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화려한 외출 ‘경자씨와 재봉틀Ⅳ’ _박신희(문화기획사 라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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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7-07-05 조회수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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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화려한 외출

와 재봉틀 Ⅳ

 

경자씨와 재봉틀 강사 박신희(문화기획사 라우) 

 

  엄마가 된 딸이 엄마를 위해 만든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경자씨와 재봉틀"4년차가 되었다. 그간 세 번의 만남을 통해 참 많은 엄마들이 함께 울고 웃었다. 누구엄마, 누구아내, 누구할머니라는 꼬리표를 다 떼고 한 명의 경자씨로 마주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딸과 바느질을 하고, 여행을 했다.

경자씨는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일하던 한 직원의 엄마 이름이라한다. 딸인 자신을 키워내고 좀 쉴만하나 했더니 이제는 손자들을 돌보는 할머니가 되어버렸다. 두 번째 양육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 경자씨에게 일하는 딸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바로 경자씨와 재봉틀이었다. 정작 진짜 경자씨는 손자들을 돌보느라 한 번도 참여할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프로그램이 한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으로, 노인 문화예술교육으로 4년째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3년간 참여했던 모든 엄마들이 자신이 바로 경자씨라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의 모든 엄마를 향한 대명사로써 경자씨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지난 3년간의 기획자와 강사들, 참여한 경자씨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네 번째를 맞이한 경자씨의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경자씨와 재봉틀 3년차 결과집

네 번째의 경자씨와 재봉틀에 함께하게 되면서 제일 먼저 우리들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향도, 나이도, 하던 일도 모두 달랐지만 엄마라는 이름 아래 그들이 했던 수고와 시간은 어느 것 하나 귀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자신보다는 가족을 위해 살아오는 동안, 시간이 참 많이도 흘렀다. 여자로서 50대를 넘기고 나니 세상 어느 곳에도 설 자리가 없다라고 느낄만 했다. 우리부터가 엄마를 집안에 매어두고 우리의 아이를 맡겨놓고 이렇게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우리 엄마를 생각하며 경자씨와 재봉틀을 다시 바라보았다. 엄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을까. 엄마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너무 어렵지 않게 함께 울고 웃으며 서로의 인생을 응원해 줄 수 있을까. 자식으로서 엄마를 위해 해드리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다듬어 나갔다.

엄마, ‘경자씨와 재봉틀하면 뭐가 생각나?”
이번엔 재봉틀 가르쳐 주는 거 하냐? 별것을 다하네. 재봉틀 선생님 이름이 경자씨냐
?”

엄마의 대답은 아주 단순했다. 모든 엄마들이 그렇게 느낄 것이었다. 어렵지 않게, 단순하게, 엄마들이 느끼는 방식대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재봉틀을 진짜 한 번 배워보자 생각했고, 원피스 한 벌 멋지게 만들어 입어보자 생각했다. 반백년동안 그들이 재단하고 디자인해 온 각자의 삶에 대한 보상으로 경자씨 몸에 꼭 맞는 원피스 한 벌쯤은 괜찮지 않을까. 경자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스스로 더 아름답다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바라며 그렇게 경자씨와 재봉틀 네 번째 시리즈 청춘 런웨이가 준비되었다.

 

 

 첫 만남의 어색함을 풀기 위해 앤서니브라운의 우리 엄마라는 그림책을 읽었다. 경자씨들을 향한 수줍은 우리들의 고백이었다. 그렇게 강사와 수강생이 아닌 세상의 엄마들과 딸들이 만났다. 딸이 되어 경자씨들을 대한다는 것은 어떤 과한 친절과 배려를 한다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 안에서 엄마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 그것이 전부였고, 핵심이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할 때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하고 집중해야할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스스로 프로그램을 찾아온 이들에게 우리가 줘야 할 것은 경험과 기회이지 친절과 배려가 아니다. 과한 친절과 배려로 그들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되려 문화예술교육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했다. 우리도 처음 노인 대상의 문화예술교육을 접했을 때 어른과 수강생의 사이에서 길을 많이 헤맸었다. 하지만 스스로 찾아온 이들의 대부분은 우리를 존중할 준비가 되어있다. 참가자들을 향한 우리의 믿음이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노인이라고 분류하기도 죄송스러운 50-60대이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스스로도 인생에서 은 지나갔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꺼려하고, 기존의 삶의 테두리 안에 자신을 가둬두고, 남은 여생을 잘 마무리하겠다고 이야기한다. 마무리라는 단어가 참 쉽게 노인들과 결합된다. 지나간 시절을 추억하고 이야기하며 그런 인생을 살았더라고 마무리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엄마가, ‘경자씨가 삶을 마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고, 어떻게든 힘찬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좋겠다. 인생에서 겨울이 왔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시 올 을 준비했으면 좋겠다 

두 번째 시간에 가장 멋지게 차려입은 청춘 사진을 가지고 와달라고 했다. 지난 삶을 돌아보아도 우리의 이 단 한 번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그리하여 우리에게 곧 다시 이 올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경자씨들에게 여러 시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돌 사진, 수학여행 사진, 결혼 사진, 가족 사진 등 참 많은 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앞으로의 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네 번째 시리즈의 ‘경자씨와 재봉틀’에서 경자씨들은 모두 디자이너가 되었다. 1차적으로 이번 경자씨들은 입고 싶은 원피스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였다. 하지만 우리가 ‘경자씨’에게 디자이너라고 칭한 것은 그들이 앞으로 만들 원피스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이 50년 넘게 디자인하며 만들어온 인생에 대한 시선. 그 삶의 경험들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었다.  

경자씨들은 스스로 인생 조각들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다짐을 했다. 한 경자씨는 다양한 조각이 있는데 아직 유일하게 다뤄보지 못한 조각을 앞으로 디자인 해보겠노라고 다짐했다. 또 다른 경자씨는 건강에 대한 삶의 조각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했다. 어떤 경자씨는 자신에게 주어진 조각에 감사하며 그 조각을 더 확장시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모든 경자씨들은 새로운 ‘봄’을 다짐해 나갔다.

 

다시 올 봄을 향해 당당하게 나아갈 경자씨들에게 곧 자신의 몸에 꼭 맞춘 드레스 한 벌이 완성되어 주어질 예정이다. 어디 그뿐이랴. 드레스 한 벌 맞춰입고 부릴 수 있는 온갖 멋은 다 부려볼 생각이다. 화보도 찍을 것이고, 패션쇼도 할 것이다. 앞으로 가장 젊은 순간이 바로 오늘이라 했던가. 가장 젊은 이 때에 최선을 다해서 경자씨들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옷을 기다리며, 화보촬영을 기대하며, 패션쇼를 준비하며 매 회마다 서로에게 수줍은 미소를 날리는 경자씨들이 참 사랑스럽다.

바라건대 이 옷 한 벌 멋지게 차려입고 경자씨들이 말하던 모든 곳으로 떠날 수 있게 되기를. 익숙한 곳도, 새로운 곳도, 생각만 하던 곳도, 어디로든 떠나기를. 무엇이든 시작하기를. (또 있다.) 이 드레스가 도전하고 싶을 때 용기를 주는 옷이 되기를. 무엇을 입을까 고민이 될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나를 꼭 닮은 나만의 드레스가 되기를. ‘경자씨들의 소망이 가득가득 덧입혀져서 경자씨 끝날까지 함께하는 일상의 동반자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경자씨의 런웨이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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