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뜬구름 편지]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르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4-11-26
첨부파일
  • 게시용11월기획기사_3.jpg [size : 321.0 KB] [다운로드 : 0]

“미디어로 봄”에서 시각장애인과 전시 보고 왔어요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르다



양동준 / 허니펀치 대표



“내가 일을 저지른 건가?”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밀려왔다. 올해 예술시민배움터 “미디어로 봄”을 함께 하는 시각장애인과 휠체어 사용자들에게 광주비엔날레를 같이 방문하겠다고 호기롭게 약속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이동할 때 불편하지 않을지, 그들에게 예술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넘어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방정맞은 입을 원망하며 만날 장소와 전시 동선을 살펴본 후, 돌아다니기 괜찮은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준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시를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선뜻 나설까 싶어서 고민했다. 다행히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광주비엔날레 도슨트와 관계자와 함께 전시를 볼 수 있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미디어 봄" 참여자들과 함께 광주 비엔날레 전시를 보았다 ⓒ허니펀치



“만지지 마시오”


비엔날레 관람 중 수시로 맞닥뜨려야 했던 “만지지 마시오”라는 경고는 예술을 다른 감각으로 느껴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경계의 벽이 될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들이 미술관을 잘 가지 않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한다는 말을 익히 들었기에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관람을 시작했다. 도슨트의 배려 덕분에 보이지 않지만 상상으로 작품을 느끼며 그 속에서 예술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함께 갔던 “미디어로 봄” 참여자들은 매우 만족했다. 그렇지만 궁금했다, 나라는 비장애인이 알아채지 못한 장벽이 있었는지.


휠체어를 타고 온 영준 씨는 “몇몇 제약이 눈에 띄었다”라고 말하며 시야가 낮아서 몇몇 작품들은 제대로 보기 힘들었고 경사로가 너무 높아 이동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일부 작품은 계단을 오르거나 발로 밟아야 느낄 수 있는데 그런 작품을 체험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영준 씨와 대화하면서 누군가는 가볍게 올라갈 수 있는 작은 경사로가 다른 이에겐 에베레스트 등산처럼 큰 도전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휠체어 사용자 영준씨는 시야가 낮아서 몇몇 작품들은 제대로 보기 힘들었고 경사로가 너무 높아 이동하기 어렵다고 했다. ⓒ청춘기획



“안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달라요.”


함께 간 시각장애인 현미 씨는 늘 긍정적이고 유쾌하다. 홍삼 스틱인 줄 알고 먹었더니 일회용 샴푸였다는 일화를 웃으며 풀어내기도 했던 그녀는 예전에 미술관에 다녀왔을 때는 전시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며 이번 비엔날레 관람은 특별했다고 말했다. 눈앞에 바로 보이는 것처럼 세세하게 풀어 설명해 준 도슨트 덕분에 예술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는 그녀의 말이 큰 울림을 주었다. 그리고 다행이었다. 내가 설명을 했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천장에 파이프가 달려있네요.”

“왜요?”

“그러게요….”


또한 “안 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다르다”라고 강조하던 현미 씨의 말은 지금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말은 장애인들이 겪는 현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다.


눈앞에 바로 보이는 것처럼 세세하게 풀어 설명해 준 도슨트 덕분에 예술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는 현미씨의 말이 큰 울림을 주었다. ⓒ청춘기획



“뷔페는 싫어요.”


비엔날레 관람 후 우리는 담양에 가서 가을바람을 느끼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시각장애인들이 한 그릇 음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뷔페는 그들이 음식을 고르고 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며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부탁하는 일 역시 미안하기에 ‘비빔밥’처럼 메뉴가 정해져 있는 음식이 더 좋단다. 이 이야기를 듣던 영준 씨도 “휠체어를 타면 높이가 낮기에 음식을 담기도 불편하고, 휠체어를 밀어야 하니 번거로워서 지인 결혼식에서조차 식사를 포기한다”라고 덧붙였다. 일상에서 간단히 스스럼없이 해왔던 활동조차 누군가에겐 큰 장애물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이 자리에 함께한 초희 씨와 민지 씨도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편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들에겐 이미 익숙한 듯했다. 오랜만에 방문한 극장에서의 불편, 예술 체험의 기회 및 인프라 부족, 이동의 어려움 등등 장애인들이 마주하는 제약들이 늘 그들 앞에 있었다. 기술의 발전 역시 아직 그들에겐 호의적이지 않았다, 우리가 편하고 빠르게 이용하는 키오스크도 장애인에겐 소통 불가의 대상이었으니까.


그들에겐 이미 익숙한 듯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유쾌하게 웃으며 편히 이야기해 주었다. ⓒ청춘기획


하지만 그들은 유쾌하게 웃으며 자신의 어려움을 털어놓았고 오히려 듣고 있는 내가 미안했다.


“다수가 아닌 소수의 삶에도 공감할 수 있기를.”


몇 년 동안 장애인, 이주여성, 노년 등 다양한 계층과 문화예술 교육을 진행해 왔지만 그들의 삶을 100% 이해한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겪는 현실을 더 잘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기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틀림’이 아니라 단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다름’도 아닐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전달할 방법을 찾고 있던 그들은 “미디어로 봄”을 통해 서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사회의 문제들을 풀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는 우리의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들은 오늘도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며,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요”라고 말하고 있다.


“조금 느리면 어때요. 그저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걸을 뿐이에요.”





양동준 / 허니펀치 대표

우리 주변의 이웃들과 함께 예술을 통해 소통하고자 한다. 장애인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며, 때때로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나눠봄 게시글 상세 폼
top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