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 시작이 반이다_채성태(문화공간 싹)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12-03 조회수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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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시작이 반이다

 

채성태(문화공간 싹​)

 

 생동하는 광주 문화예술교육 현장 소식을 매달 뉴스레터로 받아보는 애독자로서 그 현장을 마주할 기회는 반가움이었다. 시민 삶으로 다가간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열정과 즐거움이 뉴스레터에 가득했기에 광주로 가는 길은 기대가 컸다.  

 

[첫 만남, 교육이 마무리되고 참여자끼리의 대화에서]
“오늘 재미있었어?”, “응 재미있었어!, 엄마! 다음 주는 더 재미있을 것 같고, 기대돼!”
”엄마가 이 프로그램 잘 신청했지!“,
”엄마! 춤추는 것 재밌지?“, ”응 재밌더라, 방송댄스 인줄 알고 걱정했는데…“
“이런 프로그램이라면 누구나 춤출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아빠들도 적극적으로 춤추잖아!”
“오늘 반가워요!, 어디서 사세요?, 우리 딸은 엄청 재미있었나 봐요! 이 프로그램 놓쳤으면 아쉬웠을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친절하시고 잘해주셔서, 믿음이 가네요.”,
“저는 광주에 살면서 가까운 곳에 이런 좋은 문화공간이 있는 줄 몰랐는데 참 좋네요. 이제 자주 이용해야 할 것 같아요.”

  

사진출처/태이움직임교육연구소


 프로그램 첫날에 이처럼 참여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교육 시작과 마무리 과정에서 참여자의 표정, 행동, 참여자 간 관계 친밀도는 분명 변화된 모습이었다. 이러한 참여자의 긍정적 반응은 단체의 교육에 그 비밀이 숨어 있었다.

 보통 교육의 첫 차시는 형식적인 오리엔테이션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단체는 참여자와 첫 만남을 소중히 여기며, 참여자와 교육의 관계를 밀착시키려 공력을 드리고 있음이 교육 운영에서 느껴졌다. 그것은 참여자 스스로 교육의 주체이고 주인임을 인식하며 교육 참여의 자신감을 찾는 과정이었다.

 단체는 참여자가 프로그램의 특성 및 운영방식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한 설명에서 벗어나, 프로그램을 맛보고 느끼며 지속해서 참여하고 싶도록 참여자 감정을 움직였다. 또한, 참여자의 생각을 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강사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생각을 여는 것이 창작표현의 출발임을 단체는 참여자에게 알게 해주고 싶었는지 그 과정을 참여자와 함께 천천히 귀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내 주변의, 내가 생각하는, 내 삶의 모든 일상이 춤과 연계할 수 있음을, 교육에서 느끼고 사고하며 표현으로 즐겼다. 참여자는 단체의 장르인 춤에 대한 두려움을 이러한 과정에서 스스로 떨쳐내게 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참여자는 교육의 첫 만남으로 자신에 숨어 있던 새로운 표현 언어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날 교육이 시작이었지만, 함께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였기에 앞으로 교육에서 참여자와 단체가 펼칠 만남은 희망으로 가득 차올라있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참여자가 교육의 주체로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즐기는 프로그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운영단체가 기획단계에서 얼마나 참여자 삶의 여건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그 삶을 고려한 프로그램에 참여자를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을 준비했는지에 따라 실행 과정은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참여자는 자신을 알아주고 자신을 위한 프로그램에 편안함을 느끼고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즉, 문화예술교육은 그 준비 과정부터가 시작이며, 그 준비를 통해 참여자의 공감대가 형성되기에 교육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은 시작이 반이다.    

 

 한때, 나는 삶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었다.  
 그 당시 다양한 환경의 삶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고, 날 끌어당겼다. 그 삶의 존재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도 내 혈기의, 내 입장에서 재미를 추구하며 구도를 짜고, 내 프레임에 삶을 가두는 내 만족의 활동이었다.
 선의의 의도에서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며 더 나은 삶이되길 바랐던 생각이었으나, 그것은 내 교만에서 시작된 내 욕심임을 현장은 보여주고 들려주며 가르쳐주었다. 현장 삶의 주체는 그들이고, 그 어떠한 삶도 귀하지 않은 삶은 없으며, 모두 최선을 다하여 살고 있다고….
 나는 그러한 삶의 존재를 이해하는 과정이 없었기에 내가 기획한 활동에는 삶의 존중이 없었고, 만나야 할 삶과 밀착되지도 함께 어울리지도 못한 내 생각의 내 만족을 위한 활동임을 경험이 쌓이며 알게 되었다.
 그 부끄러운 과거를 통해 삶의 이해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이해하며 존중하는 과정에서 삶과 함께할 방향과 방법도 찾을 수 있고, 그 삶에 소중한 교육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그 후, 나는 새로운 기획에 앞서 누구를 위한 활동인지를 되새김하며 성찰하는 태도가 생겨났다.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다양한 삶과 함께하는 기획에서 삶의 이해 과정은 내가 지켜야 할 과제이며, 내 방향을 인도하는 답도 지역과 그 삶에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광주 문화예술교육 현장은 시민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사업과 단체도 많았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내 부끄러운 과거와 닮아 있는 단체의 활동도 보여 안타까웠다.
 대부분의 단체 문제는 지역적 현실과 참여자의 여건보다도 단체 입장에서 계획된 교육이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참여자 삶의 이해는 무의미해졌고, 참여자에게 왜 교육이 필요했으며, 그 참여자와 무엇을 함께 나누려는지 교육 주제도 설정되지 못한 채, 교육 운영 행위의 결과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러한 교육이라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하든 아무 상관없는 다수를 위한 행사의 단순 체험과도 같아 보였다.

 교육 운영방식의 문제는 단체의 기술적 능력에 대한 자신감은 충만했으나, 단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참여자에게 주입하며, 강사가 제시한 방법을 따라 하도록 요구했고, 그것을 참여자의 표현이라 말했다. 참여자가 표현에 대해 주체로서 인식하고 사고할 시간도 없이 어찌 그것이 참여자의 진정한 표현이라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참여자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주체성을 무시한 결과로 문화예술교육의 운영방식과는 거리가 먼 교육이었다.

 지역적 배경과 삶의 여건에 따라 현장에 맞는 문화예술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의 삶도 존재했다. 그러나 단체는 현장을 느끼지도 이해하지도 않았기에 현장의 절실함을 발견하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왜 그 사업을 지원받아 그 지역에 찾아갔는지 의문이 생긴다. 현장의 주민들은 그 사업이 자기 삶 가까이서 진행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문화예술 활동은 배부른 특정인이 하는 것이라 치부하는 주민도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단체가 조금만 더 현장과 가까워졌다면 그 삶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며, 주민의 생각도 변화되어 그 사업이 자기를 위한 활동임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 문제는 비단 몇 단체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 삶으로 다가가 펼쳐지는 지역 문화예술교육  기반 사업에서 참여자 선정 및 모집에 단체의 안일함이 문제다. 사업 계획 수립에 있어 지역과 대상이 있었기에 그에 따른 프로그램도 계획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교육 실행에서는 기획의 절실했던 대상은 사업을 지원 받기 위한 수단의 존재가 되어 있고, 교육에 실 참여의 대상은 관련 기관이나 아는 단체의 협조를 통한 급조된 참여자로, 누리는 사람만이 누리는 문화예술교육이 되어 가는 형국이었다.

 

 광주는 광주 특성에 맞게 시민 일상에서 더 가깝고 쉽게 문화예술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획사업과 지원사업이 조화롭게 잘 구성되어 있으며 다른 광역도시에 비해 활발하게 문화예술교육이 추진되고 있는 도시이다. 그래서인지 시민 삶의 다양성을 고려한 사업 유형도 확장되어 있으며 인적 자원도 풍요로워 문화예술교육이 생동하는 도시로 느껴진다.
 그런데 도시의 문화예술교육 정책 전략이나 지원은 시민 삶과 가깝게 촘촘해지고 많아졌으나, 현실에서 시민은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이 그것 같고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그것은 당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시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시민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역량과 역할이 중요하다 여긴다. 시민은 단체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접하고 느끼며, 그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열거한 현장에서 보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문화예술교육이 시민 삶으로 가깝게 다가가기는 어렵고, 시민 공감을 얻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 점에서 단체는 문화예술교육의 지원 취지를 간과해서는 안 되며, 단체의 역할에 대한 자존과 현장을 바라보는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단체의 장르적 특성이나 장점이 사업에 활용되는 것은 맞지만, 시민 삶으로 다가가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이라면 그보다도 지역을 살피며 시민 삶의 이해 과정이 문화예술교육의 시작임을 단체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 삶의 이해를 통해 시민과 함께할 방향과 방법도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광주의 현장은 뉴스레터에서 보이던 열정과 즐거움도 만날 수 있었으나, 그 기회가 다양한 시민 삶으로 다가가지 못한 현실이 보여 아쉬움은 남지만, 광주는 시민 삶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기에 그 변화를 희망하고 응원하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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