사람들의 관계에 방점이 찍혀있다.

 

 

 

서울시 마을예술창작소 _ 신뢰와 다양성의 존중 

2012년 서울시 마을예술창작소(이하 마술소)’사업은 지역의 공간을 거점으로 하는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사업이다. 서울시가 마을성공공성자율성지속성을 강조했던 마을공동체사업과 연관된 사업이기도 하다. 마술소 공간은 주체에 따라 다른 성격의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마술 같은 일상, 마술소라는 이름으로 포럼, 공동 로고와 간판, 공동 홍보물을 만들어가며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서울시 안에 90여 개의 공간은 서로 다른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슬리퍼 신고 골목을 돌아 만나는, 마술 같은 일상을 만들어가는 공간 마술소라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활동했다.

애초에 마술소는 초기 2년 지원사업이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며 5년 지원사업으로 연장했고, 지원 종료 후인 지금까지도 지속 운영되고 있다. 보통 정책사업의 수명이 10년을 넘기기가 힘든 점을 고려하면 마술소는 사실상 지속가능한사업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마술소 사업이 지역 문화, 공동체 문화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간 성공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처음 정책을 지원했던 행정의 노력, 지원받은 민간 팀들의 주체성 그리고 모니터링 연구를 맡았던 전문가 그룹의 애정이 모인, 각자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신뢰하는 과정이 만들어낸 협치 네트워크의 발현으로 압축할 수 있다. 지난 8월 마술소 지원정책의 종료를 앞두고 개최된 좌담회의 행보는 그래서 돋보인다. ‘어떻게 지속가능할 것인가라는 주제의 고민은 새로운 시작과 변화, 변화를 위한 고민의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는 서울시마을예술창작소의 노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을예술창작소 소풍가는 날(2019)>

 

 


<전환의 시대 마을예술창작소와 함께 걷다_100개의 시대를 준비하며(2020)>

 

 

성북구, 공유성북원탁회의 _ 느슨한 연대

같은 시기인 2012년 성북에 거주하는 예술가들 중심으로 그냥 모임을 시작했다. 성북은 종로 혜화동의 옆 동네다. 대학도 7개가 있어서 연극인과 예술가들이 많이 산다. 그래서 동네에 사는 예술가들이 공유성북원탁회의라는 이름으로 진짜 그냥 만남을 가졌다. 누가 무엇을 하면서 사는지 자기소개와 인사를 2시간 하는 모임으로 매월 만났다. 운영위원장은 스스로 추천하는 자천과 사다리 타기 방식의 신탁으로 뽑았고, 운영위원회는 하고 싶은 사람들이 했다.

3년을 만나고 나니 작은 모임과 재미있는 일들이 생겨났다. 구청에서 운영하던 누리마실 축제를 공탁의 사람들이 축제협동조합을 만들어 진행했고, 미아리고개 고가 밑을 공공의 공간으로 만들어 운영을 시작했다. 또한 성북정보도서관 지하를 주민들과 함께 천장산 우화극장으로 만들었으며, 동마다 작은 모임을 운영하는 11개의 예술마을 만들기 모임을 진행했다. 소위 공탁을 설명할 때 신탁이 지향하는 문화 민주주의, 2시간 동안 인사만 하는 누구나 환대와 느슨한 연대, 예술가임대주택을 만든 거버넌스를 얘기한다. 이제 10년이 지나면서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 살아가는 중이다. 공탁은 성북에서 함께 살고 일하고 노는 삶을 꿈꾸며 매일매일 실험 중이다.

 

 

                                                                                                          <성북예술마을 엑스포(2019)>

 

 

 

절대 쉽지 않은, 그러나 꼭 필요한 민·민네트워크

민간의 네트워크, ·민협치는 쉽지 않다. 사소한 일들이 순식간에 사람 간의 관계, 네트워크를 파괴한다.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깨트리는 것이다. 반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가 유지될 때 우리의 관계, 네트워크는 유지된다. ·민네트워크, ·민협치는 모두 서로를 해치지 않는다는, 나아가 서로를 지지하고 힘이 된다는 기본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마술소의 사례를 보면 실제로 그러한 효과를 내고 있다

·민협치의 기본이 서로에 대한 신뢰이다. 서로의 다양성,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다른 의견과 다른 모습을 보이지만 함께 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선두에 서있는 사람이나 마지막을 따라오는 사람을 비난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믿음, 그의 상황이 그러하다는 신뢰로 민간의 네트워크는 유지된다. 또한 내가 힘들어 동력이 떨어질 때 그 자리에 누군가 그 자리를 비워두지 않을 것이라는, 각자의 일을 하다가도 어떤 순간에 밀도 있게 결합할 것이라는 서로를 믿어주는 것이다. 그 신뢰가 커다란 파장과 힘을 발휘하기도 하면서 각자의 개별을 유지시킨다.

필자는 서울시 마술소 활동을 통해, 성북의 공유성북원탁회의의 활동을 보면서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함께 하면서 어떻게 갈등을 해결하고 다시 민간의 연대를 유지할 것인가는 지역의 상황, 주체들의 성격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살피고 서로를 지지하며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신뢰함은 필수 요소다. 해결방식은 달라도 기본 원리가 작동할 때 민·민네트워크, ·민협치는 쉽지 않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민·민협치를 통해 지역의 작은 파장을 커다란 파장으로 변화시킨다. 또한 다 확실할 수는 없지만, 마술소와 성북처럼 스스로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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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경

마을예술네트워크 이사장. 성북에서 작은 모임 모모모와 공탁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현장에서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에 대한 고민으로 지역에서 문화예술 기획과 워크숍을 진행하는 마을기업 키득키득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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