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호] 인생 첫 컷이란 책을 마무리하며 / 광산문화원 조수현 문화예술교육사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12-26 조회수 117
첨부파일


인생 첫 컷이란 책을 마무리하며


글_광산문화원 조수현 문화예술교육사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수업을 들을 당시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웠고,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다.

과연 이런 내가 문화예술교육사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예체능을 전공하면서 내가 느꼈던 긍정적인 변화들을 비롯해 예술이 가질 수 있는 자유로운 점을 많은 분과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에 흥미가 생겨 도전해보고자 했다.

 

문화예술교육사로서 첫 근무를 하게 된 광산문화원을 소개하자면 문화예술교육’, ‘지역문화의 발굴과 전승’,‘자료보존을 위한 디지털 자료 구축을 기반으로 향토문화 연구 활동 및 문화재 탐방과 문화학교를 운영하며 삶과 연결된 다양한 생활문화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다. 광산구에서 오래된 공간이라 그런지 광산문화원을 방문하는 연령층은 대부분 어르신이었다. 이렇게 문화와 관련된 여러 프로그램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방문 연령층이 명확했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을 배우고 프로그램 진행하는데 그리고 어르신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인생 첫컷 프로그램 포스터 및 홍보



처음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당시에는 뮤지컬 또는 연극을 기반으로 만들고자 했다. 기존 문화원에서 진행되고 있지 않은 분야이기도 했고, 내가 잘 아는 분야면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기획서를 가지고 1, 2차 컨설팅을 받으면서 오히려 내가 생각에 갇혀있었다는 걸 깨닫고 과감하게 바꾸게 되었다. 광산문화원에서 진행하고 있지 않은 분야이자 기존의 교육 수업과는 다른 진행방식을 가진 수업의 틀은 유지하면서 5-60대분들이 어떤 걸 하면 처음 접하는 신선함을 경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보며 시간을 미술로 표현하고, 순간의 기억을 이야기로 풀어내며, 재인식한 나를 프로필 사진으로 기록해 보는 프로그램인 인생 첫컷을 만들게 되었다. 이를 통해서 잠재된 자신을 발견하고, 변화한 모습들을 찾아내 미래의 나를 만들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6회차 수업 사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그림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끝까지 그림을 마무리하시던 모습, 어릴 적 좋아하던 노래를 공유하는 수업 때 처음엔 안 부른다고 했지만 나중엔 더 열심히 부르던 모습, 프로필 사진을 예비로 촬영하는 날 서로 옷을 바꿔 입기도 하고 소품을 빌려주기도 하며 핸드폰으로 서로를 찍어주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수업 마지막 날, 10회차를 참여한 소감을 듣는 자리에서 수업이 부담되기도 하고 오늘은 뭐 할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근데 10회차를 다 들어보니 의미 있는 수업이라는 생각이 든다.”,“참 듣길 잘한 수업이었다.”“나를 돌아보고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나의 미래를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라는 소감들을 통해서 프로그램이 참여자분들에게 변화를 주기도 했고, 기획 의도처럼 받아들인 분들도 있다는 걸 체감할 수 있어 뜻깊게 느껴졌다.

 

문화예술교육사 현장 역량강화 사업은 말 그대로 나처럼 문화예술교육사로서 프로그램을 처음 기획해보거나 경험이 적어 어려움이 있는 문화예술교육사를 현장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나 또한 이 사업 참여를 통해 혼자였다면 힘들었을 프로그램을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옆에서 조언해주고 차근차근 행정업무를 알려준 기관의 도움부터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기획서 작성 및 여러 문화예술강의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배울 수 있었고, 현장을 경험할 수 있었다.



△프로필 촬영 수업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인 인생 첫컷을 마무리하고 느끼게 된 건 이 모든 과정에 인내가 필요하단 점이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모르는 대상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자 끊임없이 찾아보고, 프로그램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계속 확인하고, 한 회차가 끝나고 수업을 다시 복기해 다음 주에는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 찾아내는 게 정말 인내의 시간이었고, 하면서도 이게 맞는지 확신하지 못했던 적도 많았다. 늘 수업 시작하기 전이 가장 불안했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다음 주까지 버티게 하는 힘을 받기도 했다. 그런 불확실과 확신 그 애매한 어딘가에서 인내를 가지고 버텨내니 마지막 참여자 후기가 더 와닿게 느껴졌다. 내가 처음부터 목표했던 전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채운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

 

나는 문화예술교육이란 한 권의 공책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막연하게 느껴지는 무지의 공책에 자신이 배운 걸 차근차근 채우고 적어가다 보면 그 공책은 한 권의 책이 되는 것처럼,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한 회차씩 경험하고 느끼다 보면 수업이 끝났을 때 어떤 의미가 담긴 한 권의 공책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생 첫컷프로그램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여러 활동을 통해 관계가 맺어진다는 것이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과 느낌으로 남았고, 참여자분들에게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의미의 페이지로 남았으면 한다.

 

저는 앞으로도 처음 기획한 인생 첫컷의 기억과 의미를 간직하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참여자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문화예술교육사가 되고자 한다.





이달의 울림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