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호] 역사를 간직하는 방법_이혜원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05-09 조회수 496
첨부파일
  • 5.jpeg [size : 153.6 KB] [다운로드 : 48]

역사를 간직하는 방법
광주시립미술관 <만화로 보는 대한민국>

​통신원 이혜원

  올해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3.1운동과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주년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많은 행사와 전시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매해 민주⋅인권⋅평화전을 기획하고 있는 민주화의 도시 광주의 시립미술관에서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기념하여 <만화로 보는 대한민국>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만화’전이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더불어 만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항일운동, 민주화, 인권이라는 세 주제로 분류된 전시장을 처음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눈길을 잡는 작품은 초창기 한국만화의 발전에 이바지 하여 대표적인 만화가로 자리 잡은 박기정의 <폭탄아>이다. 1964년 첫 발간을 한 <폭탄아>는 만주 하얼빈을 무대로 일본군과 사투를 벌이는 한국독립군들 이야기에 스파이라는 픽션이 가미된 이야기이다. 그 맞은편에는 임시정부의 이동경로와 그들의 피난민으로서의 삶을 보여주는 박건웅 작가의 <제시이야기>가 있다. 제시이야기는 한국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양우조, 최선화 부부의 육아일기를 만화로 재구성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인 육아 일기라 공개할 생각이 없었던 일기를 제시의 딸이 할머니에게 받아 세상에 공개되었다. 갓난아기가 귀했던 임시정부에서 ‘제시’가 태어나고 딸에 대한 사랑을 쓴 육아일기는 제시가 커가는 과정을 담은 개인서사이다. 하지만 동시에 상해 임시정부의 상황과 폭격이 일어났을 때 독립군들이 어디로 피난을 했고, 피난지에서 생활은 어땠는지도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는 중요 자료이다. <폭탄아>와 <제시이야기>는 우리가 몰랐던 독립투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폭탄아>는 가상의 이야기이지만 이 두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대한제국,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한 이들의 노고를 만화를 통해 느낄 수 있다. 

 
▲ 박기정 <폭탄아>

 
▲ 박건웅 <제시이야기>

  민주화 섹션으로 들어서면 강풀의 <26년>이 보인다. 만화책 모양으로 만들어진 가벽 너머에는 모션툰으로 제작된 웹툰 <26년>과 주인공들의 판넬이 서있다. <26년>은 어쩌면 요즘 만화책보다 익숙한 웹툰이 원작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 작품은 웹상으로 연재되어 유명세를 타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5월의 광주를 배경으로 하여 5.18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을 통해 1980년 5월의 광주는 ‘그때 그 당시’,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지금 현재 진행 중임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한발자국 옆으로 이동하면 최규석의 <100℃>가 보인다. 광주민주항쟁에 대해 알게 되고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통해 학생운동으로 뛰어들게 된 주인공을 통해 6월 민주항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강풀 <26년>
 
▲ 최규석 <100℃>

  다음 섹션 인권에서는 가장 열약한 환경에서 핍박받고 고난과 역경을 겪었던 이들, ‘여성’ 그리고 노동자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보인다. 이현세 작가의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는 팔려가듯 시집가던 여성들. 가진 것이 없어 맞고, 쫓겨나고, 굶어죽어야 했던 며느리의 모습을 닮아 이름이 붙어진 ‘며느리 밥풀꽃’을 제목으로 가져왔다. 작품은 1970-80년 남성주의 사회에서 핍박받았던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당시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회 고발적 작품이다. 최호철 작가의 <태일이> 또한 가장 열약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과 그 여공들의 모습을 보며 근로기준법을 세우기 위해 분신 항거 자살을 한 전태일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예부터 한국인은 ‘풍자와 해학의 민족’이란 말이 있을 만큼 사회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해학적으로 풍자하곤 한다. 민주화와 여성,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사회 문제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국에 일어난 이러한 사회문제를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낸 박순찬, 신명환 그리고 황중환의 시사카툰이 전시되고 있다.

  
▲ 인권섹션의 이현세<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와 최호철<태일이>

 
▲ 시사카툰 

  어린 시절 설명을 생동감 넘치게 잘하는 선생님과 재밌는 만화책을 통해 역사를 접하게 됐다. 그때부터 용돈을 모아 신화관련 만화책을 다 구매할 만큼 역사 이야기를 좋아했고 이후 역사는 내게 가장 흥미롭고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그래서일까 이번전시를 보며 만화를 통해 어린아이들이 역사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전시장을 갔을 때 만난 아이들은 다른 미술관에서 관람하는 아이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전시장에서 빨리 나가고 싶어 하고 엄마 손에 이끌려 다니던 아이들이 전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만화책 모형으로 생긴 의자에 앉거나 누워서 전시를 보고 만화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지루하거나 어렵기만 하던 미술, 역사가 아니라 좀 더 즐길 수 있는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조선대학교 애니메이션 학과의 도움을 받아 제작된 모션툰도 좀 더 생생하게, 만화영화를 보는 것처럼 전시를 볼 수 있게 도와준다.


  실제로 관람객은 이번 전시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전시 중 만화책을 읽고 있는 관람객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미술작품이 아닌 ‘만화’로 구성된 이번 전시를 본 소감을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A. 먼저 정말 신기했습니다! 전시를 나들이 삼아서 자주 보러 다니기는 하지만 항상 현대미술이나 미술전시는 어려워서 … SNS용으로 사진만 찍거나 빨리 둘러보고 나오기가 십상이었는데 만화, 특히 저도 웹툰으로 보거나 부모님께서 말씀하셔서 들어본 적 있는 만화가 분들의 다양한 만화를 미술관에서 전시로 만나보니 정말 친숙하고 또 미술관이 재미있게 느껴지고 신기했어요!
Q. 한쪽에 만화책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었잖아요,
   전시를 보면서 혹은 만화책을 통해서 역사와 좀 더 가까워 진 것 같은가요?
A. 저는 26년을 다음 웹툰으로 정말 재미있게 보고 감명 깊게 감상한 작품이었는데, 만화가 영상, 모션툰이라는 것으로 제작이 되어있더라구요! 똑같이 평면인 화면인데도 영상처럼 재생이 되니까 내용도 눈을 확 끌면서 작품에 대한 이해와 집중도가 올라갔어요, 그리고 그렇게 현대의 역사적 사건을 다룬 만화를 보면서 책으로만 배웠던 글자가 눈앞에서 그려진다는 생각에 역사가 더 감동적으로 그려졌고 가까워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전시를 본 소감은 어떠신가요?
A. 마지막으로…, 제가 들어보니 이번에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열린 만화전이라고 들었어요. 다가가기 어려웠던 미술관이 이제 시민들에게 한층 더 가까워지고 까다로워보였던 미술관이 부드럽게 다가오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광주시립미술관의 소식에 귀 기울이게 될 것 같아요!

  
▲전시 전경 

  대한제국이 선포되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역사를 ‘만화’를 통해 보여준 이번 전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독립운동가들, 현재진행 중인 민주화운동, 인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모두가 힘든 상황 속에서 ‘여성’이란 이유로 더욱 힘들었을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란 말처럼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이들의 땀과 투쟁, 피로 세워진 토대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모두가 미술과 역사에 좀 더 가까워지고 그들의 노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이혜원 (10기 통신원)
누구나 자신이 느낀 감정, 평소 생각 그리고 경험이나 상상을 다른 사람에게 말 혹은 글로 표현할 수 있다. 사실을 전달하거나 가본 적 없는 곳, 경험한 적 없는 과거나 미래를 경험하게 해주는 방법 중 말(글)은 가장 쉽지만 어려운 방법이다. 끝없는 수련을 통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마법과도 같은 글쓰기를 마음껏 부리고 싶다.

 

잔잔한 울림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