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호] 고유진 모담지기_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사랑의 힘(윤종금 유연미술관 관장)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2-12-12 조회수 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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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LOVE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사랑의 힘-

 

 

취재: (13기 모담지기) 고유진

인터뷰이: 윤종금 유연미술관 관장

 

  

일 년 동안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의 열정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윤종금 관장은 뭔가 조금 달랐다. 그녀의 열정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귀감이 되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도자기를 전공했고 소외 계층의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이 많아 기획자이자 공예 강사로 활동했어요. 작년에 미술관을 열었고 지금은 대표로 있죠.

 

 


 

사진0, 1(단체제공) / 코로나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과 너무 만나고 싶었던 윤종금 관장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을 직접 만나 성향에 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하는데 코로나가 시작되니 그럴 수 없었어요. 대면 수업을 못하니 약간 우울증이 생겼고 작업실에만 있었어요. 영상을 찍거나 화상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영상 콘텐츠에 신나게 반응하니까, 수업을 새롭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문득 이제는 아이들이 나를 찾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술관을 열었지요.

 

코로나가 인생에 있어 터닝 포인트네요.

처음에는 긍정적인 전환점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미술관을 열 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작업을 엄청 많이 했어요. 도자기로 군상을 많이 만들었고 한국화에도 관심이 많아 도자기와 한국화를 섞은 작품으로 전시도 했죠. 돌이켜보면 코로나 덕분에 진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펼칠 수 있었네요.

 

 

 

사진2 / 유연미술관 곳곳에 윤종금 작가의 손길이 묻어있다



유아 문화예술교육 인큐베이팅으로 시작했는데 유아에서 노년까지 여러 대상과 문화예술교육을 했어요. 당연히 대상에 따라 수업 특징이 다르고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끌어내기 위해 질문하는 수업을 많이 해요. 나이 먹을수록 본인의 생각이 뚜렷해지는데 유아는 생각과 행동이 열려있거든요. 생각하는 힘과 새롭게 보는 힘을 함께 키워주고 싶어요. 저에게 오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해요.

 

 


 

사진3,4 (단체제공) / 아이들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거든요




 



 

사진5,6 / 유연미술관에 온 걸 환영해! 신나게 놀아보자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기억에 남는 일은?

아이들을 모집할 때 조심스러웠어요. 수업이 끝나더라도 아이들이 벽화 보러 또 왔으면 좋겠는데 멀리 있는 유치원은 좀 힘들죠. 그래서 주변에서 알아봤는데 무작정 영업사원처럼 굴면 안 될 것 같았죠. 알고 지내던 유치원 원장에게 연락을 드렸고, 나중엔 입소문이 퍼졌죠.

 

 


 

사진7(단체 제공) / 함께 하는 수업이 좋아요



함께하는 것을 좋아해요. 내가 재밌어야 애들도 재밌고, 내가 재미없으면 애들도 그렇게 느껴요. 함께하는, 하나 되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가르쳐주고 싶거든요. ‘꼬마예술가 아트 챌린지는 릴레이형 수업이에요. 여러 유치원이 함께 그리는 거죠. 흙으로 기찻길을 연결하게 하거나, 큰 물고기를 도미노처럼 잇게 했어요. 해 놓은 것을 다음 유치원에서 이어받아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어요.

 

 

 

 

사진8(단체 제공) / 아이들은 편견이 없어요


벽화 수업을 준비하는데 남이 그려놓은 그림은 싫다며 하얀 벽을 원하는 아이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없더라고요. 모두 재밌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할 필요가 없구나. 아이들은 편견 없이 좋아하는구나. 벽에 그리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구나.’하고 느꼈고 기뻤어요하나의 작은 마을 느낌이에요. 이어 그리기 위해서 다른 친구들의 그림을 보면서 배울 것 같아요.

 

 

 

 

사진9(단체 제공) / 얘들아, 내가 물고기를 그렸어. 너네 유치원도 잘 예쁘게 그려.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게 얘들아, 내가 물고기를 그렸어. 너희 유치원도 잘 예쁘게 그려.”라고 영상 편지를 만들어서 다음에 참여할 유치원에 보내요.

흙을 만지고 놀던 때처럼 아이들이 자연하고 같이 놀았으면 해요. 그래서 수업에서 흙을 많이 써요. 아이들은 엄청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구하고 치우기가 귀찮아서 안 하잖아요.

 

 

 

 

사진10 / 이 세상에서 너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야(부상 투혼 윤종금 관장)


 

못 그렸다고 속상해하는 친구들에게 이 세상에 너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야. 선생님처럼 그리는 그림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어, 너처럼 이렇게 조금 삐뚤어져 있다고 해도 이렇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라고 자주 말해요.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그림을 그려주지 말고 아이들 스스로 하도록 돕고 칭찬을 많이 해달라고 부탁해요. 그래서 도와줄 상황이 생기면 선생님이 도와줘도 되느냐.”라고 꼭 물어봐요.

 

다음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예술교육과 문화예술교육은 결이 조금 달라요.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문인 것 같습니다.”라고 했어요. 문화예술은 우리 주변에 늘 있는 문이라고 생각해요.

 

제 교육 철학은…… 창피한데요. 사랑이에요. 식상하게 들릴까 봐 좀 겁나네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지 할 수 있고, 많은 아이들이 문화예술교육이나 예술 교육을 접하길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예술가예요.

 

 

 

 

사진11 (단체 제공) / 아이들과 함께하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미술관에서 기획하고 수업하는 일이 너무 재밌어요. 오래전 유럽 미술관에서 아이들이 워크북으로 공부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아있는데 광주에서는 미술관 교육이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어요. 좋은 전시를 같이 보고 연계 프로그램까지 하면서 아이들에게 세상을 더 보여주고 싶어요.

 

 

사랑한다는 말이 부족해서 그 어떤 말을 꺼내 봐도 대체가 되지 않는다는 노래가 있다. 사랑처럼 무겁고도 가벼운 단어가 지구에 있을까. 몇십 년 동안 예술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윤종금 관장을 보면서 이 단어의 무게를 느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힘으로 세상을 부드럽게 꾸준히 바꾸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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