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편지]☁뻔한 것에 치를 떠는 마음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4-07-30





'여는 글'에서 뻔한 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우리는 왜 뻔한 것에 치를 떨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얼마 전 열렸던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경기장이 아닌 도심이 무대였고 성화는 열기구에 실려 타올랐다. 각 종목을 그림으로 표현한 픽토그램도 완전 색다르다. 누가 빠리 아니랄까 봐. 


지금 책상 위에 놓여있는 '꿀꽈배기' 봉지 뒷면엔 이렇게 쓰여있다. "백 프로 국내산 아카시아꿀만을 사용해 양봉농가를 돕고 있으며..." 1972년에 태어난 과자조차 나는 특별하다며 애를 쓴다.


유일하고 특별하고 끊임없이 새롭고 싶은, 가능한 듯 불가능한 욕망이 나와 남의 속에 그득하다.  '뻔한 것'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까닭은 매일 그저 그렇게 살아야 하는 운명 때문일까.


돌아보면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이 뻔할 뻔 자를 넘어서려는 몸부림인가 싶다. 글 몇 자 적는 데도 이렇게 안간힘을 쓰는데 다른 일은 오죽할까. 


지금 이 편지를 읽는 당신이 기획자라면 따따블로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이번 편지에서 소개할 문화예술교육 단체들과 미술관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뻔하지 않은 네트워킹과 뻔하지 않은 미술관 문화예술교육을 알려달라고.


"잘 만나려면 양쪽에 도움이 돼야 해요. 뚜렷한 목적이 있고요. 주선자는 눈치껏 빠져야죠." 

"전시기획과 교육기획을 함께 해요. 예술가와 교육대상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만나고요." 


뻔한 소리 아닌가. 유일하고 특별하고 새로운 답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허겁지겁 국어사전을 뒤져 '뻔하다'의 뜻을 더듬거렸다. "바라보는 것이 뚜렷하다"라고 쓰여있다. 으읭?


뻔한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뚜렷한 시선이고 일의 기본이었다. 유일하고 특별하고 새로워지고 싶다면 먼저 뻔해야 하는구나. 뻔하게 살아야겠다, 뻔뻔하게는 말고.



뜬구름 편지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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