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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노래한 광주
아 광주여 영원한 빛이어라!
2020 광주학 콜로키움
김수빈 통신원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이 혹여 광주에 머무는 이라면, 광주에 대하여 알고 있는가? 알고 있다면, 얼마나 그리고 또 깊이 있게 알고 있는가. 우리가 발붙여 사는 도시에 관하여 심도 있게 알기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나 또한 광주에서 나고 자라나며 광주를 떠올렸을 때 곧장 생각나는 키워드란, ‘민주화’ 그리고 ‘빛고을 도시’ 혹은 ‘문화도시’ 정도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물론 직접적으로 광주라는 도시의 태동을 겪어보고자 발로 뛰며 시간을 들인다면 더욱이 밀도 있는 키워드들이 튀어나오겠지만, 현재와 같은 코로나 시대에 시간을 들인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그랬듯 시간의 흐름에 그리고 그에 따른 변화에 발맞춰 가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었나,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만남이라는 필수적인 요소가 배제되며 더욱이 삭막해진 하루의 연장 속, 몸은 안 되니 마음이라도 즐거운 광주여행을 떠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광주학 콜로키움 – 근대 광주사람들’ 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속 변해가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발 맞춰 사이버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공연, 전시를 제공하고 있는 광주문화재단의 스트리밍 강연이라고 볼 수 있다. 본 프로그램은 콜로키움 형식의 강연으로서 광주 근대화에 있어 여러 테마를 지정하여 전문가들의 발표 후 참가진들과 자유롭게 토론하는 형식의 강연 형태이며, 6월 29일 ‘근대 광주의 노블레스’ 라는 소주제를 시작으로 총 5회 차에 거쳐 인문학과 건축학, 문화 그리고 예술 등 다양한 광주 문화 역사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주요 포인트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부의 활동이 부담스러운 요즘 직접적인 활동 없이도 내 방에서 그때 광주의 정취를 느끼고 그릴 수 있다는 점이다.
4회 차를 진행하는 10월 26일, 트렌치코트가 어울리는 선선한 날씨에 도착한 곳은 광주의 역사적 측면의 산실인 양림동에 위치한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였다. 사직공원의 한참 위쪽으로 올라가야 보이는 음악산업진흥센터는 앞쪽으로 위치한 광주천과 사직공원의 옆쪽으로 이어지는 정감 있는 통기타 거리를 지나쳐 높고 푸른 가을 하늘과 맞닿는 곳에 있었다. 별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취재하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번 ‘광주를 노래한 대중음악인들’의 발제자인 주광 한국방송DJ협회 기획 이사님의 발표에 귀 기울이는 청중들과 그들을 찍고 있는 카메라맨들, 그리고 고요한 듯 고요하지 않은 묘한 긴장감이 웃도는 생생한 온에어 현장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한쪽으로 자리를 잡고 둘러보며 실시간으로 생중계되어질 온에어 현장을 한동안 지켜보고 있었다. 금일 진행된 ‘광주를 노래한 대중음악인들’은 한국방송DJ협회 대표이사인 주광 이사님의 진행으로 1910년대부터 현재인 2020년에 이르기까지 광주의 정서와 그 시절 광주의 모습을 바탕으로 광주를 담고 있는 노래를 소개하고 앞으로 우리 고장 광주를 녹인 노래의 방향성에 관하여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전개방식이었다.
▲광주광역시 행정 구분 약력
발제자인 주광 선생님은 간략하게 본인의 소개를 한 후 광주라는 도시의 간단한 약력과 함께 음악인들이 느꼈던 광주에 대한 노래 속 의미들을 소개했다. 그 정겨운 가락 속에서 광주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몇 가지의 노래와 특징점을 소개하려고 한다.
▲황금심 선생님의 무등산 처녀 作 (1964)
첫 번째로 소개할 음악은 황금심 선생님의 ‘무등산 처녀(1961)’ 이다. 60년대에 발매된 음악으로 가사를 보면 ‘무등산 딸기밭에 딸기 따는 저 처녀야/ 딸기같이 붉은 순정을 어느 님을 주려는가’에서 무등산에서 딸기밭이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옛날에는 광주 동구 지산동 일대에 딸기밭이 풍성했다고 한다. 또한, 같은 시대에 윤일로 ‘광주야곡’ 가사를 보면 ‘무등산 걸린달아 굽이치는 광천교야/ 호남열차 객창으로 바라보니 반갑구나/ 증심사 풍경소리 나의 발길 붙잡는데/ 지난 일을 생각하니 냇물소리 처량하다’에서도 당시 광주의 자연이 얼마나 청량했는지를 알 수 있다.
▲바위섬을 만든 배창희 선생님의 노래가 수록된 앨범 作 (1984)
▲인순이 선생님의 아름다운 우리나라 作(1984)
두 번째로, 광주의 80년대 음악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민주화의 불씨가 지펴진 그 시절의 광주를 우리는 절대 잊어서도 안 되며 절대 잊을 수도 없는 시대이다. 또한, ‘전일방송(VOC) 대학가요제’가 언론 통폐합으로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리면서 음악을 하는 모든 사람의 희망이 사라졌던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음악을 하는 모든 사람이 이번 취재의 장소인 사직골 밑 통기타촌으로 모이게 되었고, ‘예향의 젊은 선율’이라는 앨범을 만들게 되었다. 80년대의 광주를 위로하고 추모하는 대표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김종률 선생님의 ‘무등산 친구(1984)’도 이 앨범(좌측의 예향의 젊은 선율) 속에 들어가 있는 음악 중 하나이며, 당시 광주의 신군부 세력에 총칼을 맞아 가며 홀로 저항하고 있던 고립된 광주를 온몸으로 폭풍우에 맞서고 있는 바위섬으로 은유한 노래가사의 배창희 선생님의 노래인‘바위섬(1984)’도 수록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누구도 광주를 대놓고 말할 수 없었던 시대의 1984년, 인순이 선생님의 가사엔 버젓이 ‘광주 광주 다시 보자 눈물이 앞을 가리네 / 나 떠난 뒤에 누가 너를 이렇게 아껴 주었냐’ 라며 공개적으로 광주의 아픔을 위로하고 기리는 노래를 내어 그녀의 노래에 광주 시민들은 말할 수 없는 위안과 감동을 받기도 했다고한다.
마지막으로 2020년 현재까지도 전 세계를 누비며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BTS의 노래 중 일부를 소개하고 싶다. 2015년 공개된 방탄소년단의 앨범 《화양연화 pt.2》에 수록된 노래 <마 시티(Ma City)>라는 곡 안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Ma city 라는 곡의 가사로 인해 보도된 뉴스기사
‘나 전라남도 광주 baby
내 발걸음이 산으로 간대도
무등산 정상에 매일 매일
내 삶은 뜨겁지 남쪽의 열기
이열치열 법칙 포기란 없지
나 KIA넣고 시동 걸어
미친 듯이 bounce
▲BTS 광주출신 멤버 제이홉
오직 춤 하나로 가수란 큰 꿈을 키워
이젠 현실에서 음악과 무대 위에 뛰어
다 봤지 열정을 담았지
내 광주 호시기다 전국 팔도는 기어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모두다 눌러라 062 – 518’
본 노래의 가사는 광주 출신 멤버인 제이홉 등 멤버 3명이 직접 작사한 곡으로, 멤버 각자가 자란 도시를 주제로 담았다. 가사 중 “7시 모여 집합”이라는 가사는 광주의 지도상 위치가 7시 방향이라는 이유로 극우 성향 사이트 일베가 광주를 비하할 때 쓰는 ‘7시’라는 표현을 저격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의문의 숫자 ‘062’는 광주의 지역 번호이고, ‘518’은 5월 18일 발생한 광주민주화운동을 가리킨다. 제이홉은 이 노래를 통해 고향 광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으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담았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Ma city〉가 공개된 뒤 이처럼 ‘7시’와 ‘062-518’이라는 숫자 안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 방탄소년단의 팬인 ‘아미’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 노래 한 편을 통해 5.18 민주화 운동이 세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노래 때문에 심지어 5·18 묘역을 직접 찾은 아미들도 있었다고 한다. 제이홉은 2020년 9월 10일 KBS 1TV ‘뉴스9’에 나와 “5.18을 언급한 노래도 만들었는데?”라는 질문을 받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에 담을 수 있다는 건 아티스트로서 영광스러운 부분이다”라면서 “5.18은 잊어서는 안 될 하나의 역사라고 생각해서 좋게 음악으로 풀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광주에 대한 긍지를 내비쳤다고 한다.
노래란 한 사람의 경험과 마음으로부터 나온 개인적인 것이 누군가의 입으로 세상에 뱉어지며 다른 이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사적인 동시에 공적인 존재이다. 옛날 그 시대를 이어 조금은 힘겨운 날들을 지나가는 중인 우리는 끊임없이 노래해야 한다. 내 고향 광주를, 그리고 빛으로 다가올 광주의 미래를.
(※ 사진은 주광 강사의 발표자료 중 일부)
| 김수빈 (11기 통신원) 초시대.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는 데서 파생된 단어 위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앞엔 무엇이 있길래 이리도 숨 가삐 뛰어만 가며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아마도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쉬어감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쉬어감의 다른 말을 곧‘문화예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