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호] 결국, '뭉쳐야 산다' 청년들이 직접 만드는 네트워크_김수환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11-07 조회수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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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뭉쳐야 산다’ 청년들이 직접 만드는 네트워크

2019 청년문화생태계조성사업 느슨한 연대 실험 <Action B!>

통신원 김수환​ 

 

 시작은 친구의 가벼운 권유였다. 다음은 ‘느슨함’이라는 단어에 끌렸다. ‘느슨함’이라는 거, 빡빡하거나 팽팽함이라는 단어와 양 극단에 서있다는 것에 반기를 드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느슨하다’고 해서 ‘가볍다’는 의미가 아니었다는 것을 몸소 참여하며 느끼는 중이다. 현재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2019 청년문화생태계 조성사업 중 하나인 느슨한 연대 실험 <Action B!>는 공통의 지향 혹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함께 연대하지만 각자의 활동은 존중한다. 기존의 영역이나 기성의 틀에 얽매이기보다 유연하게 경계를 넘나들며 실천적으로 협력한다. 그게 이 프로그램에서 원하는 바이다.

 

 지난 달 12일 광주문화재단 4층 다목적실에서 느슨한 연대 실험 <Action B>의 첫 발을 내딛었다. 첫 날 필자를 포함해 모두가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누가누가 있는지 탐색하는 듯 했다. 오리엔테이션은 현재 분과가 어떻게 나누어 졌는지 설명하고 뒤이어 참여자들이 각자 해시태그를 이용해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좋아하는 것, 취미, 싫어하는 것 등등 여러 정보들을 공유하며 서로를 알아 갔다. 분과는 총 4개로 광주청년문화 구축을 위해 청년 스스로 해결책을 발굴하고 고민하는 연대인 만큼 청년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문화예술취향소비’, ‘청년문화공간’, ‘문화일자리 및 창업’, ‘청년예술인활동’으로 구성되었다.

  

 

 다음 날인 13일은 주제워크숍을 위한 날로, ACC커뮤니티라운지에서 진행되었다. 아기자기한 조명들, 포스트 잇으로 꾸며진 벽, 포토월 등 마치 행사장을 온 듯 잘 꾸며져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 번호가 써진 종이를 나눠 주었는데, 워크숍 마지막 시간에 행운권을 추첨해 상품을 증정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6시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워크숍 장을 떠나지 않았다.

 

 

 어제 본 얼굴이라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사람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주제워크숍을 진행했다. 각 분과별로 모인 자리에서 앞으로 어떤 아이디어로 기획을 실행할지 초안을 짜보는 시간을 가지며 이야기를 나눴다. 

 ‘문화예술취향소비’에서는 문화/예술/취향/소비 각 단어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재정의해 청년들과 생각을 공유하기로 했다. 또한, 문화예술취향소비를 진행할 수 있는 소비자단을 구성해 광주청년들이 어떤 문화예술을 가장 선호하고 소비하고 있는지 결과를 도출하기로 초안을 발표했다. ‘청년문화공간’에서는 일반 청년들이 집, 학교, 직장 외에 자신들의 개인적인 모임을 가질 수 있는 대안 공간이 부족함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노인정과 같이 청년 대상의 문화의 집과 같은 문화 공간 제안을 목표로 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 ‘문화일자리 및 창업’ 분과에서는 문화일자리 및 창업의 안정성을 도모해 줄 수 있는 문화 분야의 지원 사업에 초점을 맞춰, 청년들이 원하는 지원사업의 공고문을 직접 작성하고 해당 사업공고문을 광주문화재단에 제출해보자는 계획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청년예술인활동’ 분과에서는 여러 청년예술인들을 위한 정보공유의 장이나 홍보 및 전달 시스템 부재에 대한 문제점을 느껴 SNS를 활용한 청년예술인들의 교류와 홍보 시스템을 구축해보기로 기틀을 잡았다. 



 이후 이어진 네트워크 파티에는 느슨한 연대 실험 <Action B!>의 참여자 외에 청년문화예술에 관련하여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광주청년문화란?’이라는 주제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패널로는 윤준혁, 김선영 퍼실리테이터와 박강배 광주문화재단 정책기획실장이 함께했다. 다채로운 이야기들 속에서 특히나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청년문화라는 것에 대해 명확하지 않으며, 청년들도 잘 모르는 것이라는 것에 공감이 갔다. 그 외에도 청년들에게 공동체를 운영하는 방식을 가르쳐주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과 지역 청년예술인들의 예술적 역량에 대한 고민까지 광범위한 의견들이 문화예술 활동가와 참여자 사이에 오갔다.

 

 그런 의미에서 느슨한 연대 실험 <Action B!>는 서로 연결은 되었으나 아주 긴밀하거나 끈끈하지 않는 관계, 즉 ‘따로 또 같이’로 존재하며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화예술문제를 비롯해 취업· 실업·주거문제·사회적 관계 단절 등 복합적인 문제의 돌파구를 찾는 데 참여자 본인은 물론 각각의 결과물이 앞으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언제나 처음과 끝이 같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처음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진행상황은 어떤 지에 대해 각 분과의 퍼실리테이터들에게 물었다.
*퍼실리테이터: 문화예술활동가로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도와줄 조력자

 

[문화예술취향소비 김성환 퍼실리테이터]
Q. 청년문화생태계조성사업 느슨한 연대 실험 <Action B!>에 참여하게 된 동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예전부터 저는 개인적으로 청년들의 연대를 여러 번 꾸려 본적이 있습니다. 매번 꾸릴 때 마다 빠듯한 일정, 빡빡한 스케줄, 모호한 혜택 등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느슨한 연대실험을 통해 청년들의 연대를 목적성은 있지만 느슨하게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문화예술취향소비’라는 분과에서는 어떤 일, 프로그램, 이벤트 등을 진행하게 되나요?
문화예술취향소비 분과는 말 그대로 청년들이 평소 어떤 문화적 소비를 하고 있는지를 취향에 맞추어 찾아보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분과모임은 12월 결과발표 전까지 약 2달 동안 정기모임을 할 계획이며, 문화생활의 분류를 구분하여 전시박람회, 축제, 음악회, 무용발표회 등 다양한 취향을 찾아 직접 찾아가는 방법이나 기존사례탐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결과를 도출해 낼 계획입니다.

Q. ‘문화예술취향소비’ 분과는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문화예술취향소비 분과는 다른 분과와는 다르게 다양성을 추구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리주변의 청년들이 과연 어떤 취향으로 문화를 생각하고 느끼는지를 탐구해 볼 수 있겠습니다.

 

[문화일자리 및 창업 윤준혁 퍼실리테이터]
Q. 청년문화생태계조성사업 느슨한 연대 실험 <Action B!>에 참여하게 된 동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현재 청년문화단체들의 연대체 '상상실현네트워크'의 사무처장으로 문화단체들 간의 교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문화생태계가 조성이 되려면 우리의 생태계 안에 어떤 개체들이 살고 있는지를 톺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간혹 과한 열정으로 끈끈함만을 강조하다가 연대가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느슨함'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연대'라는 단어에 부담스럽지 않은 '느슨함'과 결과가 어찌되어도 좋은 '실험'이 붙어 '느슨한 연대 실험 <Action B!>'가 되었습니다.

Q. ‘문화일자리 및 창업’이라는 분과에서는 어떤 일, 프로그램, 이벤트 등을 진행하게 되나요?
일자리 및 창업분과는 예비문화기획자, 문화기획자, 문화 활동가들로 구성되어있었습니다. 분과모임은 현재 3번 정도 진행했고 연구주제에 대한 고민을 여러 차례 거듭한 결과 일자리창출과 창업의 안전성을 높여주는 지원 사업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대부분의 지원 사업이 문화기획자나 문화 활동가가 원하는 지원이 아닌 경우가 많아 지원사업의 효용감이 많이 낮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문화기획자, 문화 활동가가 원하는 지원 사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고 그것을 직접 공고문의 형태로 만들어 재단에 전달하는 '우리는 이런 사업을 원한다!'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문화일자리 및 창업’의 퍼실리테이터로 계시는데, 이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은 참여자가 정해진 주제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잘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활동지원에 필요한 의견은 내지만 연구 주제에 대한 의견은 되도록 정리만 하는 편입니다.

Q. ‘문화일자리 및 창업’ 분과는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재단이 원하는 역할이 있겠지만 이곳에 모인 청년들은 대 주제를 해치지 않는 이상 자유주제로 연구하기로 했습니다. 일자리 및 창업에 대한 기대가 있어서 온 청년도 있지만 아픔이 있어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온 청년도 있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사업의 공고문을 직접 작성해보는 작업이기 때문에 각자의 손으로 미래세대 문화의 희망을 빚어보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Q. 현재 ‘문화일자리 및 창업’ 분과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너무 좋습니다. 만나는 횟수가 너무 짧아 모일 일이 있다면 임시모임이라도 갖기로 했습니다. 사업 때문에 만나게 되어 사업이 끝나고 나서 헤어지면 너무 허망할 것 같아 만날 때마다 맛있는 거라도 먹으며 기분 좋게 하자고 서로를 응원해가며 만나고 있습니다.

 

[청년예술인활동 김선영 퍼실리테이터]
Q. 청년문화생태계조성사업 느슨한 연대 실험 <Action B!>에 참여하게 된 동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청년문화 관련 지원 시스템이 없던 시절을 살아온 기획자로서, 현재의 청년문화 지원시스템에 대해 청년들은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 어떠한 요구가 있는지 궁금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느슨한 연대실험이라는 타이틀이 매력적이고, 청년세대와 소통과 이해의 시간이 될 것이라 판단했고, 예술분야 선경험자로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청년예술인활동’이라는 분과에서는 어떤 일, 프로그램, 이벤트 등을 진행하게 되나요?
오리엔테이션부터 현재까지 3회 차의 미팅이 이루어졌고 앞으로 4회 차정도 더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느슨한 연대실험이라 그런지, 미팅 때 고정 참여인원은 2인뿐이고 2-3인 정도는 계속 바뀌어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하게 되더군요. 그러나 3회 차에 접어들면서 윤곽이 들어나기 시작했는데요. 청년예술인활동에 있어 고민되는 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을 논의해 지원제도나 프로그램에 대한 제안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장르의 청년 예술인들을 인터뷰 할 예정입니다. 또한 신진 예술가들의 자유스러운 공연 및 작품 발표 장소에 대해 접근성과 정보가 취약한 점을 감안한 지역 내 다양한 공간들에 대한 조사도 함께 병행해 정보 공유를 위한 작은 플랫폼을 실험해 보고자 합니다. 차시가 거듭 되면 보다 구체적인 초점이 맞춰질 거라 생각합니다.

 《라이프 트렌드 2020: 느슨한 연대 Weak Ties》에서는 “약한 연결, 약한 연대라고도 할 수 있는 느슨한 연대(weak ties)는 기존의 관계에 대한 재해석과 변화를 요구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존의 관계와 연대가 가진 문제의 대안으로 느슨한 연대가 등장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느슨한 연대의 의미를 정의한다. 느슨한 연대 실험 <Action B!>의 활동에 참여한 청년 개개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참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필자는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연대를 시작으로 모임은 스터디 모임 정도로 족하다는 지금의 청년들에게 모임대신 연대라는 단어로 새로운 사회적 환경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다. 또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풍족하게 자신의 취향을 소비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앞으로의 일정을 마무리하려한다.

 

김수환 (10기 통신원)
다이내믹한 뉴욕 생활을 마치고 잠시 쉬어간다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낀다. 마루에 누워 강아지와 아침 햇살을 맞이하는 것과 책이 가득한 서재에서 멍 때리는 것이 즐겁다. 간단함, 재미, 그리고 솔직함으로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싶다. 나아가서 간결하면서 핵심을 찌르고, 뼈를 때리는 문장으로 독자들이 통쾌함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깊은 사유로 사람들의 내면에 편안을 주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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