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_정금희(전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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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7-04-05 조회수 1,364

 

시작

 

 어느 시대건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나라가, 또는 그 집단의 운명이 좌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도자가 가진 소양과 철학, 능력의 문제는 집단 공동체의 흥망과 미래를 예견한다. 20173, 대한민국 대통령이 탄핵되었고 잘못된 국가 운영을 바로잡자는 온 국민의 여망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지난 시대의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출발을 향해 국민들의 힘찬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돌이켜보면 문화예술 예산 대폭 증액(김대중 국민의 정부), 지방분권 정책(노무현 참여 정부)이 양대 정권에 의해 시행된 바 있다. 그 결과 한류라는 세계적 성과가 있었으며, 국내에서는 일정 정도의 지역 발전이 가시화됐다. 세종행정도시나 나주혁신도시와 같은 사례가 그것이다. 그러나 9년 전, 보수 정권에 의해 과거로의 회귀라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문화예술계에는 전대미문의 블랙리스트 사건이 발생했으며, 국가 전반에 걸쳐서는 양극화라는 심대한 불평등 문제가 표면화됐다. 한국 사회는 3040년 전 과거로 후퇴했으며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커다란 사회적 희생과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인 것은 정의로운 사회를 구축하자는 온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에 의해 제대로 된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역 문제와 문화예술 발전과의 관계는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이 문화예술의 바탕은 다양성에 있다. 다양성이란 공간적으로는 지역이라는 요소에 의해 배태된다. 그것은 이미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선언 및 협약에서도 잘 드러난 바 있으며 오랜 인류문명사를 통해 검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 정권 위정자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라는 있을 수 없는 행태를 저질렀다. 소위 진보 쪽으로 분류시킨 문화예술가들에게 정부 지원금을 주지 못하게 했으며 그 명단만 해도 1만여명이 넘었다는 것이다. 다시는 이런 폭거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정권의 횡포를 국민의 정의로운 힘으로 맞서 이겼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문화예술계에 다시는 이러한 짓이 반복되지 못할 것이며, 회복력 역시 무척 빨라지리라는 전망이다.

그 결과 지역문화예술계는 다시금 또 하나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전망이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마련돼야 함은 물론 관련 전문가들의 깊은 관심과 활약이 함께 요구된다. 무엇보다 지역문화예술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 현황을 명확히 파악하여 시대에 맞는 교육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는 문화예술 특성을 잘 살펴 진정한 문화예술 창조 및 향유자 양성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광주는 아시아전당이 개관해 있으며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국제행사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문화인프라는 특히 동아시아 문화예술을 이끄는 중심 축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국제교류에 따른 성과와 역량이 집적돼 있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광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살펴보자면, 예컨대 지역 예술대학과 연계하여 작가, 큐레이터 양성을 위한 실무 연수와 같은 프로그램 활성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각 장르에서 실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 전시 기획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도 손꼽을 수 있다. 대학은 물론이거니와 초중등 각급 학교와 연계해 이러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문화적 다양성을 끌어올리는 세부적인 방안 중 하나를 들자면 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이나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을 들 수 있다. 이는 문화예술의 활성화와 함께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시킨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게 된다. 지역 소외는 수년간 가파르게 진행돼 왔다. 두 차례에 걸친 수구 정권의 무대책에 편승해 지역의 동력과 에너지도 소강상태에 와 있었으며,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지역의 미래는 암울해져 갔다. 특히 전남은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면서 교육현장도 점점 황량해지고 있다. 초중등학교의 폐교가 속속 늘어나는 것도 더 이상 별다른 관심사가 아니다.

지역이 살기 위해서는 선순환의 고리가 되살아나야함은 물론이다. 사람들이 다시 찾아 드는 마을이 돼야 인구가 늘고, 학생이 생겨난다. 마을이 다시 번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활동의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지역의 균형적 발전은 정권이 책임져야할 무거운 과제 중 하나다. 참여정부의 5년 동안 한국전력 본사의 나주 이전은 새로운 혁신 도시 하나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지난 9년의 두 정권 동안 혁신도시는 문화라 불릴만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모습이다. 이는 한 개의 사례에 불과하다.

 

조만간 드러나겠지만 향후 대한민국은 지나온 그 어느 시대보다 훨씬 나은 미래를 꿈 꿀수 있는 사회가 열리리라 전망한다. 물론 이를 위해 모든 이들이 역량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대비를 해야 가능하다.

무엇보다 광주전남에는 지역이 갖고 있는 잠재적 역량과 다채롭고 풍요로웠던 호남의 역사와 문화가 있다. 문화의 힘이란 한번 지나온 진보의 문을 되돌아 퇴행하지 않게 한다는데 있다. 이제 그 불가역성과 역동성, 그리고 창조적 에너지를 다시 끌어모으고 활용하는데 모두가 나서야 할 것이다

 

2017. 3. 28.

정금희(전남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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