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광주 청소년 문화탐험대
<광주의 옛 시간으로 떠나다>
통신원 박영수
얼마 전, MBC 인기프로그램 <무한도전> 멤버들을 일순간 숙연하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LA특집에서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새겨진 한국인 세 명을 찾는 미션을 진행했다. 이병헌, 안성기는 바로 찾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통 찾질 못했다. 결국 제작진이 알려준 나머지 한 명은 바로 필립 안. 한국계 헐리우드 배우이자 도산 안창호선생의 큰 아들이었다. 별 생각 없이 코리아타운 및 LA투어를 해왔던 멤버들은 충격을 받았다. 그냥저냥 지나쳐왔던 투어 장소들에, 알고 보니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발자취가 오롯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의 다른 시간을 공유하는 일은 매우 뜻 깊다. 친구 보러, 시내에 놀러, 무심코 지나친 그 곳들에 녹아있는 광주역사의 온기를 느끼며, 탐험대 아이들은 오늘도 광주를 더 품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마음 밭에 광주를 심고 싹을 틔우다>
지난 5월 21일, 청소년 문화탐험대 발대식이 있던 그날로부터 어느덧 3개월이 훌쩍 지났다. 3개월이라는 시간만큼, 아이들의 마음 밭에 뿌려진 광주라는 씨앗 또한 훌쩍 자라 싹을 틔웠겠지. 그동안 이론교육으로 물을 주고 사랑을 주었던 작은 싹에, 요즘은 햇볕을 쬐여주고 있단다.
오늘도 그 햇볕을 쬐러 아이들이 한데 모였다. 8월 중순이라 강한 햇볕이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양분으로 남을 것이다. 5.18민주광장 종각에서 모인 아이들은 광주읍성을 그린 고지도의 흔적을 따라 광주읍성터에서 읍성의 북문인 충장치안센터로, 그리고 석서정에서 광주향교로 향하게 된다. 이 고지도는 무려 140년 이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지도로, 당시 읍성의 규모가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광주행 : 문화탐험대, 역사 속으로 출발!
첫 번째 장소인 광주읍성터에 도착했다. 일제강점기에 잠깐 허물어졌다가 성터의 일부를 복원하여 무사히 보존되고 있는 이곳은, 왜구의 침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했던 고려의 시대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의 이론교육 시간에는 메인 강사이신 장상은 강사님께서 주로 강의를 진행해 주셨으며, 오늘 현장에서는 디렉터이신 박시훈 선생님께서 지휘봉을 잡으셨다.
학생들은 단순히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진을 찍으러 다녀야 한다. 다양하게 취합한 사진 및 정보들로 각 조의 특성을 살려 한 장의 지도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커다란 지도 위에 직접 찍은 사진들을 오려붙이고 길을 그려, 과거 읍성의 흔적을 지도 안에서 되살려내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실로 의미 있는 지도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탐험대 활동이 끝나면 그동안의 활동들을 한데 모은 문화탐험대 광주견문록도 제작한다고 하니 가만있고서야 배길 수 있나.
때문에 각 목적지마다 수행해야할 미션도 있다. 광주읍성터에서 아이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성벽을 중심으로 조별사진을 찍는 것이다. 어떤 조는 도란도란 브이를 취하기도 하고, 어떤 조는 비틀즈 뺨치는 포즈를 담아내기도 한다. 참 우리아이들이 예뻐 보인다.
“와, 진짜요??”
우리 아이들은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포토타임을 갖는다. 이곳은 읍성의 북문으로 향하는 북문안거리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과거 ‘우다방’이라고 불리며 광주인들의 모임장소가 되어주었던 우체국. 광주시민들의 집회나 행사가 열리던 이곳은, 여전히 시내 한복판에서 그 위용을 자랑한다. 우다방의 설명을 듣고 나니, 평소에 눈여겨보지 못했던 우체국 앞바닥의 아기자기한 우다방 글씨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 시내 한복판이 천년이 넘은 거리이며 충장로의 이름도 임진왜란당시 의병장이었던 충장 김덕령장군의 시호에서 따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의 입이 쩍 벌어진다.
성읍의 흔적을 더듬어가는 오늘의 투어는 어느덧 성의 북문이었던 충장치안센터를 지나, 또 다른 코스인 석서정, 서오층석탑, 현충탑, 시민회관을 거쳐 마지막으로 광주향교에 까지 이르렀다. 고려 우왕 당시 광주천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섬을 만들고 그 위에 지어진 정자 석서정, 고려 전기의 대표적 석탑인 서오층석탑, 반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현충탑과 시민회관, 마지막으로 지역 지성의 요람으로서 교육기관과 제사 기관을 담당했던 광주 향교까지, 학생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눈에 담지 않을 것이 없었다.
우리 아이들은 오늘의 투어를 통해 어떤 것을 느꼈을까? 솔직담백한 문답시간을 가져본다.
(김종현 / 대동고등학교 2학년)
Q. 오늘 투어 어땠어요? 날씨가 날씨인 만큼 힘들기도 했을 거 같아요.
A. 여름에 이렇게 오래 걸을 일이 없으니까 되게 힘들긴 했죠. 그래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는 이런 기회가 없을 텐데, 문화탐험대 하면서 광주에 대해 새롭게 느끼는 것들이 많아서 좋아요.
Q. 그렇게 느껴서 다행이에요! 의미 있었던 것들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은 곳이 있었다면요?
A. 저는 향교가 인상 깊었어요. 다른 곳들은 전부 현대식 건물이나 도로가 되기도 하고, 허물어져서 복원 됐다고도 하고 그랬는데, 이곳만큼은 그 때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잖아요. 허물어지지 않은 역사랄까? 허물 수 없는 역사? 뭐 그런 느낌이 들어서 되게 마음에 와 닿았어요. 기억에 오래 남을 듯싶어요.
(문준호 / 대동고등학교 2학년)
Q. 준호 친구는 어때요? 미술전공을 하고 싶은 친구여서 역사나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을 거라면서 선생님께서 꼭 인터뷰하라고 하시던데.
A. 아, 저희 인터뷰 하시는 게 뭔가 그럴 거 같았어요(웃음). 저에게는 시내가 평소에도 자주 다니던 곳이거든요. 항상 걸어 다녔던 길에서 광주의 역사를 마주한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저도 여러 가지가 인상 깊었지만 그 중에서도 북문이 있었다던 곳(충장치안센터)의 옛 모습을 상상해보게 되더라고요.
Q. 다음 시간에는 오늘 투어한 걸 정리해서 지도로 표현한다고 하던데, 어때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A. 잘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시겠죠? 그래도 우리 조는 직접 찍은 사진도 있고, 오늘 듣고 보고 한 것들이 있으니까 열심히 해 보려고요. 전공 살려서요.
<문화탐험대 투어를 마치며>
아이들과 투어를 함께 하고 나니, 다음시간에 그려질 그들만의 현대판 광주읍성 지도가 궁금해진다. 성읍길을 걷고 향교를 거닐며, 그들은 어떤 것을 느꼈을까. 어느 사극드라마에서 보았던 전쟁 중인 모습이 오버랩이 된다. 우리 선조들이 왜구에 대항하고 목숨을 담보로 이 악물며 가족과 나라를 지켜 내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듬직한 장수들의 모습과 용맹스러운 용병들의 숭고한 마음에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아 내 광주를 사랑하자’
광주읍성을 역사의 뒤안길로 치부했던 과거의 내 모습에 대한 반성,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는 충장로의 무구한 역사에 대한 경외심과 선조들에 대한 존경심 등등 복잡하고 무거운 마음들이 드는 하루였다. 앞으로는 내가 밟는 땅이 그냥 땅이 아님을 상기시키는 것이 현재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지만, 이번 ‘광주행’ 문화탐험대를 계기로 아이들의 마음속에 심겨진 광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길의 끝에, 언젠가 너희 안의 그 새싹이 잎을 내고 열매를 맺을 날이 올 테지, 만일 그렇게 된다면, 박시훈 선생님, 장상은 선생님처럼, 혹은 너희의 담임선생님처럼, 역사에 배고프고 문화에 목마른 누군가에게 탐스러운 나무가 되어주렴.
청소년 문화탐험이 종료될 늦가을 11월 그 이후에도 멈추지 않을
우리 광주문화탐험대 청소년들의 의미 있는 발걸음에,
마음 깊이 박수갈채와 응원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