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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디자이너는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과 예술
2020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정책포럼
마민주 통신원
▲그림1. 2부 시작 전
예술과 4차산업의 접목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2020년 10월 7일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2020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정책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1부 ‘미디어아트와 AI’와 2부 ‘광주 미디어아트의 현재와 미래’ 두 세션으로 나눠진 포럼을 통해 인공지능과 예술의 융합 전략에 대해 살펴보고 인공지능을 적용한 미디어아트 사례와 이에 관한 광주의 성과를 깊이 있게 분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기서 유네스코 창의도시란 유네스코가 문학·음악·디자인·음악 등 7개의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으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한 세계의 도시 중 심사를 통해 선정한 도시를 뜻합니다. 도시의 문화적 자산과 창의력에 기초한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도시 간의 협력을 통해 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표는 창의성을
지속가능한 개발의 전략적 요소로 삼는 도시들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도시가 더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모습을 갖추도록 만들고 나아가 4차산업혁명시대가 요구하는 미래도시로의 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 중심의 도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람 중심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문화예술창작과 AI의 접목을 통해 더욱 풍성한 우리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림2. 1부 발제 '인공지능과 예술'1
▲그림3. 1부 발제 '인공지능과 예술'2
<2020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 정책포럼>에서 ‘인공지능과 예술’을 주제로 한 발제에 참여한 어영정 교수는 인공지능이 예술가의 영역을 침범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오히려 예술가가 인공지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디자이너는 더 이상 야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금을 울리는 말과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해 창작자의 지능과 시간을 절약하여 더욱 의미 있는 작품활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얼굴인식, 자율주행과 같은 분별모델은 이미지를 통해 신원이나 사물 등 개념으로 표현하는 숫자로 변환하는 일을 합니다.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생성모델은 개념을 이미지로 변환하는 일을 합니다. 이는 많은 학습을 통해 쌓인 학습데이터를 사용하여 새로운 이미지까지 생성해낼 수 있습니다.
위의 오른쪽 사진을 보다시피 어느 쪽이 그린 이미지고 어느 쪽이 학습데이터를 통해 생성된 이미지인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이렇듯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으로 확정되고 있는 이때, 발표자는 저작권에 관해서 묻습니다. 어떤 개발자가 여러 유명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쌓은 학습데이터를 사용하여 그림을 창작했다면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의 것인가? 이에 대해 다른 예술가가 대답합니다.
▲ 1부 토론 '인공지능예술'3
토론을 맡은 노진아 교수는 무언가를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그것을 예술로 의도하여 만들어낸 예술의 의지와 생각이라 주장합니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예술은 자의식이 없어 예술작품이라 할 수 없고,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과정을 주도하는 프로그래머의 의도라는 것입니다. 즉 인공지능 기술은 창작자의 의도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것은 인간이며, 인공지능의 적용 및 권한 범위를 선정하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서 어영정 교수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의 저작권은 인공지능을 의도를 가지고 활용한 프로그래머에게 귀속되는 것입니다.
옆의 사진은 발표자의 ‘제페토의 꿈’이라는 작품입니다. 동화 피노키오를 차용해 만든 작품으로, 피노키오는 자신을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에게 인간의 감정을 배웠고 결국 요정의 마법으로 인간이 됩니다. 나무 인형이었다가 사람이 된 피노키오와 함께 살아가야 할 제페토 할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우리가 우리의 피조물인 기계들과 함께 공생해야 할 미래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최근 우리는 컴퓨터 과학, 인지과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기계 인터페이스를 구성할 때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기계들은 멀티모달(Multimodal)의 방법으로 인터페이스를 구성하여 더욱 ‘인간다움’을 갖춘 채 진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점점 기계다워지고, 기계는 점점 ‘인간다움’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예술에 대한 관계성이 모호해지기 시작할 때쯤, 다음 토론으로 한정엽 교수의 발표를 통해 이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AI 아틀리에 프로젝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예술의 실천적 문제 해결과 동시대 창작자와 인공지능의 역할을 규명하고자 진행하는 27억 원 상당 규모의 국가 프로젝트입니다. 창작자의 훌륭한 조수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엔진 개발을 통해 확보한 학습데이터를 기반으로 창작자의 창작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창작물을 분류하고 저장하여 앞으로의 작품설계에 영감을 줄 수 있도록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존의 연구들은 512px의 저작권 없는 명화를 가지고 진행한 것에 비해 ‘AI 아틀리에 프로젝트’는 30,000px의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하여 진행됩니다. 고화질의 데이터를 통해 인공지능은 자세하고 수준 높은 학습이 가능해지고, 그 수준은 예술가의 25년 정도의 숙련도와 맞먹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창작자의 똑똑한 수행자 역할로서 앞으로의 미디어아트 전망을 밝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이슈가 많으며, 새로운 미디어아트 실험을 위해서는 인공지능기반 미디어아트 작품활동을 위한 서비스 플랫폼 구축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제페토의 꿈, 인터랙티브 가변설치, 혼합재료, 2011 ▲ 2부 발제 'AI 적용기술에서 바라본 미디어아트'
다음으로 ‘AI와 첨단기술로 확장하는 미디어아트’를 발표한 신춘성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실험을 가속화하고, 이를 통해 추론된 결과를 확대하고 재생산할 뿐만 아니라 공유하기 위해서 개방형 플랫폼이 필요하다 주장합니다. 또 미디어아트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인공지능과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소스 코드를 공유하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전시가 지원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으로 장민한 교수는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예술적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잘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미디어아트 플랫폼의 성공적인 운영이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고, 과학자들은 그 작품의 구현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며 인문학자는 그 작업의 예술적 의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이 이 결과물을 어떻게 향유할 것인지에 대해 이뤄질 협의가 이 거버넌스의 핵심 목표라고 말합니다.
▲ 2부 발제 'AI 적용기술에서 바라본 미디어아트'2
2부의 세션에서는 광주와 미디어아트를 중점적으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광주의 대표적인 예술관광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페스티벌’, 현대미술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광주비엔날레’, 동시대성을 핵심가치로 기획·제작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콘텐츠를 광주가 역동적인 문화도시림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개선되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언급되었습니다. 박성화 미디어 아티스트는 광주 미디어아트 생태계 기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아트 분야로 진입을 시도하는 학생과 작가에게 충분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쿼르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관광 부분에서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평이 있었습니다. 박진현 기자는 현재의 한정된 행사장을 늘려 광천동 버스터미널이나 송정역 등 공공장소와 파사드나 디지털사이니지를 이용한 작품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림10. 2부 시작
▲ 그림11. 전체사진
이렇듯 <2020 유네스코 창의도시 정책포럼>을 통해 문화예술과 인공지능, 그리고 이를 활용한 미디어아트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며 창작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 사회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도 제작, 유통 및 소비에 있어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는 미디어아트를 창제작하는 도구로서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아트를 탄생시킬 수 있도록 모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마민주 (11기 통신원) 시대착오적인 사람이 될까봐 이곳에 지원해 글을 쓴지 올해로 3년이 됐다. 광주의 문화예술교육현장에 가면 세상에 새롭고 의미 있는 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실감하느라 바쁘다. 열정적이면서 무해한 것들에 대해, 사소해 보이는데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들에 대해 취재하고 그것들을 엮어 글로 풀어내고 있다. 비록 짧은 글이지만, 내가 바빴던 경험들이 잘 드러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