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편지]☁시작하는 마음 : 빡세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4-06-26





편집위원회 단톡방이 있고, 이름은 "안녕, 뜬구름"이다. 주제를 잡아 취재하고 글과 사진을 정리해 편지지를 가꾸어 부치는 일을 요 손바닥만 한 방에서 복작대며 치른다. 


유월 호에 실을 세 편의 글이 차례차례 단톡방에 올라왔다. 이때의 반가움은 택배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현관문을 빼꼼히 열어 왼쪽 구석을 바라볼 때 드는 기쁨과 맞먹으려나. 고요했던 단톡방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일단은 애독자의 마음으로 쓱 읽었다. 그리고서는 "지킬 앤드 하이드"마냥 홱 돌아서서 틀리거나 빠진 글자가 없는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인지를 눈을 홉뜨고 입을 앙다문 채 되읽었다. 그러던 중 유정 위원에게 카톡이 왔다.


"'빡셌다'는 고쳐야 할까요. 놔둬야 할까요."


우연일까. 두 편의 글에서 '빡세다'라는 동사가 사이좋게 등장했다. 민병은 님의 〈현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와 김옥진 님의 〈무모함으로 생기는 균열〉에서다.


"경험이나 의견은 기획 의도, 배경, 방향이 설정된 이후 세부계획을 구상해갈 때 빡세게 논의하자."


"매번 바깥에 있는 광주폴리를 돌면서 청소년들과 미술 작업을 하겠다고 했다. 듣기만 해도 바쁘고 정신없고 빡셌다."


'빡세다'는 표준어가 아니지만 '힘들다'는 말로는 턱없고 퉁칠 수 없을 때 쓴다. 특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언치 남 좋은 꼴 보겠다고 돈 될 리 없는 일로 판을 짜는 기획자라는 인류와 '빡세다'는 바늘과 실, 야근과 박카스 같은 사이가 아닐까. 갑자기 이상한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조을정 님의 글을 정신없이 훑으며 '빡'으로 시작하는 글자를 찾았다. 세 명의 기획자가 쓴 글에 모두 '빡세다'라는 동사가 들어있다면 이것은 필연이니까. 해트 트릭이 눈앞이다.


에이, 없네. 

대신 을정 님의 글에서 읽고 또 읽었던 부분을 여기에 옮긴다. 


"비장애 형제·자매를 만나기 위해 재활치료를 하는 광주 신가병원과 희망병원에 찾아가 치료사 선생님들을 만나 홍보자료를 전하고 포스터를 붙였고 서구·동구·광산구 장애인 복지관에도 갔다. 사설 치료센터 일곱 군데에도 포스터와 안내지를 놔두었고 광주 초등학교 특수교육 선생님들의 커뮤니티에도 알렸다. 협력 기관이자 교육 장소인 이야기꽃 도서관과 선운지구 커뮤니티에도 당연히 말했다.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리고 싶었지만, 포스터 하나만 게시해도 삼십만 원을 달라기에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빡세다.




뜬구름 편지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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