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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의 숲을 거닐다-오페라의 낭만
광주문화재단 창립 10주년 월요콘서트
서지유 통신원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오후를 풍성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광주문화재단 ‘월요콘서트’.
4월 26일 오늘 공연은 해설과 함께하는 오페라 공연으로 광주문화재단 창립 10주년을 맞아 광주성악가협회와 함께 기획되었다.
▲ 빛고을아트스페이스 소공연장 입구
▲ 공연장 내 시행되고 있는 객석 거리두기
코로나로 잠시 주춤해진 문화예술 현장의 우려와 다르게, 빛고을아트스페이스 소공연장은 부부, 연인, 가족, 친구 등 다양한 연령층으로 소공연장 50석을 만석으로 채운 채, 오페라의 잔잔한 여운과 함께하였다.
13명의 성악가의 공연은 오페라 역사, 유래 이야기를 담은 해설까지 들려주며 한층 풍성한 공연이 되었다. 특히 소공연장은 관객과 아티스트의 무대 거리가 가까워 표정이나 감정을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었고 성악가 발성의 울림이 공연장을 가득 채워 무대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다.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축배의 노래”로 시작된 콘서트. 단편 뮤지컬을 보는 듯한 연기력은 단번에 눈을 사로잡았다. “인류의 모든 일은 다 사랑에서 시작하며 사랑으로 끝이 난다.” 사랑, 배신, 치정을 담은 G.Puccini(푸치니)의 음악에 대한 해석을 듣고 푸치니 오페라의 주요 아리아인 '이 궁전에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 '도레타의 아름다운 꿈', 그리고 압도적인 흡인력과 연기력이 돋보였던 '홀로 쓸쓸하게 버려지고', '오묘한 조화'가 이어졌다.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네순도르마-'로 시작하는 노래였다.
발끝까지 전해지는 것 같은 테너 의 성량에 사람들은 집중과 함께 환호성 담긴 박수를 쏟아 보냈다.
두 번째 무대로 서정적 비극을 담은 프랑스 오페라. 1596년 처음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오페라는 프랑스에서 발레와 함께 인기를 얻으며 '오페라 코믹'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메조소프라노의 매력을 부가시켜주는 '그대의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삼손과 데릴라 中)'와 오페라의 기초 입문서라 불리는 '투우사의 노래 (카르멘 中)', '세기디야(카르멘 中)'가 이어졌다. 특히나 '세기디야'를 부른 김사라 메조소프라노의 연기력과 태도는 참 매력적이었다. 도도하고 새침한 춤과 구두 굽으로 탁탁 소리 내어 효과를 높인 무대를 보며, 함께 소통하고 참여하는 무대연출의 매력과 개성 있는 무대를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 무대는 '오페라, 현실보다 더 치명적인 비극'이라는 소제목 아래 '어머니도 아시다시피(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中', '오월의 아름다운 어느 날(안드레아 쉐니에 中')이 뒤를 이었다.
특히나 빠져들어 보았던 '나는 창조주의 시녀(아드리아나 르쿠브뢰르 中)'. 고음과 저음 모두에서 실력을 갖춘 소프라노에게 인기가 있다는 곡답게, 김선희 소프라노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는 숨죽이며 무대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가냘프면서도 탄탄하게 한 음정씩 올리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웅장함과 정교함이 느껴져, 찌푸린 미간 사이로 감탄이 흘렀다.
마치 뮤지컬을 연상하게 한 '아! 이보오 뭐라고 했소(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中)'의 무대는 피아노반주의 진면목을 보여준 무대였다.
고음으로 통통 튀기거나 저음으로 낮게 깔며 감정을 담아내어 피아노의 매력과 희로애락을 느끼기 충분했다. 동시에 "시대는 변하나 욕망, 사랑을 담아내는 오페라는 항상 현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분야"라는 해설답게 가사가 온전히 한국말이 아니더라도, 오롯이 감정과 표정만으로 현실 같은 감정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게 만든 무대였다.
베르디의 음악으로 구성된 네 번째 무대는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고 돈다는 주제였다. 상대의 기를 끌어 받아들이듯 두 팔을 뻗고 줄다리기하는 모션과 포스로 인상을 남긴 메조소프라노 임지현의 ‘불꽃은 타오르고(일 트로바토레 中)’ 무대는 월요콘서트가 끝난 후에도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았다. 마치 어떤 성의 왕비가 관객들의 기운을 남김없이 빨아들여 노래하는 데에 쓰는 것 같기도 했고, 마리오네트(실로 매달아 조작하는 인형극)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뇌리에 박히는 무대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며 대단한 끼를 가진 그의 무대에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뒤이은 ‘밤은 조용하고 고요했지(일 트로바토레 中)’, ‘이 엄숙한 시간에(운명의 힘 中)’ 역시 충만하고 풍족했다. 오페레타 미소의 나라 중 ‘그대만이 나의 사랑’이라는 곡은 성악인 10인과 함께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노래함에도 불구하고 넘치는 성량과 에너지로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며 막을 내렸다.
▲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인사 하는 연주자들
‘오페라’, ‘클래식’ 하면 다소 어렵고 음악적 지식을 알아야만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주는 잠 못 이루고’, ‘투우사의 노래’ 등은 유명 CF나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풍성한 하루는 멀리 있지 않았다. 여기 월요콘서트에 잠시 들리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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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12기 통신원)
내가 문화예술과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좋아하는 이유는 ‘표현하는 삶’이 있고, ‘개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특징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나눔을 갖고, 열정과 다름 사이의 ‘같지 않은 미묘한 변주’를 즐기고자 한다. 내가 문화 향유(취재)와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표현할 수’ 있고, ‘머금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을 되뇌고 깊게 들이킬 때, 비로소 좁은 생각에 갇혀 사는 나를 반성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었다. 통신원으로써 그 항해의 매력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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