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호] 만두를 빚다, 전통문화를 빚다 - 심솔아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0-06-04 조회수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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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빚다, 그리고 전통문화를 빚다

전통문화관 전통문화예술강좌 <민경숙의 보양 찜 & 별미 전골>

심솔아 통신원

법고창신(法古創新):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울림>의 제88호 주제는새 문화를 엿보다이다. 그런데 전통문화예술강좌라니. 사실 취재를 앞서든 생각은 왠지 너무 동떨어지는 주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장에 찾아가 강의에 참여하고, 강의하시는 민경숙 선생님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니 내 생각이 너무나 짧았음을 깨달았다. 그 때 문득 법고창신’, ‘온고지신이 떠올랐다. 과거가 없이는 현재가 어찌 있겠는 가. 새 문화가 생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과거의 문화, 전통문화가 있어야 한다. 남도의 전통음식문화를 가르치고 전수하는 민경숙 선생님과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 각지에서 모인 수강생들을 만나기 위해 전통문화관을 찾아갔다.


        

무등산 자락의 전통문화관


 무등산 자락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전통문화관은 광주의 도심으로부터 불과20분 거리에 위치한 아름다운 숲과 계곡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남도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육성하고 있다. 광주시 지정 무형문화재 기능장들이 전수활동과 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국악공연과 교육, 체험 프로그램 등을 위한 시설을 운영 중이다. 특히 전통문화관에서 운영하는 전통문화예술강좌는 시민들이 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전통문화를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운영되는 강좌로 전통문화예술을 교육하는 산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봄과 여름의 경계선에 있는 5월의 마지막 주, 상반기 전통문화예술강좌 중 민경숙의 보양 찜 & 별미 전골강의를 들여다보았다.


 

강의 준비를 하는 수강생들과 민경숙 선생님

 

 서로의 건강을 위해 위생을 철저히 하며 강의 준비를 하였다. 마스크에 가려져 서로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상황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수강생들의 마음만큼은 서로에게 활짝 열려 있었다. 오늘 강의의 주제인 만두전골과 연근우엉밥을 소개하고 재료부터 소개하며 강의가 시작되었다.


 

 조리과정을 설명하는 민경숙 선생님과 경청하는 수강생들

 

 먼저 민경숙 선생님께서 조리 과정을 하나하나 천천히 설명하며 조리 과정을 시연하였다. 만두전골에 들어가는 만두를 직접 만들기 위해 재료를 하나씩 손질, 재료를 볶고, 데치고, 섞으며 만두소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선생님의 손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수강생들 모두는 집중하였고, 조리 과정을 꼼꼼히 받아 적으며 열심이었다.

 

 

 만두를 빚는 민경숙 선생님과 수강생들

 

만두소가 모두 만들어진 후에는 만두를 하나씩 빚고, 만두를 찌기 위해 냄비에 넣으면서 수강생들의 실습도 시작되었다. 선생님의 조리 과정을 하나씩 복기하며 수강생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처음부터 김치만두를 만들기 시작했고, 서로 도와가며 조리 과정 전체를 실습해볼 수 있었다. 특히 만두를 만들며 누가 더 예쁘게 만두를 빚는지 겨루어 보기도 하며 강의의 모든 과정을 즐겁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빚은 만두를 보여주는 김윤경 수강생님 

 


어머, 저 만두 장인인가 봐요~!”

 

진짜 너무 예뻐요.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 (웃음)”

 

  수강생들의 소녀와 같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조리실 가득 행복하고 즐거운 기운이 전해졌다. 그렇게 빚은 김치만두를 찜기에 넣은 후, 이번에는 만두전골을 만들기 위해 재료를 다듬고, 전골냄비에 김치만두와 각종 야채, 어묵, 버섯 등을 예쁘게 배치하였다. 이후에 미리 만들어 놓은 육수와 양념장을 곁들여 끓여내어 만두전골을 완성하였다.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진 김치만두와 연근우엉밥, 그리고 점심 식사상


전통문화예술강좌의 전통음식 강좌의 마무리는 항상 선생님들과 수강생들이 함께 완성한 음식으로 점심을 먹으며 정리된다. 수강생들은 각자 직접 만든 만두 전골과 연근우엉밥을 먹으며,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뿌듯하게 오늘 강의를 마무리했다.

 

강의가 마무리된 후, 강의 내내 세심하고 친절하게 수강생들과 통신원으로 취재를 진행하는 나까지 챙겨주셨던 민경숙 선생님을 만나 전통음식전통문화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

Q. 오늘은 만두전골과 연근우엉밥을 수강생들과 함께 만들어봤는데요. 이번 상반기 강의 주제를 보양 찜&별미 전골로 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그동안 많은 전통음식을 주제로 강의를 해왔어요. 예를 들면 자연식’, ‘ · 절식(일정한 시기나 계절에 맞춰 먹는 음식) 등에 대해 강의를 해왔는데요. 그래도 우리 선조들부터 전통적으로 상의 중앙에 찜과 전골을 놓았을 만큼 상차림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찜과 전골이기에 이를 주제로 정했고, 또한 주방에 머무르는 시간이 부족한 바쁜 현대인들에게도 활용하기 아주 좋은 음식이기에 함께 배워보고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배운 만두전골도 만두 속에 여러 가지 재료, 고기부터 숙주, , 양파, 두부, 배추.. 등 다양한 영양소가 모인 완전식품이 되어 밀가루 속에 들어가 있잖아요. 더불어 전골을 하기 위해 해산물, 버섯, 야채 등 만두의 재료에 들어가지 않는 다른 재료까지 활용하여 더 완성된 하나의 음식이 되는 것처럼, ‘이나 이나 전골은 이렇게 하나만 가지고도 거의 완전한 식사의 형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국인의 상차림에서는 찜이나 전골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의를 참여하는 수강생분들도 굉장히 좋아하시는 요리인 것 같아요.
실제 식생활에서 활용도가 너무 좋아서 더욱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맞아요. 특히나 오늘 배운 만두 같은 경우는 빚어서 소량으로 얼려서 잘 보관해두면, 찐만두, 군만두, 전골, ..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그럼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하고 싶어요. 선생님께서는 현재 시도무형문화재 제17호인 남도의례음식장 기능보유자로서 남도의 전통음식을 알리는 데에 앞장서고 계신데요. 선생님께서 전통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사실 여러가지 음식 중에서 전통음식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워낙 어머니께서 음식을 잘하셨어요. 어려서부터 전통음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워왔고, 전통음식과 함께 자라오다 보니 전통음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성장하여 음식을 좀 더 깊게 배워보자라는 생각으로 하게 된 전통음식에 대한 공부는 곧 그동안 해오던 음식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물론 배움의 시간도 가졌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익힌 것이 한식, 곧 남도의 전통음식이었습니다.
  
음식은 한 시대의 문화잖아요. 어떤 시대를 이야기하더라도 음식 문화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아무리 지금 시대가 많이 변화하고 식문화가 간소화되었다고 할지라도, 우리의 전통음식은 가장 생명력 있고 뿌리가 깊기 때문에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자산입니다. 그래서 이 뿌리를 그대로 보존하고 이어 나가고자 남도의 전통 음식을 계승하고 사라져가는 향토 음식을 발굴하는 데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Q. 우리나라의 전통음식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선생님께 전통문화예술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합니다.
A.  
전통문화라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해온 여러가지의 삶을 형태를 곧 문화라고 하여, 그 안에 다양한 분야로 하나하나 나누어지잖아요. 그 안에서 특히 전통음식전통문화는 거의 맞물려 갑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 광주의 무등산이 유네스코 등록을 위해 세계 지질학자들이 광주를 방문하였을 때, 세계 지질학자들의 식사 준비를 했었는데요. 당시 세계에서 온 많은 인사들이 남도의 전통음식을 맛보며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무등산이라는 우리의 전통적인 광주의 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 위한 과정에 우리의 전통 음식도 하나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죠. 그래서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음식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Q. 그렇다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와 남도의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전통문화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자리를 더 마련해야 할까요?
A.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전통문화예술교육들은 보통 오늘 진행한 강의처럼 실무적인 기술을 가르치는 형태의 강의가 대부분 진행되고 있는데요. 물론 이러한 교육의 장이 더욱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강의에서는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한계가 있어요. 사실은 전통문화예술, 전통음식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단순히 조리실에서 음식의 조리 방법을 배우려고 하지만, 저는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를 전달하고 싶어요. 그런 부분이 늘 아쉬워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인문학의 한 부분으로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전통음식 교육에는 사실 토크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전통음식에 대해 많은 강의를 해오시면서 혹시 기억에 남는 수강생이 있으셨다면요?
A. 
정말 많아요. 젊지만 우리 전통음식문화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 중 기억에 나는 수강생은 현재 영국에 있는 분인데요. 대학을 영국에서 나와서 한국의 회사에서 영국지사로 발령되어 나간 남편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외국 바이어들을 만나 집으로 접대를 하게 될 계기가 많았는데, 이 수강생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영국으로 유학길에 올랐기에 한식을 할 줄 몰랐어요. 그래서 영국 음식으로 바이어들에게 접대를 했는데, 바이어들은 영국 음식이 아닌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 했대요. 그를 계기로 한식을 배우러 한국으로 잠시 귀국해서 저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저와 함께 한식을 배울 때에 정말 재밌어 하며 적극적으로 배웠던 기억이 나요. 현재는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영국에 가서 영국의 가든파티 문화나 홍차 문화도 적극적으로 배우면 어떻겠냐 조언을 해주었어요. 나중에 그 친구가 한국에 돌아오게 된다면 영국의 가든파티 문화와 한식의 문화를 조화시켜 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겠죠?
 또 근래에 미국인 남편을 둔 수강생도 기억에 나요. 최근에 외국에서 전화가 왔는데, “한국에서 선생님 음식을 배우고 갔지만, 더 많이 배우지 못해서 아쉽다. 미국에 한식의 문화를 더욱 알리고 싶은데, 선생님을 늦게 만나서 너무 아쉽다라고 이야기를 해줘서 저도 마음 한 켠이 찡했던 기억이 나요. 그 외에도 음식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 유학을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기가 미뤄져 아쉬워 하는 학생도 있고, 모든 과정에서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감사해했던 일본인 수강생, 겸임교수로 재직했을 때 만났던 많은 학생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동안 전통음식문화를 알리기 위해 발로 뛰어왔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우리의 귀한 전통음식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웃음)


단아하게 한복을 입으신 민경숙 선생님


  우리의 삶과 절대 떼려야 뗄 수 없는 음식문화’. 우리가 오늘도 맛있는 한식을 먹으며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오늘 만난 민경숙 선생님과 더불어 과거의 수 많은 선조들 때문일 것이다. 단순한 음식의 조리법이 아닌 하나의 문화를 가르치고 전달하는 민경숙 선생님, 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배우고 더 나아가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심솔아 (11기 통신원)

마음속 품고 있었던 진정한 꿈을 위해 남들보다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그 꿈은 나의 디자인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누군가의 꿈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꿈을 쫓아 사는 나는 사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사실 글솜씨도 없다. 내 꿈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무턱대고 ‘11기 통신원이 되었다.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기 위해 문화예술을 배우고 싶다. 어쩌면 사람의 내면 깊숙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현장이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이라고 생각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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