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마음과 삶의 은유로서의 캠프 <어린이놀이도시 in 광주> - 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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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09-10 조회수 2,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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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마음과 삶의 은유로서의 캠프 <어린이놀이도시 in 광주>

​글-천윤희

 

1.

괴물들이 사는 나라

우락부락캠프 광주가 열리는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 들어섰을 때, 내게 떠오른 건, 한 권의 동화책이었다.

마치 판자촌을 연상시키는 들쑥날쑥, 삐뚤빼뚤 골판지로 거칠게 만든 집을 닮은 집들, 종이를 활용해 공간이 생긴 곳마다 그야말로 널부러져서 책을 읽고, 뛰어놀고, 작업을 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이것은 무질서이자, 대혼란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위생과 질서와 규율이 강조되는 공간과는 분명 다르다. 집과도 다르며, 학교와도 다르며, 내가 아는 도시나 그 어느 공간과도 다르다.

동화책 역사의 분기점으로 일컬어지는 모리스 샌닥의 고전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줄거리는 이렇다. 맥스의 짖궂은 장난들에 엄마가 이 괴물 같은 자식!”이라고 하자 그럼, 내가 엄마를 잡아먹어 버릴 거야!” 라고 맥스는 외친다. 엄마는 맥스를 방에 가두었다. 그날 밤 맥스의 방은 나무와 풀이 가득하고 세상 전체가 되었다. 그리고 맥스는 항해를 떠나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 괴물중의 괴물이라는 칭호와 함께 왕이 되어, 괴물 소동을 벌인다. 그러나 어느 순간 괴물나라 왕 맥스는 쓸쓸해져서 왕을 그만두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맥스가 제 방으로 돌아왔을 때 저녁밥이 맥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1963년 이 그림책이 출간되자 엄마들은 분개했으나, 아이들은 환호했다. 칼데콧상 수상 소감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들은 매일매일 두려움, 걱정과 같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갖고 살아가고 있고 나름대로 그것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어른들은 그런 사실을 너무 무시한다.”

아이들은 지금 을 떠나 괴물들이 사는 나라상상의 공간에 와있다. ‘비엔날레전시관은 종이로 지은 집이 이루는 마을들, 그 마을들이 모인 가상의 도시이다. 어른들의 머리 속에 그려진 당위의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자본의 손길에 의한 세련됨과 정제된 디자인이 들어간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들에 의한 상상의 도시로 허용된 맥스의 이다. 그것은 도리어 판자촌과 난민촌을 연상시키는 괴물들의 도시와 같다.

2.

영웅신화들을 보면, 주인공은 늘 떠난다. 여행의 과정 속에서의 경험과 만남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다. 그것은 성장이다. ‘캠프가 가진 교육방법의 구조적인 장점은 부모와 안락한 으로부터 떠남모험에 기반을 둔 몰입과 집중의 용이함일 것이다. 그러한 강점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어른들은 이 시대 수많은 캠프들을 운영한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 어떤 집 아이는 캠프에서 캠프로 이동하는 캠프 이주민이다. 영어캠프 갔다가 문학캠프로, 다시 환경캠프로 간단다. 경제캠프, 인성캠프, 예술캠프, 치유캠프, 독서캠프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캠프와 교육방법들은 교육에 관한 우리 시대의 두려움과 강박증을 보는 듯하다. 어른들은 과연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어른들의 두려움만큼, 아이들에게도 두려움이 있다는 모리스 샌닥은 두려움을 억압하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 눈 높이에서 상상의 나라를 그림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 캠프에 예술은 어디에 있는가? 비엔날레가 처음으로 개최될 때, 관람객은 같은 질문을 했다. “예술이 어디에 있는가? 이것이 예술인가?” 이번 캠프는 그런 의미에서 비엔날레적 특성을 가졌다. 비엔날레가 예술을 통해 사회를 새롭게 보게 하는 시대의 눈으로 역할 하는 데에는 각각의 뛰어난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매체와 메시지가 비엔날레의 큰 주제 안에 녹아들어 큰 울림을 가진 목소리를 만들어내는데 그 비결이 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예술가 16명의 전문영역은 다양하다. 건축사이자, 연극배우이자, Dj, 목수, 화가, 공예가, 잼버 연주자, 그래피티 화가, 간호사, 그린디자이너, 제빵사 등 의식주, 노동, 놀이를 위한 환경, 즉 각각의 부락을 만들어가는 예술, 즉 삶의 기술의 매개자였다. 그들은 158명의 아이들과 23일 비엔날레전시관 안에서 함께 종이집을 만들고, 먹고, 자고, 놀고 배우고, 살았다. 예술가로서의 개별성과 독창성에 기반한 존재감은 아이들과의 도시 안 삶 속으로 녹아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종이집과 함께 예술가와 함께 논 것에 대해 가장 만족해했다. 최고의 교육, 경험이 일어나고 있는 곳에서 예술가의 존재는 녹아서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예술이 최고의 교육이 되는 순간일테다.


3.

이번 우락부락캠프10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에 의한 예술가들과 함께 새로운 공간에서 예술 곧 놀이 경험을 통해 어린들의 창의성을 도모하는 문화예술 캠프이다. 전국에서 선정된 4개의 사업 중 하나로,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지역의 기획자가 함께 추진한 이번 광주 캠프에게 영감을 준 건 독일의 넥카강 옆의 15,000만평의 대지에 세워진 어린이 놀이도시 유겐드 하우스(jUGEND HAUS) 이다. 청소년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사회단체인 유겐드 하우스가 기획하고 독일 유니스프가 협찬하여 도시의 공적자원들이 다수 결합하여 실제 어린들의 자치 도시를 만들어냈단다. 그 속에서 모두가 각자에 맞는 노동을 함으로서 도시가 유지되는 모든 직업과 삶의 기술들이 반영된 청소년들의 도시로서 실제 운영되었다. 직업 체험의 성격이 강하지만 정말 놀라운 상상을 현실화하는 거대한 교육실험이다.

<어린이놀이도시_광주>는 교육의 주체를 원주인인 어린이에게 다시 돌려주고자 하는 근원적인 시도이다. 어린이에 의한 도시, 캠프장 즉 비엔날레전시관을 방문한 숱한 어른들과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건 아마도 유년기 미처 내저 질러보지 못한 호기 같은 그 자유로움이 바로 눈 앞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500평 공간에 158명의 아이들의 대혼란 속에서도 존재하는 안정감과 질서 역시 감탄이고, 종이집을 진짜 자기 집처럼 살아가는 아이들의 즐거움과 재미가 어른들 마음 속 담겨진 추억을 꺼내게 했다.

어른들의 쏟아지는 호평과 너무나 재미있었다는 아이들의 한결같은 의견에 나는 도리어 의구심을 갖고 몇 몇의 아이들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 캠프의 목적이 무엇이었던 것 같은가? 단지 재미뿐이었는가? 아이들은 이것은 온전히 아이들만을 위한 캠프였고, 배우는 게 즐거웠고, 자유로웠고, 내 생애 최고의 캠프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 떠나는 날은 내가 만든 종이집과 친해진 친구들과 헤어져야 하는 게 아쉬웠지만, 무척 피곤하고 엄마와 가족이 그리웠다고 했다.

23일 동안의 괴물이 사는 나라에서의 괴물놀이는 이제 끝이 났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158명의 아이들의 삶에 찍힌 시간의 점, 그것이 언제 어떻게 꽃피울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단지 지금은 숨을 고르고 가족의 따뜻한 밥을 먹고, 다시 자신의 길을 가야할 시간이다. 그 여정에 잠시 힘들 때면, 괴물 왕으로 놀아보았던 괴물놀이소동캠프를 떠올려보기를!

 

_ 천윤희 / 광주비엔날레 정책기획팀

광주비엔날레가 좋아서 광주로 내려온 이래, 생각보다 오래 일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이 보다 풍요로워 질 수 있는 지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문화매개’, ‘매개자’, ‘예술경영’,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고, 글 쓰고,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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