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을 활용한 박물관의 확장_유정규(세종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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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7-08-07 조회수 1,087

 

문화예술교육을 활용한 박물관의 확장 

 

유정규(세종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 


세종시에 국립박물관 단지가 들어선다. 금강이 인접한 19의 부지에 어린이박물관, 국가기록박물관, 디자인박물관, 도시건축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 등 5개 박물관이 순차적으로 완성되어 2023년 전면 개관할 예정이다. 세종시와 같이 대규모 박물관단지 조성뿐만 아니라 여가생활과 문화향유 욕구가 증가함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박물관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박물관의 증가만큼이나 박물관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박물관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더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이용하게 하고, 더 자주 박물관을 찾아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라는 하드웨어가 지니는 공간적, 비용적 제약으로 인해 교육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관람객의 참여와 박물관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물관들은 다른 문화기관들과의 경쟁 환경에서 참여성과 가변성을 더욱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박물관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전시기반교육이 추구하는 박물관의 참여성과 변화성을 보완하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전시기반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박물관 외부로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박물관에서 문화예술교육은 관람객이 참여에 도달하는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유용하고 흥미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관람객의 참여를 높일 수 있다. 전시기반교육은 전시물에 대한 정보전달이 목적이기 때문에 교육의 유용성을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흥미성은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비해 문화예술교육은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등 다양한 예술장르를 교육 활동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심미적 체험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 활동과 연계된 교육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창의력을 발현하도록 돕는다.


 
박물관은 다양하고 시의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변화를 강화할 수 다. 대부분의 전시기반교육은 성별, 연령, 대상 등을 고려해 다양한 체험 활동을 제공하면서 가변성을 높여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지만 전시물의 교체가 전제되어야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관람객의 최근 관심사를 반영한 시의성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전시물의 직접적 활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 문화예술교육은 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동시대 예술가들을 교육에 참여시킴으로써 시의성 있는 주제 구현이 용이하다. 박물관 내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은 박물관의 정체성과 부합하는 범위 내에서는 얼마든지 교육 주제의 선정이 가능하다.
 
박물관에서 문화예술교육은 참여와 변화 외에도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박물관이 확장하는 데에는 물리적 공간의 제약이 가장 크기 때문에 개별 박물관들이 많은 재원을 투자해 물리적 공간을 늘려가지 않는 이상 교육을 통한 확장이 가장 효과적이다. 특히, 문화예술은 지역성을 내재하고 있으면서도 한 지역의 범위를 넘어서는 보편성도 지니고 있다. 문화예술을 활용한 교육은 박물관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박물관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의 대표 사례로 맨해튼어린이박물관을 들 수 있다. 맨해튼어린이박물관은 미국 뉴욕에 위치해 있으며, 1973년에 개관했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들었는데 지상 4층, 지하 1층에 5개의 전시 존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박물관이다. 어린이 중에서도 6세 이하의 영유아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미국 내 250여개의 어린이박물관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한다.
 
맨해튼어린이박물관의 대표 전시는 ‘EatSleepPlay’이다. 건강에 좋은 야채들을 체험하는 먹기(Eat)존, 몸 속 기관들을 체험하는 자기(Sleep)존, 신체활동을 즐기는 놀기(Play)존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물들은 대부분 체험활동을 위한 대형 모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물을 탐구하면서 몸에 대해 알아보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생활습관을 이해한다. 전시장과 전시물을 기반으로 신체구조 탐구 프로그램, 게임형태의 생활습관 탐구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맨해튼어린이박물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영유아의 전인발달’을 추구하는 박물관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미국 국립보건연구소와 6세 이하의 아동을 대상으로 비만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길러주는 프로그램 개발을 추구했다. 독특한 점은 미술활동, 음악활동, 작문활동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은 뉴욕의 예술가와 함께 신체를 움직이는 창작 활동을 통해서 미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인 비만과 건강에 대해 흥미롭게 접근한다.

<표> 맨해튼어린이박물관 건강 프로그램 

  이러한 시도 가운데 하나인 맨해튼어린이박물관의 ‘건강 프로그램’은 운영 대상이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동으로만 이루어진 그룹, 가족단위 그룹으로도 진행이 가능하다. 심지어 전문 교육자가 없어도 프로그램 매뉴얼을 활용해 가정에서도 진행할 수 있다. 박물관에 있는 특별한 전시물이 아닌 쉽게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의 재료가 활용되며, 전문적인 예술 활동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예술가가 참여할 때와는 달리 완성도가 낮더라도 가정에서 자녀와 충분히 함께 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회 차의 ‘리듬에 맞춰 움직이자’에서는 음악이 주요한 활동 요소이다. 종이 박스, 음료 캔, 플라스틱 용기 등 일상의 재료를 활용해 심장을 상징하는 드럼을 만들어 보고, 심장의 역할에 대해 드럼을 두드리면서 노래를 불러본다. 참여 어린이들마다 다양한 형태의 드럼을 만들고, 드럼을 연주하면서 심장의 중요성과 심장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생활습관에 대해 학습한다.
  6회 차의 ‘나는 채소가 좋아요’에서는 미술이 주요한 활동 요소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여러 가지 야채들을 그려보고, 각각의 야채가 몸의 어느 부분에 이로운지를 콜라주 활동으로 알아보고, 원 안팎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야채가 건강에 이롭다는 점을 나타내는 노래를 만들어 불러본다. 참여 어린이들마다 다양한 형태의 야채를 그리고, 야채를 활용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한 생활습관에 대해 학습한다.

​  이와 같은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한 비만 예방 교육 실현을 위해 박물관의 교육 담당자인 에듀케이터가 매회 각 분야의 예술가와 협업하여 진행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인다. 전시물과 연계되지 않아도 영유아 전문 박물관으로서의 정체성에 부합하면서도 차별화한 교육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맨해튼어린이박물관에서 시작한 건강 프로그램은 시의성 있는 국가적 문제에 접근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취지를 인정받아 미셀 오바마의 적극적 홍보로 인해 인지도를 높여 미국 전역의 학교와 기관으로 보급되었다. 건강 프로그램에는 예술체험을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문화예술교육의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맨해튼어린이박물관의 건강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확장을 이룬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을 들 수 있다.
  
첫째, 건강 프로그램은 지역성과 보편성이 공존해 있다. 맨해튼어린이박물관은 비만과 건강이라는 주제를 문화예술교육으로 접근했다. 문화예술의 심장이자 예술가들의 세상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 위치해 있는 장점을 살려 지역문화자원의 한 축인 인적자원을 활용했다. 뉴욕의 예술가들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가들을 활용해 문화예술교육을 핵심 운영방향으로 설정한 건강 프로그램은 지역성과 보편성의 혼재를 통한 차별성을 확보하면서 다른 기관으로의 보급을 용이하게 한다.
  둘째, 건강 프로그램은 변형가능성이 풍부하다. 각각의 활동들은 건강이라는 주제로 통합되어 있지만 학교 교육과정처럼 연결성이 견고하거나 위계화 되어 있지 않아서 운영상황에 따라 일부 차시를 선별적으로 취사선택을 통한 가감이 가능하다. 매회 여러 장르의 예술 활동이 포함되어 있어 일부 활동을 생략하거나 늘릴 수 있어 소요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또한 활동에 활용된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의 요소도 참여하는 예술가에 따라 다른 활동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활동의 세부 내용도 운영상황에 맞게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문화자원의 특성을 활용해 지역적이면서 보편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본 모델을 바탕으로 변형이 용이하도록 함으로써 특정 박물관 내에서만 운영되는 프로그램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로의 확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맨해튼어린이박물관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박물관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교육은 관람객의 참여와 박물관의 변화를 촉진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물론 기존 전시기반교육과 병행할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전시기반교육이 박물관의 기본 경쟁력이라면 문화예술교육은 차별적 경쟁력으로 위치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화예술교육은 박물관의 탈공간화, 탈지역화를 통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존 박물관들은 물론 세종시를 비롯해 새롭게 생길 박물관들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성공적으로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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