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지역축제에 대한 고민_김꽃비(1930양림쌀롱 프로젝트 매니저)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11-07 조회수 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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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지역축제에 대한 고민

김꽃비(1930양림쌀롱 프로젝트 매니저)

 

 

 <1930양림쌀롱>은 광주의 근대를 소재로 양림동 마을 전역을 무대 삼아 차(茶)와 문학, 음악, 강연,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프로그램들을 경험하는 복합마을축제다. 문화가있는날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며 (주)쥬스컴퍼니가 주관하고 있다. “마을 전역이 축제의 무대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벌써 4년 차를 맞이했다. 양림쌀롱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양림동에서 함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첫 번째로 고민했던 지점은 광주의 근대를 이 축제에 녹여내는 것이었다. 양림동은 일찍이 서양 선교사들이 정착을 시작하면서 근대 의료 서비스와 교육이 빠르게 시작된 곳이다. 행정구역 상 면적은 크지 않지만, 작은 동네에 수많은 학교, 병원, 교회가 위치해 있다. 건축물을 포함한 다양한 근대문화자원들이 잘 보존되어 있을 뿐 아니라 커피를 좋아했던 시인 김현승, 천재 음악가 정율성, 광주의 어머니라 불리는 YWCA의 조아라 등 근대 광주 대중문화를 이끈 걸출한 문화예술인들이 출생하고 활동했다. 마을 곳곳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들이 양림동의 다양한 씬(Scene)을 끊임없이 만들어준다. 양림동을 야간에 둘러볼 수 있는 이색 테마투어인 <양림달빛투어>, 근대 광주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1930모단걸다이어리> 등 지역 고유의 스토리를 담은 다양한 콘텐츠들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축제니 마을의 이야기를 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는 이 축제를 만들어가는 주체에 대한 고민이었다. 수많은 커뮤니티가 공존하는 마을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복합적인 주체들이 함께 참여하길 원했다. 카페, 빵집 등 지역의 상점들이 제휴를 맺어 참여하고, 마을의 여러 문화공간들과 기관들이 협력한다. 주민들도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주민마켓을 꾸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한다. 축제를 계기로 마을의 수많은 커뮤니티가 함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마을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길 원했다. 1~2년 차에는 행사 때마다 민원문제, 주차문제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마을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하고, 또 열심히 듣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해가 가면서 단순히 참여에만 의의를 두던 분들이 축제의 호스트이자 마을의 호스트로서 성장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큰 변화였다.

 우리 지역의 청년 아티스트와 “광주”, “양림동”, “광주의 근대”를 주제로 지속적인 아트워크(Artwork)를 해보자는 것도 하나의 큰 과제였다. 지역의 매력적인 스토리 자원을 바탕으로 마을이 그리고 지역이 청년 아티스트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주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되도록 많은 무대를 제공하는 것이 양림쌀롱의 또 하나의 목표였다.   

 

 마지막으로 방문객들이 이 축제를 즐기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었다. 우리는 이 축제를 통해 외부인들이 마을을 가치 있게 향유하는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길 원했다. “핫플레이스”로 소개되며 너무나 짧은 기간 빠르게 흥하고 쇠하는 전국의 유명 마을들을 우리는 이미 많이 보았다. 쓰레기 문제부터 소음, 주차, 사생활 침해 등은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마을들의 공통적인 골칫거리다. 양림동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며, 앞으로도 이곳에서 오랜 기간 정착해 살아갈 사람들이 많다. 마을이 자신의 터전을 외부인들에게 나누고 양보하는 만큼, 방문객들도 축제 당일 단순히 마을을 소비하고 떠나는 것이 아닌,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그들의 방문과 소비가 마을에 긍정적인 선순환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림쌀롱에서는 쌀롱페이(전용텀블러+음료교환권3장)라는 유료판매 제도를 첫 회 행사부터 적용했다. 이것은 축제기간 양림동을 찾은 방문객들이 마을 안에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향유함에 있어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함이었고, 판매 수익을 축제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나눔으로서 축제가 실질적으로 지역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시도였다. 또한 축제에 대한 국가지원금이 끊어지더라도 자체적으로 이 축제를 지속할 수 있을지 지속가능성과 자립성에 대해서 검토해보고자 했다.

 

 지난 11월 2일, 4년 차를 맞이하는 올해의 마지막 양림쌀롱 행사가 열렸다. 여전히 부족한 점은 많다. 우리가 기대했던 수많은 목표들을 마을 안에서 잘 풀어내고 있는지 의심도 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양림쌀롱이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계속되길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과 이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조금의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해줄 협력 파트너들이 마을 안에 이제는 정말 많이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필자도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지역축제로서의 양림쌀롱의 미래를 기대해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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