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이 건네는 회복과 치유-김태균(문화평론가,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1-07-20 조회수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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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이 건네는 회복과 치유

 

김태균(문화평론가, 광주아트가이드 편집위원)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욕망이란 욕구에서 요구를 뺀 나머지라고 정의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배가 고픈 상태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배가 고플 때 식욕(욕구)을 느끼고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식사(요구)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배가 부를 만큼 충분하게 식사를 한 후에도 무엇인가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을 느끼는 때가 있는데 라캉은 이러한 허전함을 가리켜 욕망이라고 명명했다.

 

라캉과 같은 정신분석학자들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성인, 철학자, 시인 또한 사람에게는 누구나 욕망, 즉 채워지지 않은 마음의 구멍이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사람은 만족하기 어려운 존재이며 이러한 결핍은 삶의 고단함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문화를 일구고 문화 속에서 예술을 향유하며 마음의 구멍을 메우려 노력하기에 고단한 삶을 성실하게 살아낼 수 있다.

 

문화는 시간이 경작한 역사의 지층이자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이다. 문화는 크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법과 제도와 같은 규범문화둘째, “낮은 밝고 밤은 어둡다.”라는 사실과 같은 인지문화셋째, 예술과 같은 표출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문화와 예술은 동의어가 아니며 문화는 예술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문화예술이라는 용어는 물질적 활동에 기반을 둔 정신적 활동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 문화예술은 존폐위기에 놓여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신적 풍요에 대한 가치가 높아진 시대지만 코로나19라는 사회적 위기 앞에서 문화예술은 또다시 먹고 사는 것이 우선이라는 아비투스에 짓눌리고 있다. 도서관과 문화센터에서 들려오던 책 읽는 소리와 시 쓰는 소리는 사라졌고, 자신만의 소품을 만들기 위해서 천을 자르고 재봉틀을 돌리던 소리도 사라진 지 오래다.

 

물론 모든 문화예술 활동이 중단된 것은 아니다. 극장이나 스포츠 경기장, 전시장이나 공연장 등이 코로나19 시대에 맞게 변신을 꾀하여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이나 문화센터 그리고 각종 문화예술교육센터 등에서 진행되는 공익적 목적의 문화예술 활동은 중단된 지 오래다. 이는 문화예술 활동 안에서도 경제 논리에 따른 서열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문화예술의 위기가 더욱 위중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코로나 블루라는 용어가 만연할 만큼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음의 구멍은 더욱 커졌는데 이를 메워주는 공익적 목적의 문화예술 활동은 중단됐으니 정신이 온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온 국민이 더 큰 정신적 고통에 신음하기 전에 좀 더 촘촘하게 안전 수칙을 재정하고 방역체계를 구축하여 전방위적인(공익적인) 문화예술 활동이 재가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코로나 블루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맞이하여 뉴욕타임스는 세계 각국의 작가들에게 단편소설을 의뢰했고, 이렇게 모인 29편의 단편소설은 최근 데카메론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데카메론은 약 700년 전 이탈리아의 작가 조반니 보카치오(1313~1375)가 쓴 책으로 남녀 10명이 흑사병 팬데믹을 피해 열흘 동안 피렌체 교외에서 100편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내용이다. 데카메론은 실제로 흑사병 팬데믹의 공포에 떨던 사람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사람을 팬데믹의 공포로부터 마음의 구멍으로부터 회복시키고 치유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문화예술의 몫이었으며 이는 현재에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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