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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주기'에서 '생애전환'으로써 문화예술교육
김혜일(문화공동체 아우름 대표)
‘한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경자씨와 재봉틀’ 시리즈가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대표 브랜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지도 5년이 되었습니다. 한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모토로 시작된 ‘생애전환기 여성 혹은 남성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생애 주기가 아닌 ‘생애 전환’ 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생애주기에 방점이 찍히면 대상을 일반화 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사회학적으로 그 시기를 살아가는 각 세대별 특징이 존재하긴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접근은 여전히 공급자 중심에서 프로그램이 설계될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습니다.
▲ 2018 경자씨와 재봉틀Ⅴ '청춘콜렉션'을 졸업하는 경자씨
하지만 ‘생애전환’에 방점을 찍는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전환의 시기에 어떤 고민과 문제가 있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고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수요자 중심의 고민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프로그램이 그들에게는 좋을 거야 라는 막연한 공급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어떤 삶의 이야기를 들여다 볼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야 가능한 프로그램들이 바로 ‘생애전환’ 맞춤형 프로그램인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한 사람만을 위한 프로그램이 아닌’ 결국 그 전환의 시기를 함께 넘어가는 ‘모두의 프로그램’ 이기도 한 것입니다.
혹 자는 베이비붐 세대라 하고 혹자는 50+세대라고도 합니다. 좀더 젊게 말하면 후기 청년이라고도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세대를 지칭하는 이런 말들에는 그 세대를 반영한 특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서태지의 음악을 듣고 자랐던 X 세대가 흔히 말하는 중년이 되었듯이 전쟁이후 국가 재건기를 유년기로 삼고 자란 세대가 자신의 개인적, 사회적 소명을 다하고 은퇴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개발도상국가 이념으로 오로지 근면,자조,성실 만이 삶의 미덕인줄 알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결과 어느 정도 삶의 여유도 찾았고 자식들도 잘 자라 성장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래의 삶에 여유도 찾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내 삶을 지탱해 온 힘들(직장, 일, 가족, 자식)이 더 이상 나를 버텨내는 에너지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직장은 떠났고 새롭게 시작할 일도 마땅하지 않습니다. 평생 몸에 익혔던 일이 아니라 다른 일도 내겐 맞지 않는 옷과 같습니다. 함께 살아온 자녀들도 성장하여 떠나갑니다. 그렇게 두 부부가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의학은 발달하여 평균 기대 수명이 80을 넘어섭니다.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은 살아야 합니다. 여기에서부터 맨붕은 시작됩니다. 인생 2막이 새롭게 시작되는 초입에 서 있습니다.
고대 연극에서 쓰던 가면을 Persona 라고 합니다. 이 persona 라는 단어에서 인격이라는 Person이 파생되었다고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이라는 연극무대에서 자신만의 캐릭터 즉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가면, 다른 말로 역할이지요.. 역할은 수시로 바뀝니다. 아들에서 아빠로 어머니에서 며느리로 그때 그때 바뀌는 역할들만 충실하면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역할 존재 그 자체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역할 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착각합니다. 그 역할이 ‘나’ 인줄,, 엄마 혹은 아내라는 역할 너머엔 여자라는 본연의 진짜 ‘나’ 가 있습니다. 그 진짜 ‘나’를 못 만나면 평생 그 역할에만 머물다 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혼란이 오는데 그 시기가 바로 경자씨와 병태씨의 나이에 오는 혼란입니다.
문화예술교육이 이 지점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네 바로 그것입니다. 역할이 만든 ‘나’ 가 아닌 진짜 '나'를 발견하게 해 주는 것입니다. 내안에 숨겨진 ‘나’를 불러내야 합니다. 노래하고 싶은 ‘나’ 춤추고 싶은 '나' 글쓰고 싶은 ‘나’ ‘나’ 는 어떤 사람인지? 뭘 하고 싶어하는지 뭘 할 때 가장 행복한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해 주는 마중물 역할을 문화예술교육이 하면 좋겠습니다. 꼭 하나의 예술 장르에 국한하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라고 물어봐 주는 것입니다. 그리곤 당신이 살아온 삶이 의미있고 가치 있는 삶 이었다고 지지해 주는 것입니다. 또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함께 앉아 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그 용기에 박수를 쳐 주면 되는 것입니다.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신비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제까지 그들은 삶을 풀어야 할 숙제로 인식하고 열심히 문제 풀이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보고 싶은 것, 봐야 할 것도 못 본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제 문제는 그만 풀어도 됩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게 해야 합니다. 좌,우도 살펴보게 합니다. 신비로 가득찬 삶의 또 다른 모습을 낯설게 바라보는 중요한 경험을 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한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생애전환의 중요한 시기를 맞는 모든 베이비붐 세대에게 희망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역할을 벗어버리고 진짜 ‘나’로 살기 시작한 단단한 인생2막을 위하여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