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어린이목수축제 전체 참여자들.JPG [size : 2.0 MB] [다운로드 : 49]
취재: 정혜원(제13기 통신원 모담지기)
인터뷰이: 박성완(예술감독), 노여운(참여 예술가), 박송현, 임하은, 표준서(참여 어린이)
2022년 9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동안 영산강 문화관 잔디밭에서 〈어린이목수축제〉가 열렸다. 어린이들이 지역 예술가와 나무, 망치, 못만으로 조형물을 만드는 시간이었는데, 이튿날엔 이미 덩치 큰 네 가지 조형물들이 뽐내고 있었다.
▲ 어린이 목수들입니다~
태풍이 와서 한풀 꺾일 줄 알았던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땀 뻘뻘 흘리며 작업하다가 잠시 선풍기 앞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 예술감독을 만났다.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박성완입니다. 유화 작업을 하는 화가고요. 어린이목수축제의 최장수 참여자라서 작년과 올해 감독을 맡았습니다. 지금은 문화예술교육 프리랜서로 파트타임 알바를 하고 있는 셈이네요.(웃음)
어린이목수축제는 지역 예술가와 어린이가 함께 조형물을 만드는 노작 예술 프로젝트예요. 단순 목공 체험이 아니라 노동과 놀이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 연 자리고, 어린이들은 스스로 고민하고 다른 사람과 협업하게 됩니다. 몸과 마음이 성장할 수 있는 축제죠.
2017년에 시청에서 시작했고 코로나로 두 해 쉬었네요. 작년엔 국립광주과학관과 영산강 문화관으로 장소를 나눠 열었고, 올해는 이곳에서만 네 팀이 작업을 하고 있네요.
▲ 혼자서도 잘해요!
오 년 전부터 시작했다고요? 크고 재밌는 축제인데 처음 알았어요.
이 축제는 좀 부담스럽죠. 준비할 것이 많고 힘도 꽤 들고요. 안전 때문에 사람이 덜 모이는 넓은 곳에서 했는데 문화전당 한복판이나 사람이 많이 오가는 데서 할 수 있다면 더 확장될 수 있겠죠?
어린이목수축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해요.
먼저 직접 만나 하루 워크숍을 합니다. 올해 9월 12일에 빛고을아트스페이스에서 어린이 목수들과 예술가들이 만났어요. 얼굴 보고 친해지고, 무엇을 만들지 함께 공간을 구성했고요. 나흘 후에 여기에서 만나서 3일 동안 망치 하나만 가지고 구조물을 만들어요. 마지막 날엔 이것들을 철거하고 주변을 치운 뒤 헤어지죠.
이 축제는 왜 열릴까요.
아이들이 노작하길 바랐어요. 망치 하나만 들고 못을 박아 하나의 구조물을 자기 손으로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한 포인트예요. 한 번 해보면 다음에도 하게 되죠. 아이들에게 노작하며 살아갈 동기를 불어넣을 수 있어요. 평소엔 어른들이 위험하다고 못 하게 하죠.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받아들이고 상상한 것을 만들기 위해 애써요. 어떻게든 계획한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일은 아이들에게 굉장히 큰 경험입니다.
그냥 와서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올 일도 적었을 텐데, 어쨌든 새카맣게 타더라도 햇빛 좀 보고 땀도 흘리고 그럼 간식도 맛있어지고. 비슷하게 지내던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 밖에서 이렇게 다르게 보내기. 이런 시간만으로도 족하죠. 아이들이 진짜 좋아해요.

▲ 조형물 동쪽의 '별빛해적선'



매년 주제가 있던데 올해의 주제는 무엇인지.
무너져버린 오방성을 짓는 내용이에요. 오방색 개념에 동서남북 방위, 사계절, 윷놀이 동물들을 엮었어요.
동쪽은 주대희 작가와 함께 푸른 돼지를 지키는 해적선, 서쪽은 김경란 작가와 흰 양들을 만들고요. 남쪽은 백상옥 작가와 붉은 개를 모티브로 한 정열의 핫도그를 만들어요. 북쪽은 노여운 작가와 검은 소 모양의 북쪽성을 만드는데 성 속에서 별이 빛납니다. 작품이 완성되면 오방성이 하나의 윷판이 되어 아이들과 윷놀이를 해요.
앞으로 축제가 어떻게 나아지길 바라는지.
매해 느끼지만 아이디어 스케치를 해도 현장에서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때가 있어요. 아이들이 단조롭게 느끼거나 집중하기 어려워하면 게임을 끼워 넣으려 하고요. 서로 관찰하면서 다른 팀을 도와주고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소통하는 일이 중요한데요. 흐름을 좀 보완하면 훨씬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이어서 검은 소 모양의 성을 만드는 한 작가에게 말을 걸었다. 북쪽성에서 망치를 들고 뚝딱거리며 아이들과 편안게 말을 나누던 그가 인상 깊었다.
소개 부탁드려요.
노여운 작가고요. 네 개의 성 중에서 북쪽의 별이 빛나는 성을 맡았어요. 회화를 전공했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 전시도 진행 중이에요.
축제에서 만든 작품이 궁금해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검은색, 겨울, 소를 상징하는 밤하늘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성을 검은 천으로 덮고 모빌로 별을 달자고 했는데 시작한 후에 자유롭게 변형했어요. 지금은 안에 별도 달려있고, 소고기도 달려있고.(웃음)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서 달다 보니까 재미있는 작품이 됐어요.
아이들과 함께하니 어떤가요.
즐거울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요.(웃음) 어제는 한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좀 옥신각신해서 어려웠는데, 엄청 큰 작품을 만들어야 하니 같이 도울 수밖에 없어요. 망치질하고 톱질을 어른들이 선뜻 안 시키잖아요. 그런데 막상 해보면 아이들 습득력이 좋아요. 이틀째만 돼도 만들고 싶은 것을 구상해서 스스로 해내더라고요. 안전하도록 조금만 챙기면 좋은 시간이에요.
몇 년 동안 축제가 이어지는 이유는.
아직까지 큰 사고가 안 나서 그렇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평소에 목재를 다루기가 쉽지 않잖아요. 또 사흘 만에 으쌰 으쌰 해서 빨리 만들어야 하고요. 짧은 시간에 크게 성취할 수 있는 경험이 목수 축제 말고 또 있을까 싶네요.
▲ 이제 못질 정도는 쉬워요.
다음으로, 햇빛이 쨍쨍한데도 모자를 눌러쓰고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추던 귀여운 세 명을 만났다.
소개 부탁드려요.
박: 백운초 6학년 박송현이에요.
임: 지한초 4학년 임하은이에요.
표: 송정동초 4학년 표준서입니다.
입고 있는 조끼를 보니까 같은 팀인가 봐요.
박: 저희는 동쪽 바다를 지키는 별빛해적단이에요.
축제에 오니 어떤가요.
박: 올해 처음 참여했는데, 신기했어요! 처음에는 딱딱딱 될 줄 알았는데요. 잘못하면 부러지고, 못을 다시 빼는 것도 힘들고, 색칠하는 것까지… 땀도 많이 흘리고요. 이렇게 큰 걸 만들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완성했어요. 뿌듯하고 자랑하고 싶어요! 내년에 못 와서 아쉬워요.
▲ 우리가 별빛해적단!
새로운 친구들과 팀으로 활동하기 어렵지 않았나요.
표: 미리 만나 협동 게임하면서 조금 친해져서 괜찮았어요. 어제 같이 땀 흘리면서 만들다 보니까 더 친해졌고요. 저희 팀이 가장 시끄럽고 가장 화목했어요.
박: 협동을 잘해서 더 빨리 배를 만들 수 있었어요.
임: 저희가 1등으로 끝났어요!
여기서 무엇이 제일 좋았어요?
임: 망치질이 무섭고 두려웠는데 지금은 많이 하다 보니 너무 쉬워요. 또 팀원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배를 만들고 나니 뿌듯하고요. 내가 이렇게 큰 걸 만들 수 있구나 하고 신기했어요.
어린이 목수들은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오방성 가운데에서 시작한 윷놀이를 하러 달려갔다. 가까이서 본 성들은 실로 대단했다.
어린이들이 만들었다고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크기와 디자인, 그리고 그 위를 수놓은 재치 있는 그림들까지 보는 재미가 어마어마했다. 바로 다음날 부순다고 했지만 오래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어린이목수축제가 광주를 대표하는 어린이 축제가 되는 그날까지 관심과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