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병태씨와 고래사냥>
글 - 강진아 통신원
10월 7일 수요일 오전 10시, 5~60대 남성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광주에서 진행되었다.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한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이름 하여 '병태씨와 고래사냥'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 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 마리
우리의 사랑이 깨진다 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다 해도
우리들 가슴속에 뚜렷이 있다 한 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송창식의 고래사냥 중-
각자의 고래를 찾기 위해 모인 열 다섯 명의 병태씨들, 그들의 첫 만남을 엿보고 왔다.
'병태씨와 고래사냥'이란?
"소녀 김영순이라 하옵니다." 김영순 문화예술교육팀장의 소개로 '병태씨와 고래사냥'의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다. 아직 찾지 못한 꿈, 포기했던 꿈, 이루지 못한 꿈 그리고 새롭게 꾸고 싶은 꿈을 찾아서 온 5~60대 남성들(이하 병태씨들)에게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태씨와 고래사냥'은 문화예술교육의 사각지대에 있는 5~60대 남성을 위한 대한민국의 첫 프로그램이고 그만큼 야심차게 기획하고 준비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어 서영진 대표이사의 인사와 스텝소개가 있었다. '병태씨와 고래사냥을 기획하고 주 강사로 활동할 추말숙 강사, 이가율 ․ 김지연 보조강사, 김유정 ․ 정윤정 담당자, 촬영을 맡은 조재형 감독, 연구를 맡은 최정낭, 김이연 연구원의 소개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수요일 10시~1시에 빛고을아트스페이스 5층 대강당에서 총 8차시동안 진행되며, 4~5차시에는 1박 2일동안 담양 창평에서 '여행의 기술'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진주 조개 잡이 놀이로 몸을 풀어볼까?
추말숙 강사의 진행으로 본격적인 수업이 진행되었다. 의자를 치우고 몸풀기로 '진주 조개 잡이 놀이'를 하였다. 세 명씩 짝을 지어서, 한 명은 조개가 되고, 두 명은 조개를 싸고 있는 진주가 된다. 술래가 "진주 바꿔.", "조개 바꿔." "모두 다 바꿔."라고 외치면 진주와 조개는 구령에 맞게 자리를 바꾸는 놀이이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시작했다. 그런데 게임이 계속될수록 병태씨들의 몸동작이 커지고, 자리를 이동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무표정이었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번져갔다. 술래가 "다 바꿔!" 라고 큰 소리로 말하니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다 "다 바꿔!" 라고 구령을 따라하고,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안경을 떨어뜨리는 병태씨들도 있었다. 발소리는 '쿵쿵쿵', 웃음소리는 '하하하', '킥킥킥'. 지켜보는 필자도 몸에 따뜻한 기운과 함께 함박웃음이 번져갔다.
| |
|
|
누군가의 설문조사
각자의 드로잉북에 다음의 일곱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적어갔다. 1. 지금 현재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2. 이뤘던/이루지 못했던 젊었을 때의 꿈은? 3. 긴급 상황에 내가 연락할 사람의 전화번호는? 4.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5~7.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만의 특징 세 가지는?
이름 없이 위의 정보만 가지고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지 다 함께 맞춰보았다. 병태씨들이 서로의 이름을 익히고, 또 병태씨들 각자의 꿈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꿈은 엔지니어 설계사, 드러머, 변호사, 여행 작가, 군인, 교수, 엔터테이너 등등 이었다.

추억의 물건
병태씨들은 미리 연락을 받고 각자에게 가장 소중한 추억의 물건을 준비해 왔다. 조를 나누어 삼삼오오 모인 병태씨들은 각자가 가지고 온 물건을 다른 병태씨들에게 소개했다.
"제가 항상 책상위에 올려놓고 보고 있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여수 오동도에서 찍은 사진인데 딸 사진입니다. 그때 말을 안 들어서 돌에 묶어놓고 사진을 찍었어요. 하하하. 그 딸이 올해 서른여섯이네요. 그동안 결혼을 안해서 속상했는데, 올해 드디어 결혼을 합니다."
"이 돌은 홍도에서 가져온 돌이에요. 몽돌 소리가 '따라라라라라~' '따라라라라~' 정말 좋잖아요. 마음이 울적할 때면 이 돌을 봐요. 돌처럼 마음을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 옷은 32년 된 옷입니다. 결혼할 때 안사람이 화니백화점에서 사준 옷이에요. 제가 오래된 것을 잘 못 버려요. 아직도 입고 다닙니다."
병태씨들은 물건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참 좋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고, 또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모조리 잃어버린 사건을 얘기하기도 하고, 우리도 나이 들듯이 물건도 바래져간다는 얘기를 하기도 하였다. 필자의 아버지도 50대인데,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잘 몰랐던 우리 아빠의 마음을 본 것 같아 뭉클했다.

그 남자의 자세
조에서 한 명을 정해, 그 사람의 추억의 물건에 대한 자세를 취하도록 하였다. 각 조에서 뽑힌 병태씨들은 앉아서 기도를 하는 자세, 홍길동의 늠름한 자세, 누워있는 자세 등등 다양한 자세를 취했다. 나머지 조원들은 그 사람이 취한 자세 위에 종이를 덮어 그 모양을 그대로 본뜨기 시작하였다. 완성된 후 모형을 보니 실제 사람 크기의 조형물이 완성되었다. 그 조형물과 함께 상황극을 만들어 각자의 역할에 맞는 대사를 한 마디씩 말했다.
|
|
|
|
|
|
|
|
"어머니 잠은 잘 주무셨어요?"
"할머니 빨리 쾌차하셔서 함께 놀러 가요."
"어머니 뭐 필요하신 거 없으세요."
"괜찮다. 아가."
추억의 물건으로 만보기를 가져온 어떤 병태씨의 자세는 '자리에 앉아서 어머니께 문안을 여쭙고 있는 자세'였고, 역할극을 위해 조원들이 각각 아들, 어머니, 아내 역할을 맡아서 간단한 연극을 하였다. 만보기는 어머니께서 일본에서 사다주신 물건으로 매일 차고 다니고 있고, 자신에게 열 걸음은 아프신 어머니에게는 만 보쯤 될 거라는 말을 하였다. 그 말 속에, 그 물건 속에, 그 자세 속에 병태씨 세대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함께 그 현실을 살아가는 병태씨의 자세와 마음까지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고래를 찾아서

"이 배가 잘 항해되어서 고래를 꼭 잡았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선생님들의 애교스러운 진행으로 점점 재미있었다." "언제 이런 기회가 있겠나. 열심히 참여하겠다." "생소했지만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소탈하고 특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기대되고 흥분됩니다." 병태씨들의 첫 만남에 대한 느낌을 듣고 점심을 함께 먹으며 첫 수업은 끝이 났다.
수업이 끝난 후 필자는 느꼈다. 무언가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느낌을. 아주 미세하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강사들도 아마 느꼈을 것 같다. 그리고 참여한 열 다섯명의 병태씨들도 분명 느끼지 않았을까.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울렁울렁 대는 느낌을. 과연 8주가 지난 후, 항해를 마친 병태씨들은 각자의 가슴속에 뚜렷이 있는 조그만 예쁜 고래를 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