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 삶터뷰#3 차별 없는 마당을 넓혀가는 사람 / 오솔비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08-29 조회수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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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터뷰 #3

차별 없는 마당을 넓혀가는 사람

 

 

 인터뷰이 : 원광연(아트에듀 대표)

취 재 : 오솔비 모담지기

 

특별한 대상을 사랑하는 문화예술교육자들이 있다. 사랑하는 것은 자신을 닮아 곧 나를 말해주기도 한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그들이 사랑하는 대상과 이야기가 궁금해 올 한해는 잘 들여다보기로 했다

누구를 사랑하며 어떻게 사랑하는지가 자신의 삶을 드러내니 삶터뷰로 이름을 달았다.

 

 

 △ 아트에듀 대표 원광연

 

 

삶터뷰의 세 번째 인물은 아트에듀의 원광연 대표이다. 연극을 기반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하며, 장애인 대상의 연극 수업을 한지 올해로 18년이 되었다. 오랫동안 한 분야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과 태도로 삶을 대하고 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비    : 연극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광연    : 초등학생 때 우연히 한 연극 공연을 보게 되었고, 연극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어요. 소풍 때는 반 친구들을 꼬셔서 연극 공연을 하기도 했어요. 극작, 연출, 주연은 당연히 제가 하고요. 그때는 그런 역할을 구분할 줄 전혀 몰랐어요.(웃음) 공연 이후 반 친구들도 연극에 재미를 느껴서 연말에는 분단별로 발표회도 했었던 게 생각나네요.


솔비    : 어렸을 때부터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광연 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네요.

 

광연    : 어릴 때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었어요. 연극을 만나기 전에는 지휘자가 꿈이었죠. 그 많은 인원의 오케스트라를 한 명의 지휘자가 지휘하는 모습을 TV로 봤는데 너무 멋있었거든요. 초등학생 때 연극을 접하면서 지휘자를 봤을 때처럼 심장이 마구 뛰는 걸 경험했지요. 연극이야말로 나의 숨을 쉬게 하는 동력이라고 생각 들었어요. 지금까지도 연극은 제 인생의 전부라고 할 수 있어요.

 

솔비    : 인생의 전부가 될 연극을 어린 나이에 만나다니 행운이에요! 지휘자가 꿈이었던 어린 광연은 지금 연출을 하고 있을까요?

 

광연    : 주된 역할이 극작과 연출이에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배우를 했어요. 누구보다 노력했음에도 실력 있는 선배를 끝끝내 넘어설 수 없어 좌절감이 들더라고요. 승부욕이 있는 성격이라 더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20대 초반에 희곡을 쓰고 연출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내 적성에 꼭 맞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제가 앞장서서 일을 주도적으로 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가 봐요. 어린 시절 지휘자가 되고 싶어 했던 걸 보면 그게 확실하죠.(웃음)

 

솔비    : 많은 작품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광연    : 1993년 두 번째 창작 희곡 낭자군이요. ‘전국대학생연극제에 출품해서 대상(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어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다룬 국내 최초의 연극 작품이에요. 이후에도 극단 레퍼토리로 계속 공연을 해오고 있어요. ‘그녀들을 기억하며뮤지컬로, ‘기억해주세요야외 노래극으로 변하면서요. 앞으로도 확장시켜 무대에 올릴 계획입니다.

 

솔비    :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많이 받으시나요?

 

광연    : 사람들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사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반응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그리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역사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작품활동을 하려고 해요.

 

 

△ 평생 학습 프로그램 <장애를 넘어 사회 속으로> 연극 수업

 

 

솔비    : 연극 연출과 문화예술교육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광연    : 사실 연극교육은 생계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순수 연극만 하며 생활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연극 문화예술교육을 만나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입시를 지도했고 많은 제자들이 좋은 대학에 가니까 보람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장애인 시설에서 연극을 지도했죠. 그게 인연이 되어 2006년부터 지금까지 18년간 장애인 교육을 해오게 됐네요.

 

솔비    : 18년 동안 꾸준히 해오신 게 대단해요. 우연한 기회로 만났지만, 오랜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광연    : 처음 장애인 교육을 시작했을 때는 두렵기도 하고 걱정이 많았어요. 수업을 마치면 기가 빠져서 돌아가곤 했지요. 그런데 몸은 힘든데 내면이 충만하게 채워지는 걸 경험했어요. 예술가로서 내가 가진 기능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술 활동을 왕성하게 하던 30대 중반에 다시 심장 뛰는 소리를 듣게 된 거지요. 평생 함께 해야 할 일이라는 소명의식이 생겼어요.

  

솔비    : 장애인 문화 예술교육에서 가장 가치를 두는 것은?

 

광연    :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초기에도 연극이 장애인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중점을 두었어요. 연극의 기초인 발성과 발음 연습을 놀이로 변형해서 교육했더니 자연스럽게 언어영역이 발달되고, 흥미를 줄 수도 있었어요. 발달과 즐거움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솔비    : 앞으로 만나보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광연    : 장애인 교육을 시작으로 사회문화예술교육을 다양한 대상과 경험해 보았어요. 장애인 부양 가족, 학교 밖 청소년, 군 장병, 직장인, 노인, 청소년, 마을 주민 등 생각나는 대상들이 많네요. 더 많은 사람들과 문화예술교육을 함께 하고 싶어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계속 도전하려고요.

 

솔비    : 대상에 경계가 없네요. 사회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이라는 큰 공통점이 있어요. 처음 장애인 대상 교육을 시작하셨을 때처럼 연극을 통해 많은 이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일까요?

 

광연    : 제가 추구하는 문화예술교육이에요. 연극을 통한 긍정적인 영향. 즐겁게 놀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주고 함께 걸어가는 거죠. 문화예술교육은 정형화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마당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 2023 창의예술학교 마을주민대상 통합수업

 

 

사회 안에서 문화 예술을 함께 즐기며, 행복하게 노는 것

문화예술교육은 한마디로 배우는 과정이 아닌 노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적 기능이 뛰어나지 않아도 그냥 문화예술을 즐기며 그 안에서 행복하게 놀 수 있다면 그것이 최고예요. 제가 강사로 참여하지만 참여자로도 즐기고 있어요.

 

솔비    :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어떤게 변했나요?

 

광연    :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을 18년간 해오면서 깨달은 것은 편견을 버리는 것이에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어떤 사람들에게든지 한계를 두어서는 안되며 섣불리 규정하는 생각 또한 버려야해요. 또한 교육의 주체가 참여자임을 느껴, 참여자 주도형 교육으로 바뀌었어요. 처음 장애인 교육을 시작했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방향을 설정하고, 참여자들을 끌고 가려고 했는데 경솔했죠. 이제는 참여자 스스로 원하는 방향을 세우게 하고, 가는 방법도 스스로 선택하며 진행하고 있어요. 저는 안내하고 조언하면서 보조자 역할을 하죠. 이러한 변화는 예술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과거에는 연출을 하며 권위적이고 독선적으로 주도해 나갔다면, 지금은 배우와 스태프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만들어 작품을 완성해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2023 창의예술학교 마을주민대상 통합수업

 

 


솔비    :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광연    : 문화예술교육 참여자들에게는 친근하고 재미있는 이웃집 아저씨! 제 공연을 보시는 분들께는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야기꾼으로 기억되고 싶네요.

 

 

 

그가 삶을 사랑하는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마당을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만나는 이를 섣불리 규정하거나 한계를 두지 않기로 다짐하는 사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적용할 줄 아는 사람. 나를 차별하지 않고 편견에 핑계를 대지 않는 태도가 인상깊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하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에 가슴이 뛰는 사람이라면 분명 우리가 사는 이 곳을 더 나아지게 하겠지. 그가 만든 마당에 기뻐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사진제공_원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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