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 내 마음을 너에게 맡기고 싶어 / 조중현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08-29 조회수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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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너에게 맡기고 싶어

 

 

인터뷰이: 이정미(쎄라비 대표)

취 재: 조중현 모담지기

 

 

C'est la vie   '그것이 인생이다'

 

문화예술치유 단체 쎄라비'는 사람들의 마음을 매만지는 일을 한다.

청소년을 상담하고 함께 음악을 만들며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청년의 고충을 들어주기도 하며 소외된 계층을 위해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음악으로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일을 하고 있는 쎄라비'팀이 문화예술교육 워크숍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 81일부터 3일간 일정 중 마지막날 손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주제로 공동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단체의 대표 이정미 님을 인터뷰하기 위해 운림동 전통문화관을 찾았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정빈강사와 탁경아강사도 일부 인터뷰에 참여했다.

 

△전통문화관 입석당에서 있었던 인터뷰 



△쎄라비 대표 이정미(사진제공_이정미)

 

 

 

'쎄라비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성악과 음악치료학을 전공하였고 학업을 마친 후 부산으로 내려와 동료들과 함께 쎄라비를 만들었어요. 졸업 하고 보니 저와 같은 전공자들이 대부분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게 안타까웠어요. 그리고 음악치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부족했고 당연히 수요도 없었죠. 그래서 재미있는 일을 한번 해보자하며 단체를 만들었어요. 주로 음악으로 치유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어요. 또 인문학, 미술, 연극과 협업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사업을 했는지 궁금해요

주로 음악을 이용한 프로그램인데요. 음악으로 풀어내는 솔직한 마음 '음중진담' ,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음악극 '스토리인 뮤직' , 예술로 괜찮은 일상 '별별 We'등을 했어요. 노인을 위한 노래 자서전 나빌레라 날아오르다', 치매노인을 위한 찾아가는 예술처방전'도 있었고요. 군장병들을 위한 갓성비 밴드', 그 외에 취약계층을 위한 힐링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꿈드림'에서 학교밖 청소년대상 학습지원 수업을 했습니다.

 

 

△쎄라비가 진행했던 사업



뿌듯했던 경험을 들려주세요.
꿈드림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인데요. 기관에 오는 친구들 대부분이 소극적이고 반응이 없긴 하지만 작년에 만난 친구들은 정말 심했어요. 세 시간 수업하는 동안 한두 마디 아니면 아예 말을 안 하기도 했거든요. 어찌 되었든 힘들게 마무리 했고요. 얼마 후 소식을 들었는데 아이들 중 반장 격인 친구가 쓴 소감문이 1등을 했대요. 저희끼리 이게 무슨 일이야?” 하며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 너무 힘들어서 선생님들끼리 통화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 친구가 이렇게 썼어요.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여름이었다.” 그때 느꼈어요. “아이들은 기다려 주어야 하는구나하고요. 해준만큼 바라기보다, 기다리고 있으면 어느새 마음을 열고 곁에 와 있더라고요.

 

 

반대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탁경아 강사가 질문에 답을 주었다.

지금은 꿈다락 같은 사회문화예술교육이 일반화되어있긴 하지만 초창기에는 부모들도 학교교육, 학원교육, 사회문화예술교육의 차이점을 잘 몰라 연계되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인지하여 과한 개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래서 자기 자식에게 관심이 집중되길 바라고 학습과 연계되는지에 대한 간섭들이 있었죠. 그리고 본인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거니 개입과 간섭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 간섭이 시작되면 첫 단추가 잘 끼워지지 않는 듯하여 힘에 부칠 때가 종종 있었고요. 그래도 수업이 시작되고 입체적인 수업을 경험하고 나면 태도가 많이 바뀝니다. 반발했던 분들도 존대해 주고, 공손한 태도로 저희들의 아군이 되어 적극적으로 도와시죠! 그럴 때에는 대상자들에 얻는 뿌듯함과는 다른 성취감을 느낍니다.

 

이런 일을 하는 정미' 의 학창시절이 궁금해요. 어떤 아이었나요?

중학생 때 부산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단원이었어요. 덕분에 해외로 공연을 다니기도 했고 오페라 연습을 위해 학교를 일주일씩 빠지기도 했어요.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그게 계기가 되어 자연스럽게 대학에서 성악전공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부모님을 따라 봉사활동을 자주 다녔어요. 성격은 지금보다 더 밝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음악치료를 전공하게 되었나요?

어렸을 때 했던 봉사활동이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재활원에 가서 지체장애인의 생활을 도왔고, 다양한 캠페인에 참가하기도 했거든요. 스무 살 이후에는 매주 고아원에 갔어요. 음악치료를 전공한 게 이런 활동의 연장선처럼 느껴져요. 한편 전공으로 선택한 성악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고 다른 일을 찾다가 음악치료학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대학원에 갔고 지금 하는 일로 이어졌어요.

 

△네팔봉사활동 (사진제공_이정미)

 

 

 

대상자들을 만나며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게 기본이라고 했다. 심하게 구는 청소년들에 대해 물어도, 치매노인들에 대한 고충을 물어도 그녀의 대답은 같았다.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사람에 대한 애정이 쎄라비'에서 만난 대상자들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져 오는 것 같다.

 

이정미 대표는 작년부터 음악, 인문학, 미술을 결합한 손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이 꼭지를 가지고 광주문화예술 워크숍 아이엠 쌤'에 참여했다. 2019년부터 매년 여름 운영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아이엠 쌤'은 지역의 교사와 교육관계자를 위한 역량강화 연수 프로그램으로 서른 명의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다.

 

 

오늘 진행할 프로그램 소개 부탁드려요.

재작년까지는 음악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었다면 손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미술, 인문학, 음악이 어우러진 융합 체험프로그램이에요.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는데요. 첫 번째 '손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는 주름살을 주제로 하는 그림책을 함께 읽습니다. 두 번째는 석고로 손모양을 만드는데 참여자들이 가장 재미있어 해요. 과정 자체를 즐거워할 뿐만 아니라 석고로 만들어진 자기 손을 보며 많은 분들이 생각에 잠겨요. 어떤 분들은 울기도 하고요. 마지막은 '나를 노래하다'입니다. 나의 인생을 위해 고생한 손을 위한 창작곡을 만들어 부르는 순서입니다.

 

 

왜 손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나요?

각각의 사람마다 모두 다른 손을 갖고 있잖아요. 특히 어르신들의 손을 보면 인생의 굴곡이 보이더라고요. 이분들의 저마다의 삶을 존중해 주고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을 듣고 싶어요.

팀원들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프로그램만 운영하는 단체에 머물지 말고 더 재미있는 것을 해보자." 라고 이야기 해요. 예를 들면 큰 버스를 타고 다양한 예술가들이 전국을 돌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통합예술을 하는 거예요. 또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 캠페인송을 만들고 아이들과 함께 합창도 하고 영상작업 하는데 뿌듯하고 가슴이 뛰어요. 앞으로도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요. 제 인생을 돌아보면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즐겁게 하다 보면 더 행복해지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합니다. 조금 막연하지만 지금처럼 행복하게 오래오래 일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쎄라비'와 만난 사람들의 얼굴이 보인다. 이정미 대표의 환한 웃음과 함께 그들도 미소를 머금고 있다. 청년은 위로를 받으며 힘찬 내일을 꿈꿀 것이고, 아이들은 공감으로 용기를 얻을 것이다.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는 지난 세월을 인정받고 어깨가 활짝 펴질 것이다. 먼 훗날 어린 정미'가 나이 든 정미'의 손을 어루만진다. 그녀의 발자취만큼 주름살이 자글자글한 손이다. 두 사람은 웃고 있고 장면이 부드럽게 페이드 아웃된다.

 

 

  # 아이엠 쌤 '손이 들려주는 이야기' 현장 스케치

 



손 캐스팅 작업

① 알지네이트 가루와 물을 섞어 일정비율로 반죽한 후 컵에 붓고 손을 넣습니다어느 정도 굳으면 살며시 손을 뺍니다.

② 만들어진 틀에 석고를 부어 놓은 모습입니다급할 때는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일회용 컵에 각자 이름을 써놓았습니다.

③ 석고가 굳는 동안 그림책을 읽습니다"할머니의 주름살이 좋아요." 그림책을 읽으며 주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합니다.

④ 그동안 고생한 내 손에게 메시지를 남겨봅니다.

⑤ 내 손에게 보낸 메시지를 노래로 만들어 불러봅니다톤차임, 윈드차임을 직접 연주도 합니다.

⑥ 석고가 굳은 후 형틀을 제거하자 손모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미세한 주름까지 표현이 된 것을 보고 모두 신기해합니다.



각자 만든 작품을 들고 단체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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