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온 뭉치 현장 후기-정민룡(북구문화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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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11-09 조회수 2,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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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온 뭉치' 현장 후기

 

주최: 컨소시엄<뭉치> 북구문화의집, 문화행동샵, 광주복지공감, 광주사회복지사협회
후원: 다음세대재단, 카카오


체인지온 뭉치라는 이름으로는 처음으로 진행되는 미디어 컨퍼런스 행사는 마치 작은 다락방에 모여 편안한 이야기와 수다를 떠는 분위기였다.
‘컨퍼런스’라는 형식이 주는 격식이나 ‘비영리 미디어’가 풍기는 틀이 있는 매체의 느낌 보다는 이야기의 자유로움을 이끌어내는데 집중하였다.
이번 컨퍼런스에 온 광주의 ‘독립 플레이어’들은 자신만의 매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주로 매체를 통해 자기만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자신의 고유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소통을 앞서 의식하고 의도하기보다는 자신을 드러내는데 집중하고 소통은 이로부터 얻어지는 자연스러운 행위로 연결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이들을 플레이어라고 지칭한 것은 어디로부터 소속되거나 종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독립정신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며 개별로 활동하는 개성이 강조되는 플레이어들의 느슨한 연대를 뭉치라는 개념으로 정리하였다.

 

“개별 플레이어들의 연대와 협력, 때론 문화적인 사고를 치는 사고뭉치, 미디어로 말하는 말뭉치, 서로의 생각과 표현을 공유하는 생각뭉치가 바로 저희들입니다.”

 

결국 이번 컨퍼런스는 평소에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보다는 결과로서 매체에 집중했던 것에서 매체를 가능하게 한 플레이어들의 생각을 듣고 싶었고 이러한 생각을 모으고 서로 공감대와 지지와 격려와 스스로의 노고를 치하해주는 공감과 격려의 장이 이루어지길 바랐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광주의 플레이어들마다 개성 있는 자기 매체를 갖게 된 연유를 들어보자.

 

첫 번째 플레이어 바닥프로젝트다.
독립음악을 하는 그들의 그룹명이 풍기는 것처럼 이들은 광주에 있어 독립음악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준 선구자(?)이며 광주의 공연문화의 공기를 바꾸어낸 진정한 키플레이어다.
바닥프로젝트, 그들이 대중들과 소통하는 독립의 장인 골방음악회 이 모든 것들은 가장 낮은 현장에서부터 시작되며 이것은 주류와 구별 짓기 위해 만들어낸 그들만의 잔치가 아님을 말한다.
또한 그들은 말한다. 진정한 독립과 자유로움은 지속가능하기 위한 필수요건이 된다는 것. 계속하려면 독립하라는 메시지.
시장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상인들과 어떻게 소통해 왔으며 그들의 음악에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담아내고 공감하고 있는지를 버스킹 여행과 골방음악회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아울러 중간 중간에 즉석공연을 가미하여 청중들에게 속살 깊은 음악 이야기를 멋지게 전해주었다.

 

두 번째 플레이어 멀리 서울에서 내광하신 이인규 독립출판기획자의 순서다.
그의 말뭉치는 유년시절 살았던 아파트 고향에 대한 기억과 아파트와의 이별식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스스로가 ‘아파트 저널리스트’라고 칭한다.
단순한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이들의 고향에 대한 이야기이며 아파트의 일상을 기억하고 기록하며 만들어낸 독립출판물이 동시대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정서적 감동을 불러일으키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둔촌주공아파트 독립출판기’에서 철거될 놀이터와 마지막 이별하며 주민들이 불꽃놀이를 했었던 에피소드는 마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와 비슷한 느낌마저 들었다.
영화중 이별을 준비하면서 한 한석규의 대사가 생각났다.


“내 기억 속에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앞으로 사라질 둔촌주공아파트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과 오버랩 되면서 그의 이야기는 잘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 한편 본 듯한 느낌이었다.


“지나고 나면 어떤 추억이든 웃을 수 있는 게 바로 추억이라는 이름의 기억이다.”

 

 

두 연사의 강의가 끝나고 이제 이그나이트 형식으로 펼쳐지는 5명의 독립플레이어들의 열정 넘치고 기묘하고 기지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핸드메이드로 말하고 소통하기 윤연우 작가는 주로 핸드메이드 작업을 즐겨한다. 회화, 독립출판, 삽화 등 주로 시각적인 작업을 한다.
역설적으로 윤연우씨는 핸드메이드를 싫어한다고 말한다. 핸드메이드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라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핸드메이드가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 손으로 하는 모든 것들이 즐겁다고 한다.
의뢰 받아 진행한 몇몇 포스터 디자인을 말할 때에는 자신에게 부끄러운 작업이었다고 했지만 광주에서 이루어진 비영리 활동을 가장 잘 표현한 포스터 디자인이었다.
그녀는 여러 가지 작업 속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드는 중이며 방황기라고 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연사섭외는 신의 한수라고 불러도 될 만큼 신선했다. 그중 제목부터 ‘오타쿠가 되어야 한다’는 다소 도발적인(?) 지금까지 청중 앞이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한 번도 자신의 이야기를 한적 없다는 정다운씨는 자신 스스로를 ‘오타쿠’라 칭하며 진정한 ‘오타쿠’는 키덜트(Kid와 Adult의 합성어)가 아니며 골방에 처박힌 은둔자도 아니다, 자신만의 표현영역을 만들어 내며 몰입할 줄 알며 자기만의 고유한 매체로 말할 줄 아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모으고 있는 장난감, 인형, 카메라를 들고 나와 직접 시연하면서 한국의 오타쿠 문화의 부정적인 인식을 지적하였다. 발표 내내 그의 도발적인 발언과 행동에 청중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윤수안 감독의 차례다. 가장 진지한 순서이지 않았나 싶다. 광주에서 독립영화가 불가능한 이유, 그리고 독립영화가 가능하게 하기 위한 우리의 태도를 말했다.
지역 미디어 활동가들이 갖고 있는 독립 영화에 대한 편견과 미디어에 대한 편견을 속 시원하게 말해준다.

연사없이 오로지 영상으로 진행된 ‘이름 없는 공연팀’의 영상은 잔잔한 여운과 아쉬움을 남기게 해준 순서였다.
아날로그적이며 보헤미안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남겨둔 채 그들이 왜 관중이 없는 곳에 아무 때나 이름 없는 공연을 하는지에 대해 청중들이 각자 생각할 수 있는 여백만을 남겨주었다. 사회자를 통해 그들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는 들을 수 있었지만 속 깊은 이유에 대해 알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 가장 아쉬운 순서였지 않았나 싶다. 그들이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해 꺼내든 미디어는 다름 아닌 시간과 기억, 그리고 이를 퍼포먼스로 전하는 행위가 전부였다.

 

마지막 순서인 박경섭 선생님의 마을 신문 만들기 좌충우돌은 주로 마을의 소소한 것들에게서 우리가 무엇을 기록할 것인지, 어떤 내용으로 공감할 것인지, 마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질의 응답하는 시간이다. 청중들의 질문공세가 줄을 이었다. 질문들은 주로 왜 그러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는지 대중들과의 소통과 독립적인 활동에 있어 현실에서 어려움을 묻곤 했다.

 

마지막 순서에 부대행사로 마련한 ‘괜찮아 약국’을 운영한 이창한씨의 처방전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괜찮아 약국은 참여자들의 고민을 놀이형식으로 위트 있게 가짜 약을 처방해 주고 간단한 상담을 받는 시간이었다.
참여자들의 주된 감정상태는 주로 힘듦과 우울함이 주를 이루었다. 약국에서는 이들을 위해 청량감이 있는 파랑물약에서부터 초콜렛 알약을 처방해 주었으며 간단하지만 위로의 처방을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현재 비영리 미디어활동가들의 마음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광주에서 미디어를 접하고 활용하는 방식은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 보다 훨씬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독립적인 활동가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미디어’다는 말은 결코 수사가 아니며, 창의적인 활동을 통해 여러 가지 매체와 표현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독립플레이어들이 앞으로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융합을 이루어낼 수 있다면  미디어의 확장력은 더 높아질 것이며 훨씬 더 창의적인 콘텐츠와 새로운 소통방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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