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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으로 세상을 디자인 하다
정민기(2016 광주문화예술교육축제 디렉터 / 문화행동 S#ARP 대표)
장면1.
4월 16일 토요일, 20여명의 청소년들이 5.18민주광장 곳곳에 무언가를 설치하고 있다. 이 청소년들은 짧은 준비과정 속에서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5.18민주광장에 조금씩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오후 2시가 지나자 한명 두 명 세 명... 많은 수의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5.18민주광장을 찾아와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세월호 참사 2주기 광주청소년문화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자 모여 준비한 이 날의 문화제에서 청소년들은 광주시민분향소를 만들고, 안산 단원고 교실을 재현하여 9명의 미수습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하였으며, 지난 2년간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깨어있는 청소년들과 시민들의 활동기록을 5.18민주광장 곳곳에 설치하였다.
본격적인 광주청소년문화제 행사 시간이 다가오자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는지 하늘은 장대비를 쏟아 부었지만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청소년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자유발언과 노래를 이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플래시몹을 통해 더 이상 이 땅에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행동선언을 담아냈다.
장면2.
9월 24일 토요일, 금남로. 청소년 150여명이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며 금남로 곳곳에 무언가 색다른 놀이터를 설치하기 시작한다. 2시가 넘어서자 엄마아빠 손을 잡고 나온 꼬마아이들부터 청소년 그리고 시민들이 금남로 차 없는 거리를 가득 메우며 즐거운 놀이판에 참여한다. 생전 처음 본 짚단피라미드 위에서 올라가 숨겨져 있는 사탕 찾아내기, 골판지로 만든 대형 미로를 통과하기, 온라인 게임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실사판 앵그리버드 게임 즐기기, 대형 비닐궁전 속에서 들어가 뛰어놀기, 나만의 로켓트 가방 만들기, 타코야끼와 달고나, 김밥을 만드는 요리놀이터 등 우리지역 청소년들이 창의력과 반짝이는 아이디어들로 만든 팝업 놀이터 프로그램과 광주시민을 응원하는 버스킹 공연 등으로 구성된 광주청소년상상페스티벌 진행으로 차가 사라진 금남로에 생기를 불러 일으켰다. 평소에 차만이 다닐 수 있던 거리를 아이들이 때로는 누워있는가 하면 걸어다니고 뛰어다니니 금남로가 화사하게 느껴진다.
청소년들이 금남로에 이러한 팝업놀이터로 축제를 만든 것은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무엇보다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스스로 선보인 것에 다름 아니다.
사람들은 지금을 무중력의 시대라고 이야기 한다. 살다 보면 가끔씩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것 같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무기력하고, 외롭고, 우울한 이 상황은 마치 ‘무중력 상태’와도 같다는 것이다. 끌어당겨주는 사람도 없고. 끌리는 일도 없는 답답한 무중력한 세상.
그러나 무중력한 세상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하는 다양한 움직임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여기저기서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즐거움과 소통을 배우고 나눔을 실천하는 소중한 경험으로 무중력세상을 극복하고 중력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함께 참여하겠다는 청소년들의 움직임, 어른들이 주는 놀 시간, 놀 공간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내겠다는 청소년들의 움직임. 청소년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중력을 불어 일으키는 태동이며, 스스로의 삶을 디자인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인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문화예술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 그리고 끌리는 힘으로 광주의 곳곳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다양한 사회참여활동의 실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실천은 놀이와 축제, 캠페인 등으로 포장되어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광주를 그리게 된다.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배운 각자의 에너지로 말이다.
문화예술교육이 넘쳐나는 광주, 문화예술교육으로 더 나은 세상을 디자인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