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호] 펄럭이는 300인의 외침을 바라보다 - 송진주 통신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0-07-06 조회수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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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300인의 외침을 바라보다
 

<300, 소리 없는 아우성> 프로젝트 


송진주 통신원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

                    「깃 발」, 청마(靑馬) 유치환  

 

 


유치환의 「깃발」 첫 구절에서 소리 없이 울부짖는 깃발의 휘날림이 느껴지는가? 지난 6월 3주간 19일에 이르기까지, 300인 예술가들의 아우성이 광주 시내 금남로 및 광주천 부근 전역에서 펄럭였다. 우연히 시내를 지나치다 바람에 흔들리는 배너를 보고 도대체 무엇을 홍보하고 있는 건지 의문을 가진 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전시일까? 공연일까? 무언가를 홍보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 배너는 알고 보면 어마무시하게(!) 깊은 메시지가 담겼다.

 

 

 
       ▲예술가 주라영, 518 시계탑 근처                                            ▲예술가 이복근, 전일빌딩245

 

 
이는 바로 광주문화재단에서 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한 ‘300,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유치환의 ‘깃발’ 첫 구절을 차용하여 300인 예술가들이 코로나19 극복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예술배너사업이다. 코로나19로 침체된 예술계를 배너 설치를 통해 광주 시민들과 연대감을 형성하면서 예술가들의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무언가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배너 작품 이미지나 메시지에서 마치 고막을 자극하는 듯한 300인의 외침이 마음 속 울림을 준다.

 

예술인들의 숨결이 살아있는 예향 광주, 여기서 도대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공공프로젝트 ‘300, 소리 없는 아우성’은 어떻게 진행된 것일까? 이 사업을 맡은 광주문화재단 정책연구교류팀의 위정선 담당자와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Q. <300, 소리 없는 아우성> 프로젝트를 추진한 동기가 있나요?

A. 코로나19 확산이 길어지자 많은 상반기 문화·예술 행사들이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되었었죠. 이 상황이 길어지면서 대안으로 나온 아이디어인데, 적은 예산으로 조금이라도 많은 예술인들이 참여하게끔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의 간부회의와 내부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제안되고 결정된 프로젝트입니다.

 

Q. 이 프로젝트의 취지 및 목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의 출발은 그 어려움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한다는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광주 예술인만의 언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래서 코로나 시대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프로젝트의 목표는 달성한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예술가 나상세, 코로나 극복 메시지

 


Q.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진행되었나요?
A. 가로등배너도 평면을 활용한 인쇄물이기 때문에 시각예술인만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수단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장르의 예술인이 누구나 쉽게 참여하도록 계획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했고, “이미지 한컷”과 텍스트로 된 “한 마디” 두 가지 유형으로 접수를 받기로 했습니다. 광주문화재단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모집을 진행했고, 최대 400건의 접수를 선착순으로 완료하면 모집을 마감하여 심사를 통해 최종 300개의 작품만을 선정하는 절차였습니다.
 예상하기로는 2주 정도 열심히 홍보를 하면 300명 참여자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공고문을 게시한 지 나흘째 되는 날, 그러니까 접수기간 이틀 만에 400건의 접수가 밀려들어왔습니다.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어요. 계획대로 심의위원회를 열어서 최종 300개의 작품을 선정하고, 보시다시피 금남로를 비롯한 구도심 곳곳에 예술배너를 걸 수 있게 되었습니다.


Q. 진행하면서 좋았던 점 또는 애로사항 등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가장 놀랄 에피소드는 역시 접수기간 이틀 만에 400개의 작품이 접수된 일이었습니다. 재단이 마련한 아주 적은 지원금이었지만, 그런 것에 관여하지 않고 예술인들은 코로나 극복 메시지를 확산하는 이 공공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두셨어요. 덕분에 저는 “이제 본격적으로 홍보를 시작해볼까?”하는 마음으로 홍보담당 직원에게 페이스북 홍보를 부탁하고는 다음날 제발 빨리 내려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사업은 예술인들 간에 자발적인 홍보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그리고 그 확산의 속도가 정말 놀랍다는 것을 알게 된 며칠이었죠. 그러다보니 아쉽게 시간을 놓쳐버린 분들도 많았어요. 우리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300개가 아니라 3만개의 예술배너를 만들 수 있는 예산이 있으면 좋겠다고 푸념을 하곤 했습니다.

 

Q. 이를 본 예술가 및 시민들 반응은 어땠나요?

A. 예술배너를 설치하고 나서 많은 전화와 문자를 받았어요. 어떤 시민은 몇 걸음 걸으면 작품이 보이고 또 몇 걸음 보이면 재미있는 글귀가 보여서 정말 눈 호강한다는 얘기도 해주셨구요. 어떤 예술인은 자신의 작품이 어디에 걸려있는지 찾아다니면서 금남로를 오랜만에 걷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특히 공연예술 분야는 요즘 행사들이 취소되어 시민들과 소통할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배너를 통해 한마디라도 나눌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당초 2주 동안 설치할 예정이었는데 1주일 연장해서 6월 1일부터 19일까지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Q. 본 프로젝트를 통해 담당자로서 바라는 점이 있나요?

A. 예술배너 한 켠을 저에게도 내어주신다면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 다시 오지 못할 소소한 일상과 만남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네요.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하루 빨리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에 어떤 불안도 없는 날이 다시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예술가 심정미, 코로나 메시지가 담긴 배너

 

 

<300, 소리 없는 아우성> 취지에 맞게 코로나19로 힘들어하던 예술가들은 본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어땠을까? 참여했던 300인 예술가 중 시각미술 분야의 김은경 작가를 만나보았다.
   

 

  

                                       ▲김은경 작가                     ▲ 김은경 작가, 518분수광장 근처 지하상가 입구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저는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작가 김은경입니다. 주로 스톱모션 기법으로 영상 위주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Q. <300, 소리 없는 아우성>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A. 지인을 통해서 본 프로젝트를 알게 되었는데, 예술인 대상으로 선착순 마감이라고 해서 안 즉시 급히 제출했어요. 그런데 공고 뜬지 거의 이틀도 안 돼서 조기 마감이 되었더라구요. 신청 방법도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간단해서 어렵지 않게 신청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뜨거운 호응 속에서 프로젝트에 참여하시게 된 소감이 어떤가요?

A. 우선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예술가들을 위한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라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지원 금액이 적으면 적을 수 있고 크다면 클 수 있는 액수인데 문화재단에서 저와 같은 어려운 상황의 지역 예술가들에게 후원해주고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거 같아요.

 

Q. 본인 작품 이미지가 걸린 배너를 봤나요?

A. 시내 갈 일이 많지 않지만 배너 게재하고 이틀 후에 보게 되었어요. 어느 위치에 제 배너가 걸려있는지 명시는 안 되어 있어서, 제 꺼 찾아다니느라 한 30분 정도 시내를 배회했어요. 금남로 4가쪽에서 출발해서 ‘왜 내꺼 안보이지?’하면서 둘러보다가 마침내 찾아냈답니다.(웃음)

 

Q. 300인 참여 예술가로서 배너가 게재된 느낌은 어떤가요?

굉장히 오픈된 공간에 특히 청년작가들의 작업물이 걸리기 쉽지가 않은데,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어요.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는데 지원금도 빨리 받아서 어려운 시기에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놀랬던 게 미술계는 보통 미술계통 사람들만 많이 아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예술가들이 계신다는 것을 이번 계기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지역 예술가들을 위해 진행된 <300, 소리 없는 아우성>이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어땠을까? 지나가는 광주 시민에게 물어보았다.

 

 
▲시민 인터뷰 (양은주,20세), <300,소리 없는 아우성> 배너 옆에서 시민 인터뷰


시민A는 ‘처음에는 지나가다 현수막을 보면 뮤지컬이나 전시 같은 거 하나보다 그냥 정보를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각기 다른 배너들이라서 뭔가 다른(?) 배너들인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시민B는 ‘사실 막상 지나갔을 때 취지를 모르고 봤었는데, (통신원의 취지 설명 후) 좋은 기획의도로 진행된 사업이라서 어려운 지역 예술가들에게 앞으로도 도움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민C는 ‘광주에 이렇게 많은 지역 예술인들이 존재하는지 몰랐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관심 가지고 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300, 소리 없는 아우성>은 지난 3주간 예술가들의 펄럭이는 함성소리와 함께 거리에 오고 가는 시민들에게 존재를 알렸다. 그들 또는 시민들을 응원하는 서로의 따스한 마음이 오롯이 전해져, 앞으로도 그 깃발의 펄럭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송진주 (11기 통신원)

하늘과 땅 사이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

이를 문화라고 쓰고 인생이라 읽는다.

우리는 매순간 깨달으며 배워나간다.

문화 또는 인생은 끊임없이 배우면서 재미나게 살아야한다.

그러므로 난 유희하는 인간(Homo ludens), 송진주로 살고자 한다.

나도 모른 사이에 문화와 함께 숨쉬고, 삶 속 깊이 스며들면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로 인해 문화예술기획을 전공하며, 앞으로 나를 포함한 모든 이가 유희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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