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호] 틀을 깨부스는 마녀 기획자 / 조중현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09-26 조회수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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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깨부스는 마녀 기획자

 

 

 인터뷰이 : 송선미(스윗뮤직가든 대표)

                                                                  취  재 : 조중현 모담지기

 

 

 

본인과 단체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스윗뮤직가든' 대표 송선미입니다. 대학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가르치며 단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윗뮤직가든'은 클래식을 대중들이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고민하며 공연,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단체를 왜 만들게 되었나요?

결혼 후 일을 그만두게 되는 여성들이 많잖아요. 저희 분야도 마찬가지예요. 제 주위에 있던 선후배 동료들이 다시 연주 활동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남녀노소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클래식에 대한 인식이 되게 무겁잖아요. 음악회를 갈 때면 잘 차려입어야 하고, 중간에 박수도 치면 안되고, 어린아이를 데려갈 수도 없고요.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

공감해요. 많은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겪으며 일터를 떠나게 되더라고요. 당장 제 아내만 봐도 육아에 힘들어하며 신세한탄을 해요. "나 더 일할 수 있는데"라면서요.

경력이동여성들은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다시 연주하기 힘들어요. 가정일에만 매진하다 보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고요. 그래서 그 계기를 만들어 주는 거죠. 어미새처럼 일을 물어와 단원들에게 밀어붙입니다. 계속 고민하게 만들고요.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막 일을 하고 있대요. 기획도 하고, 리플릿과 포스터 디자인도 하고요. 그런 저는 별명이 블랙홀 마녀가 되었지만요.

마녀라는 별명 재밌네요. 저는 벌써부터 피곤해지는 걸요?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간다는 건 큰 결심이 필요해요. 가장 먼저 '뭘 입고 가야 하나' 하는 생각부터 들고요. 당연히 아이들과 즐긴다는 건 상상도 못 해요.

시즌 2까지 만든 ~떠나볼까?’는 가족 클래식 공연이에요.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그 나라의 작곡가와 음악을 만나죠. 저희를 따라 관객들이 ~” 외치면 공연이 시작돼요. 스토리텔러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 모차르트, 베토벤을 만납니다. 공연 중간에는 관객과 함께하는 퀴즈시간, 바디퍼커션, 간단한 악기 연주를 넣어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매년 여름, 겨울 방학에 하는 '~떠나볼까?' 공연을 휴가라고 생각하며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슝~떠나볼까?' 공연의 한장면(사진제공_스윗뮤직가든)

 

 

기존 클래식 연주회와 다르게 기획하면 이것저것 많이 부딪힐 것 같아요.

'어린이를 위한 EDU CONCERT'를 할 때였어요. 피아노 연주와 동화구연, 영상이 함께하는 '보는 클래식' 공연인데요. 이 공연을 기획하면서 입장 연령을 일곱 살에서 다섯 살로 낮췄어요. 3부에서는 손뼉 치기, 발 구르기, 율동 같은 신체놀이도 했죠. 의견을 듣고 관계자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이들이 울고 소리 지르는 난장판이 될까봐 걱정했어요. 하지만 저는 무조건 할 수 있다라고 말했어요. 아이들의 집중력을 믿었거든요.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어요. 처음에 우려했던 분들도 , 이게 되는구나라고 말했어요.

▲'에듀콘서트'의 율동장면(사진제공_스윗뮤직가든)


단체에 대해 찾다가 단 하나의 지구, 지구지킴이 콘서트영상을 봤어요.
지구는 인간의 것이 아니다. 많은 생명체와 공존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오염된 지구에 사는 동물의 이야기를 만들었고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빌려왔어요. ‘샌드아트로 감정을 표현했고요.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예요. 암탉과 수탉이 등장해 크게 싸워요. 이유는 암탉이 알을 낳기를 거부하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암탉이 말해요. "땅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알을 낳을 수가 없어. 우리 아기가 계란 프라이가 될 것 같아."라는 줄거리로 샌드아트를 하고 동물의 사육제를 연주합니다. 스토리가 있으면 아이들은 훨씬 더 친숙하게 받아들여요. 무작정 분리수거해야 해!”라는 것과는 다르죠.
▲단하나의 지구, 지구지킴이 콘서트(사진제공_스윗뮤직가든)

  

 

클래식 공연에 환경 문제와 재미있는 이야기까지 들어있군요. 평소 환경에 관심이 있었나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하는 '예술로 탐구생활'이 있어요. 교사와 예술가가 한 팀을 이뤄 세상의 이슈를 문화예술교육으로 풀어나가는 프로젝트예요. 작년에 효동초등학교에서 '예술로 지구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수업을 했어요. 동물의 입장이 되어 인간에게 편지를 쓰고, 정크아트를 만들고, 캠페인송을 만들어 불렀어요. 아이들이 스스로 멸종위기동물을 조사해서 코알라, 황제펭귄이 되어 인간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너희들 때문에 힘들다.” “이 더러운 지구에 더 이상 살 수 없어.” 이런 내용으로요. 각자 집에서 가져온 쓰레기로 정크아트를 할 때는 아이들의 창의성이 돋보여요. 아무리 봐도 뭘 만들었는지 모르는 작품을 아이들이 설명할 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 후에는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붙여요. 피아노를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는 아이가 멜로디를 만들고 작사를 하고 노래를 합니다. 그렇게 만든 노래를 현장에서 녹음을 해 선물했어요. 그 과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습니다.

     영상 링크. 예술로 지구를 그리다  ▷​▷ https://youtu.be/wRrIyFpgVQ8?si=rzRZhYrk0n_nTBV6

 

대표가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자는요?

음악을 예로 들면 기능을 가르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어야 해요. 문화예술교육은 참여자들이 상상력을 펼칠 수 있게 길만 잘 열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은 하나의 장르에 불과하거든요. 이걸 매개로 해서 자신의 무언가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문화예술교육자는 답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상적인 사례를 들려주세요.

작년에 '마음예술가 MOM'을 할 때 랩을 만들어 부르는 순서가 있었어요. 그걸 위해서 소품을 되게 많이 준비했어요. 힙합 의상과 소품은 기본이었고, 미러볼 달고 벽도 화려하게 장식했죠.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어 놓으니 처음에 쭈뼛쭈뼛했던 엄마들도 자기 차례가 돌아오면 다 해요. 직접 쓴 가사에는 남편, 시어머니 이야기부터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속풀이 하듯 꺼내죠. 또 패션쇼 꼭지에서는 당신들의 끼를 아주 맘껏 드러냅니다. 점점 감춰져 있던 본인의 모습이 나와요.

▲마음예술가 MOM(사진제공_스윗뮤직가든)

일하면서 어떨 때 재미를 느끼나요?

은빛노 창작예술극이야기를 해볼게요. 작년에 했던 브라보 마이라이프의 연장선인 셈인데요. 참여자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소리로 나를 표현하는 예술극이에요.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참여했는데요. 단순한 호기심으로 참여한 어르신부터 우울증을 앓고 계신 분, 젊은 시절의 꿈을 생각하며 뽐내고 싶어 하는 분 등 저마다 사연 있는 분들이 왔어요. 개개인의 사연을 들어서인지 어르신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의미 있게 보였어요. 마치 삶의 궤적을 그리는 것 같달까요. “오메~ 나 창피한디..”, “나는 시키지마랑께하던 분들이 무대에 올라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섬세한 움직임으로 내면의 나를 표현하는 순간. 그때 느껴지는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은빛노 창작예술극 활동사진(사진제공_스윗뮤직가든)

 

 

마지막 질문이에요. 앞으로 스윗뮤직가든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요?

건물을 사서 예술 센터를 운영하고 싶어요. ‘은빛노 창작예술극’, ‘~떠나볼까?’, ‘마음예술가 MOM’, ‘지구지킴이콘서트’, ‘소리꾼이 들려주는 클래식프로그램을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상시 운영하는 모습을 꿈꿔요. 센터에는 함께 작업하는 단체와 예술강사들이 상주해 있고요. 지금처럼 미술작가, 작곡가, 음악치료사, 소리꾼 등 많은 예술가들이 저희 곁에 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우리만의 예술근육을 살찌워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요.

  

▲송선미 대표(사진제공_스윗뮤직가든)

 

 

 

근래에 만난 사람 중 가장 오지랖이 넓은 그녀가 부담스럽다. 여기저기 아는 사람에게 모두 전화해서 이것저것 해보자며 들들 볶는 프로참견러그녀를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타인에게 과하게 몰입해서 만드는 프로그램은 살짝 낯 간지럽기도 하다. 그런데 그녀가 디자인한 리플릿이 예뻐 자꾸 눈길이 간다. 클립영상 속 사람들은 꽤 즐거워 보인다. ‘저게 정말 재미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녀의 바람대로 예술계의 맹주가 되어 잘 먹고 잘 사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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