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 마음이 모여 움직임을 만드는 현장 / 고무신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08-28 조회수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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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모여 움직임을 만드는 현장

 

 

고무신(놀이통역가,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뭉게구름과 귀뚜라미 등을 타고 내려오는 가을의 산책길에 잘 익은 도토리 한 알을 발견한다. 매미소리 아직 쩌렁쩌렁 하지만 한여름의 소리와는 다르게 서글프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다. 아침저녁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입추 처서를 보내고 있는 태양의 시간을 가늠하게 한다

가을의 문턱에서 한여름 뜨거웠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떠올린다. 광주문화재단과 광주시교육청의 협업사업 교원실무 연수이다. 처마가 만들어 주는 그늘에 의지해 카쥬를 만들기 위한 사포질을 하는 10분의 순간도 숨이 턱턱 막혔다. 무등산 자락 전통문화관은 정갈하게 정리되어있었고 하늘은 높고 푸르렀으며 뭉게구름의 몽실함은 손에 만져 질 것 같은 신비한 풍경이었다. 이 풍경을 배경으로 20여명 교원들과 함께 학교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모아 나갔다. 덥고 숨차고 뜨거웠다 그리고 시원했다.

 

 


 

 

문화예술교육네트워크 구축을 향한 서로배움 워크숍은 아이엠 쌤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병설 유치원 선생님부터 고등학교 선생님까지 학교 문화예술교육에 깊은 애정을 가진 이들의 진지한 눈빛과 가벼운 발걸음의 총합이었다. 워크숍을 진행하는 강사들은 참여자들의 열정에 더 큰 에너지로 보답해야 했다. 사업을 준비한 재단직원들 또한 참관이 아닌 참여로 그 열기를 더했다.

 

교원 실무연수과정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교원들의 문화예술역량을 강화하여 광주문화예술교육의 질적·양적 성장을 도모한다.

교과과정과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를 융합하여 교육현장에 적용한다.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직접 참여 및 결과물을 도출하여 교원의 교육역량을 강화하여 교과와 문화예술장르의 융합 기획력을 향상한다.

·중등 교원들의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활동 영역 기반을 제공한다.

 

위의 목표를 위해서 광주지역의 예술가와 전국의 기획자들이 힘을 보탰다. 그래서 서로 배움의 현장이 되었다.

 

한승모선생님의 학교교육과 예술을 엮는 예술적 탐색, 김영현선생님의 지역문화예술 자원으로 실험하기, 문화예술치유센터쎄라비의 새로운 오브제로 실험하기, 오색빛협동조합과 전통연희놀이연구소의 전통을 소재로 한 문화예술교육 경험하기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 과정은 함께 만들고 부르고 그리고 고민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 나가는 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교육현장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내려놓는 시간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2학기 개학을 해서 만날 아이들과 활동할 것을 채우는 시간이기도 했다.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는 동안 진지한 고민이 오간다.

 

학교로 찾아오는 예술강사들이 아이들을 좀 더 알았으면 좋겠어요

오늘 참여 하시면서 느낀 문화예술교육을 동료교사들에게 알려 주세요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각과 창의적 활동을 교실에서 더 많이 펼쳐 내 주세요

학생들과 더 깊이 만날 수 있게 선생님들이 곁에서 함께 참여 해 주세요

교육 커리큘럼을 함께 의논하고 예술강사들이 맘껏 기량을 펼 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문화예술교육이 이런 것 이었어요?”


연수에 참여한 선생님들과 강사 그리고 재단의 직원들이 서로의 마음을 내어 놓고 대화를 시작한다. 학교가 잘하는 것, 예술강사가 잘하는 것, 그리고 재단과 교육청의 적절한 지원이 서로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지 서로를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이 논의의 끝에는 학생들이 있었다. 결과로서 학생성장을 고민했지만 그 과정에 있는 교원과 예술강사의 성장과 경험 또한 중요하다고 서로 인식하였다.

 

문화예술교육은 과정 중심의 활동이라 늘 강조해왔다. 활동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모아가는 과정이다. 아이들을 잘 아는 교사와 재미있고 새로운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는 예술강사가 만나는 과정은 그 자체로 혁신이다. 교사의 일상적 움직임에 예술가의 시선이 보태지고, 예술가의 주관적 해설에 교사들의 객관적 실천이 어우러질 때 아이들은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2023년 여름 서로배움 아이엠 쌤문화예술교육 워크숍이 한 단계 더 확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몇 가지 제안을 해 본다. 지역의 더 많은 예술가와 교원들이 만나기 위해서는 재단과 교육청의 구체적이고 적극 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재단차원의 교원연수 뿐만 아니라 교육청 단위의 예술강사를 위한 연수도 필요하다. 연수의 내용과 목적도 다변화 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잘 만나기 위해 필요한 예술교육과 함께 교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예술경험의 연수가 동반 되었으면 좋겠다. 연수에서 교사의 즐거운 경험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도 이어진다. 예술강사들의 다양한 작업 방식을 연수에서 소개하고 이것을 교사들이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여 다시 예술강사들에게 돌려주는 선순환의 생태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가벼운 진지함과 무거운 즐거움이 가득했던 시간을 돌아본다. 피터 브뢰겔의 아이들의 놀이그림을 닮은 작품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섬세함과 진지함, 과감함과 간결함이 만들어 낸 연수 참여 선생님들의 전날 작업이었다. 작업 현장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결과물을 통해서 과정을 상상해 본다. 빠져드는 눈빛과 바삐 움직이는 손길, 그리고 퍼져 나가는 웃음..... 마음이 모여 만들어낸 즐거운 움직임의 현장이었다. 연수에 참여 하셨던 선생님들과 무등산 뭉게구름이 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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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신

[놀이통역가,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시간을 잇는 놀이, 공간을 연결하는 놀이, 어른 놀이, 아이 놀이를 지금 이곳에 펼쳐내는 일을 합니다. 놀다보면 저절로 생겨나는 것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놀이와 예술, 아이와 어른 사이에 서있습니다.

​funmak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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