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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곳에서, 일상을 주제로, 매일 이루어지는
광주 문화예술교육을 위해서
(문화예술교육 지역성, 일상성, 접근성의 의미)
정민룡(북구문화의집 관장)
지역문화예술교육에 있어 지역성의 의미 “주름진 마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에서 지역성에 관한 화두는 사회문화예술교육,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제시된 문제다. 올해 발표된 <삶과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 5개년 종합계획>의 핵심키워드는 ‘지역화’다. 정책적으로 지역분권화의 흐름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제도에서 지역중심으로 재편되고 이에 따라 문화예술교육의 내용과 추진 방식에 있어 더욱더 지역문화예술교육의 지역성이 강조될 것이다.
‘지역화, 지역성’의 의미는 정책에서 말하는 사업의 추진방식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성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지역이 지니고 있는 자연 환경과 인문 환경을 토대로 각 지역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경향’을 말한다. 지역화, 지역성의 의미는 지리학에서 말하는 일상공간의 특성, 즉 직선보다는 곡선의 공간에 비유하여 설명하곤 한다. 특히 ‘주름진 공간’이라는 표현이 문화예술교육에서 말하는 ‘지역성’의 의미와 맞닿아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공간은 주름지고 접혀있는 공간이다. 지리학은 주름지고 접혀있는 공간을 펴는 것이 아니라 주름지고 접힌 공간의 의미를 찾아내고 복원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
/일상의 지리학, p63, 박승규 저
특히 주름진 공간의 의미는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내용과 관련이 깊다. 주름지고 접힌 모습의 지역은 켜켜이 쌓여오며 닳아진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닮아 있다. 신작로로 훤히 뚫려있는 곳보다는 굴곡진 골목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에 가깝다. 하지만 이제 곡선의 장소가 직선의 공간으로 바뀌면서 지역의 역사성과 지역민의 삶의 정체성은 사라져 가고 있다. 주름지고 접혀 있는 지역이 환경적으로 인문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방향으로 문화예술교육이 기획되어야 한다. 주름지고 접혀 있는 지역에서는 배어 있는 사람 냄새와 온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주름진 지역을 조명하고 이를 인문 예술로 표현하는 방식이 지역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된다.
일상성
‘지역성’은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일상성, 장소성, 접근성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일상성’은 일상(생활)과 예술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 수 있게 하는 매개 역할로서 문화예술교육을 말한다.
생활과 분리되지 않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서는 소소한 일상의 소재로부터 교육주제를 찾아내야 한다. 이러한 일상의 소재는 지역민의 고유한 삶의 특질을 반영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하거나 농어촌의 생태·역사·인문적 특성이 묻어나는 전통문화를 소재로 하여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수단으로 문화예술교육이 기능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 일상성은 항상, 거기에서 항상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을 볼 수 있다는 ‘항상성’을 의미한다. 항상성이 높은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회성과 대비되는 의미로 일상성은 문화예술교육이 평생, 부단히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원칙이 된다.
장소성
지역문화예술교육의 장소성은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지는 물리적 교육 공간을 의미하지 않는다.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은 항상 장소성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장소성에 기반 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해야 한다.
‘장소성’은 ‘지역성’의 또 다른 모습이다. 지역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이 되는 공간은 물리적인 교육공간을 넘어 예술교육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개개인의 경험이 묻어 있는 장소로서 의미가 더욱더 깊다. 따라서 장소성에 기반 한 문화예술교육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활동하는 장소 또한 개인들의 추억과 경험이 배어 있어야 하고 교육의 내용 또한 개개인이 생각하는 장소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게 해주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의 장소성은 ‘지역성’을 보다 말랑말랑하게 해주며 개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의미장소로서 지역의 정체성과 개인의 정체성을 보다 더 분명하게 드러나게 해준다.
<진도 개들리 기억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잊혀진 마을길을 개개인들이 기억에 의지하여 다시 복원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개개인의 기억을 이야기 하면서 추억을 소환하고 다시 마을길을 재생시켜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과 마을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접근성
문화예술교육의 접근성은 수요자 중심의 관점을 말한다. 흔히 ‘수월성’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쓰이곤 하는데 접근성은 교육 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상대적 기회를 늘리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수월성은 예술교육에 있어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어 상대적 기회의 균등 보다는 고급 수준의 예술교육을 제공하는 의미로 주로 쓰이는 용어다. 즉 접근성은 예술 교육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방편으로 교육의 수준이 낮더라도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수월성은 이에 반해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개별적인 특성에 맞는 질 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흔히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둘 간의 비교우위의 관점에서 또는 효율성의 관점에서 수월성과 접근성을 파악하는 것은 많은 한계와 예술교육의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질 높은 예술교육(수월성을 추구하는 예술교육)을 접근성 높은 교육서비스로 이루게 한다면 이 모든 것은 해결될 수 있다.
접근성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히 보편적이며 개별성을 무시한 일률적이며 기계적인 수준 낮은 예술교육을 제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또는 그렇다고 기회의 균등을 훼손하는 것이 수월성 높은 교육이 되는 것도 아니다.
엄격하게 말했을 때 예술교육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은 문화예술교육 수요자들의 니즈에 기반 하여 적절한 콘텐츠와 적절한 시기, 그에 적합한 사람들에게 적재적소에 제공함으로써 예술교육에 대한 욕구와 예술교육서비스를 일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접근성의 문제는 수월성과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라 훨씬 더 다양한 방식의 교육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개별 수요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예술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어야 한다.
지역문화예술교육의 또 다른 이름 ‘근린문화예술교육’
필자는 종종 지역문화예술교육을 ‘근린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의 지역성은 거창하고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작지만 소소한 우리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되는 문화예술교육을 뜻한다.
‘근린’이라는 의미는 소지역, 동네라는 표현과 비슷하다. 하이퍼 로컬(hyper local)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작은 범위의 지역을 말한다. 영국 런던에서는 ‘성당의 종소리가 들리는 범위’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사람이 토박이로 불린다.
그것은 종소리는 공동체의 영향이 미치는 최소 범위를 말한다. 필자는 연수에서 지역에 대한 개념을 ‘근린’으로 ‘종소리가 들리는 범위’로 비유하곤 했다. 문화예술교육의 근린성(지역성)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하였다. ‘장소로서 근린성’, ‘교육주제와 내용의 근린성’, ‘교육대상의 근린성’이다. 장소로서 근린성은 접근성을 말하며 교육주제의 근린성은 일상성, 교육대상과의 근린성은 관계성, 친밀성을 말한다.
“가장 가까운 동네에서 서로 가까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항상 거기에 모여 예술교육프로그램을 매개로 일상을 알콩달콩 즐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것이 문화예술교육의 지역성이 아닐까? 이것이 ‘삶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삶과 함께 하는 교육’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