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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와 문화예술교육
김인설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들어가며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설명할 수 있다 해도 크게 놀랍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 당연했던 일들이 이제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밀폐된 극장에서 꽉 들어찬 군중과 함께 두근거리며 무대의 커튼이 올라가길 기다리는 순간도 이제는 언제나 원한다면 할 수 있는 체험이 아니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공연과 전시는 물론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도 제약이 생긴 지 오래다. 그리고 그 중 대표적인 멈춤 상태 중 하나가 문화예술교육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 삼아 예술교육에 있어서도 언택트 위주의 디지털 교육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로 인한 현 상황을 문화예술교육 지원기관들과 예술교육자들은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과연 언택트 기반의 첨단 디지털 기술만이 답일까?
기술중심적 사회 vs. 인간중심적 기술
이미 코로나 이전에도 기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대는 거대했다. 분야를 망라하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 학술대회나 토론회를 찾기 힘들었던 것이 작년의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기술의 발달이 예술을 포함한 우리의 삶과 사회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지에는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지만, 기술중심 시대에 예술의 역할은 무엇일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소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즉, 예술의 창작방식이나 향유 방식에 있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도들과 이에 대한 사례는 꾸준히 거론되어 왔으나, 기술중심의 변화 안에서 예술만이 지닌 고유한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심층적으로 다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기술중심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문화예술 활동은 여전히 대면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우리 모두가 생각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그 누구도 질병으로 인해 국가와 도시가 봉쇄되고, 상점이 문을 닫고, 공연과 전시가 취소되며, 학교 휴교령이 내려질지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도 2020년이라는 시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당연한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할 수 없는 사회. 뉴노멀(New Normal)로 불리는 ‘새로운 표준’의 시대. 너무 당위적이긴 하나, 새로운 표준의 도래를 받아들이는 자들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들의 차이는 이들의 미래에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올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예술교육의 핵심은 한 공간에 있는 것이다. 움직이고, 말하고, 느끼고, 교감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 교육이다. 코로나로 한 공간에 모일 수 없다는 제약은 기존의 이러한 예술교육의 핵심적 특징을 어떻게 유지하며 지속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어쩌면 예술적 상상력이 가장 필요한 시점일 수도 있겠다. 다만 기존의 상식에서 벗어나 생각해야 한다는 아주 어려운 전제가 붙지만 말이다. 분명 SF적인 상상력을 가미한다면, 단순 온라인 형태의 교육이 아닌 홀로그램으로 실제 동작을 확인받고, VR로 미술작품을 함께 만들며, AR로 가상무대를 만드는 등 다양한 교육과 관련된 상상을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대면수업을 통해서나 구현 가능한 예술교육의 본질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장비와 인프라, 지원기술이 등이 상당히 갖추어진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중심적 기술의 핵심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중심적 기술의 핵심은 결국 인간(人間), 즉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을 돕고 원활하게 해주는 기술로 이를 통해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기술이라고 본다. 소통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대, 그 폭과 깊이를 더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더하여 서로에 대한 위안을, 혹자는 치유를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위안과 치유, 소통과 이해는 예술의 고유한 그리고 전통적인 사회적 기능이기도 하다.
뉴노멀의 시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다양한 온라인 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은 예시는 이미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온라인 교육은 이미 코로나의 등장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코로나 이후로 더욱 진화하고 있으며 확장 중에 있다. 이미 다양한 예술교육단체와 기관, 심지어 대학들까지 Youtube, 코세라(coursera.org), 아츠에니웨어(artsanywhere.com) 등을 통해 수많은 온라인 예술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온라인 수업을 처음부터 감안하고 제작한 수업과 현재 전면중지 상태에 있는 수많은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또한 앞서 언급한 최첨단기술을 현재 상황에 활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수반되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확보된 기술을 기반으로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는 집단지성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문화예술교육자들의 열린 태도와 마음,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의 공유일 것이다. 현 시국에 있어 문화예술교육의 돌파구와 대안점을 찾는 공론장으로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은 엄청난 첨단기술이 필요하지도,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하지도 않다. 제한된 자원 안에서 창발적 아이디어를 통해 개개인의 예술교육자와 단체, 기관들이 서로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허브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운영하는 일은 개인이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 지원기관이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의료시스템과 방역체제와 관련하여 연일 우려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지만 최소한 코로나로 인한 예술교육에 비상체제를 집단지성 플랫폼을 통해 대응하고자하는 네트워크 기반의 예술교육파트너십(Arts Education Partnership, 이하 AEP)의 행보는 눈여겨 볼만 하다. AEP는 미국 예술교육을 지원하는 연방협의체로 1995년부터 미국연방예술기금(National Endowments for the Arts)과 교육부,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있는 전국단위의 문화예술교육 진흥을 위한 기관이다. AEP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따로 코로나로 인한 예술교육 현장의 대응방안과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다각화 된 대체물, 자료, 원천 소스부터 웹사이트, 각 장르 별 교육자들의 모임과 자신들의 생각과 고민들을 공유할 수 있는 링크들을 모두 구조화하여 소위 ‘코로나19 예술교육 자원(Resources for Arts Education Leaders and Learners Navigating COVID-19)’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코로나19 예술교육 자원’ 페이지(www.aep-arts.org/who-we-are/covid-19-resources/)는 올해 3월 12월부터 운영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조치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문제와 이에 대한 대안이 심화되자, 온라인 교육에 전환에 있어 필요한 자원과 팁, 활용 가능한 다양한 민간 지원체계부터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지원책, 예술교육자, 학교 교사, 학부모, 교육하는 예술가(Teaching Artists)들로 구조화 되어 코로나로 인해 문화예술교육에 필요한 자료와 팁, 대안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또한 방대한 링크와 자료들은 사용자 중심 뿐 만이 아닌, 상황과 활용되는 장르, 기술과 자원 등 구조적이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가 즉각적으로 손쉽게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인간중심적인 기술은 첨단기술이 아닌, 단순하지만 직관적으로 사용자의 이해와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나가며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현재 우리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으로 많은 행사와 토론이 벌어져야 할 기간을 지나고 있다. 물론 유트브를 통해 전문가 대담이 송출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홈페이지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대응지침)’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더하여 문체부는 ‘코로나19 극복, 어디서든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온라인교육 지원사업을 신규 추진 중에 있으며, 결과물들은 제작된 온라인 콘텐츠는 문체부 누리집(www.mcst.go.kr), 문화포털(www.culture.go.kr),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온라인자료실(아르떼라이브러리, lib.arte.or.kr), 유튜브 등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진흥원의 아르떼 라이브러리는 다양한 온라인 교육활용자료와 콘텐츠 등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어두운 밤바다에 예측할 수 없는 폭풍과 같은 코로나라는 항해를 각자의 방식으로 어렵게 지나고 있는 현재,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소수 전문가들의 담론이 아닌 문화예술교육자들의 집단지성과 현장에서 구축된 고유지식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광주문화재단이 광주 내 예술가와 예술교육자, 예술교사, 예술단체와 행정가, 학부모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원과 집단지성의 플랫폼을 구축해 보는 것을 꿈꿔보는 것은 힘든 이야기일까.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문화예술교육현장에 있어 필요한 것은 단순 구휼이 아닌 유연하고 활용 가능하며, 효과적인 대처와 함께 힘을 모아 대처할 수 있는 집단적 사고와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점이다.
참고 웹사이트
www.aep-arts.org/who-we-are/covid-19-resources
http://lib.arte.or.kr/index.do
| 글쓴이 김인설은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 광주문화재단과 국립아시아문화원의 비상임 이사를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