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호] 내년엔 모담지기가 없어질까요? / 조중현 모담지기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12-26 조회수 85
첨부파일


내년엔 모담지기가 없어질까요?

 

_조중현 모담지기


유월부터 십일월까지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통신원으로 활동을 하며 여섯 명의 기획자를 만나고 다섯 편의 인터뷰 기사를 썼다.

여전히 일과 가정 사이에서 외줄 타기 중인 김현화 님, 목공에 대한 애정을 쏟아내던 이금희 님, 일 벌이기 전문가 이정미 님, 귀여운 마녀기획자 송선미 님, 수줍은 서포터이자 플루티스트 김윤미 님, 그리고 뉴스레터에 아직 싣지 못한 박지애 님까지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들려준 여섯 명의 얼굴이 떠오른다. 올해의 마지막 기사는 모담지기 활동을 거울삼아 나에게 질문을 해본다.



△ 올해 취재했던 인물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두아이의아빠 #베이시스트

저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베이시스트입니다. 스무 살에 우연히 접한 재즈가 좋아서 음악을 시작했고 피아노에서 베이스로 전향 후 베이시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음악도 경제활동의 일부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언젠가는 내 음악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고 있어요. 음악활동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요. 하지만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충족되는 편인 것 같아요. 혼자 있다 보면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게 아이디어가 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방향을 잃기도 해서 아쉬운 적이 많습니다. 뭔가 꾸준히 하는 걸 되게 지루해하는 성격이라 올해는 모담지기 하나만이라도 꾸준히 하여 잘 마무리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활동했습니다




△ 베이시스트와 아빠



인터뷰를 할 때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공감

공감인 것 같아요. 인터뷰이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게 처음에는 단체나 프로그램에 대한 표면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대화가 무르익으면 내용이 깊어지더라고요. 공감과 되묻기가 반복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로 이어졌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칠월에 만났던 나무창작소 이금희 님이 생각나는데요. 처음에 단체와 프로그램에 관한 상투적인 질문 몇 가지를 던졌고 그녀의 답변에서 또 궁금한 것을 되물었어요. 그게 반복되며 인터뷰 중반부터는 어느새 질문은 사라지고 둘의 대화만 남더라고요. 친정집에 장롱을 만들어주었던 이야기, 청소년이 된 두 아들과 식탁에서 밥먹는 이야기, 하기싫은 작업을 가격을 높게 불러 거절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녀의 삶속으로 저를 이끌었어요. 그 이야기들을 모두 인터뷰에 실을 수는 없지만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모여 인물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녹취를 풀어서 글로 옮길 때면 인물이 입체적으로 떠오르며 글이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 이야기의 시작을 열었던 도마



문화예술교육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문화예술교육을 무어라 정의하게 되었나요?

#있는모습그대로

'쎄라비'의 대표 이정미 님이 했던 말이 생각나요.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며,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다려 줘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 말에 매우 동의해요. 문화예술교육은 학교나 학원의 교육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교과서 같은 틀이 아니라 자유로운 예술 속에서 나를 돌아보는 활동이죠. 그러려면 참여자와 기획자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 쎄라비'3인조. 지켜보고있다



모담지기를 하기 전과 지금, 당신은 달라졌나요?

#대화의기술

올해 초 아내가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자긴 정말 공감 능력이 떨어져.” 저는 제가 공감능력이 좋은 줄 알았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을 때 고개를 끄덕이고 적절한 추임새를 넣고요. 근데 이상하게 대화가 끝나고 나면 그 사람에 대해 기억나는 게 없었어요. 공허함만 남았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내가 이 글을 써야 한다는 목적이 있어서 이기도 했지만 인터뷰를 열심히 준비했기에 상대방의 말에 진심으로 공감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어느 정도 습관이 되었을까요. 아내와 대화할 때도 말이 끝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렸고 말하는 부분을 더 캐내서 돼 물어주었어요. 종전에 중간에 말을 끊고 언성을 높이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죠.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에요. 그리고 추가로 친애하는 대 편집위원 아봉님의 모담살롱 덕분에 책을 더 읽게 되었고요.



아내. 무서운 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여섯 명의 기획자들과 만나면서 오디오'가 빈 적이 없었어요. 이분들이 참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어요. 기획자들은 매 순간 누군가를 위한 생각을 하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건 각자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에 맞는 첫걸음으로 속풀이 대상이 되고 싶어요.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쏟아내서 좋고 저에게는 여러 가지 경험을 엿들을 수 있으니 좋고요. 분명 위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기획자들의 세상을 향한 작은 날갯짓에 바람을 불어넣어 주고 싶습니다.



바람을 넣어주다







잔잔한 울림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