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 마음에 닿는 오월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싶다.
오월과 사람 그리고 문학
박재형 / 청춘기획 라이브온 팀장
드디어
작년 한 해 동안 사진작가로서 카메라를 들고 광주문화재단과 함께 다양한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은 업으로 사진과 영상을 하지만, 개인적으론 음악 밴드 활동을 오래 했고 청소년 음악교육도 종종 했었기에 현장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귀 기울이곤 했다. ‘문화예술교육이 뭘까. 내가 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차이를 새삼 고민하며 이들 이야기에 녹아들었다. 이런 내게 사진 대신 원고를 써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바로 알겠다고 답했다. 언젠가는 할 것 같았고 해보고 싶었다. 나는 소설과 시를 활용하여 ‘동구자활센터’의 기초생활수급자들과 문화예술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오월문예연구소’에 찾아갔다.
오월문예연구소, 세 명의 시인들
따사로운 봄빛이 완연한 광주의 오월, 드디어 ‘오월문예연구소’ 분들을 만났다. 조진태 소장님, 조성국 선생님, 한경숙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자기소개를 간단히 나누다가 모두 시인인 것을 알게 되었다. ‘시인들과 함께할 수 있다니, 이럴 수가!’ 설렘인지 떨림인지 모를 두근거림으로 말문을 열었다.
'문화예술교육이 뭘까. 내가 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 차이를 새삼 고민하며 오월문예연구소의 이야기에 녹아들고있는 박재형 팀장 ⓒ청춘기획 라이브온
정치적 이념보다 사람의 이야기
모두 시인이라 더 궁금했다.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오월, 그러니까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는데 문학, 문예, 글로 풀어내는 오월은 무엇일까. 첫 질문으로 ‘오월 문학’을 꺼냈다. 조진태 소장님이 생각하는 오월 문학에 대해 듣고 나니 아직도 수많은 예술가와 예술 작품들이 5·18을 주제로 다루고 이야기하는 까닭을 가늠할 수 있었다.
“문학은 결국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인간과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와 감정 등을 다루는 것인데,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5·18을 정치적으로만 해석, 이용하려고 한다.
문학에서는 오월을 정치적 이념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오월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영향에 따라 사람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생각하게 되었는지를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치적 이념보다 사람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월을 담아낸 문학 작품이 오월 문학이라 생각한다.”
소장님이 생각하시는 오월 문학에 대해 듣고 나니 아직도 수많은 예술가와 예술 작품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다루고 이야기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오월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로 했다.
왜 ‘동구자활센터’ 인가
교육이란 것은 일방보다 상호일 때 좋으므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할 때는 대상의 배경이나 상황을 고려한 기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에 ‘동구자활센터’ 사람들을 만나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자활센터에 오는 분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이기 때문에 우선 먹고사는 게 급하다. 그래서 일차적으로 문화예술과 문학 작품을 일상에서 접하는 건 쉽지 않다. 또한, 상대적 빈곤도 있지만 심적으로 상대적 박탈감과 고통이 있다. 우리가 5·18을 문학으로 다루면서 때로는 시를 통해 분노의 감정을 완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소설을 통해 내면의 슬픔을 치유하기도 하는 것처럼 문학을 통해 자신을 정화해 나가는 과정을 이분들하고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기획하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이것 때문에 본인을 스스로 계속 고립시키거나 사회적으로 배제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건 안 되니까.”
문학의 힘, 혹은 다른 예술 장르보다 뛰어난 문학의 장점은 작품 속 인물과 나를 투영하는 접착력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부분에서 결핍과 상처가 있는 사람에게 치유와 변화를 불러일으키기에 문학만큼 좋은 장르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학은, 책은, 글은 어렵다.
문학을 통해 자신을 정화해 나가는 과정을 자활센터에 오신 분들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기획하게 되었다.
(왼쪽부터)조정태 소장, 한경숙 연구원, 조성국 운영위원 ⓒ청춘기획 라이브온
디카시(디지털카메라 + 詩)와 낭독
‘오월문예연구소’에서도 문학으로 하는 예술교육이 어떻게 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지, 문학 자체를 어려워하는 마음을 어찌 해소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래서 디카시와 낭독을 준비했다고 한다.
“컨설팅 과정 중 많은 분이 대상과 문학이란 장르에 대해 염려했다. 참여자를 어떻게 잘 이해하고, 또 그들이 어떻게 문학을 해석하고 다가서게 할 것인지를 깊게 고민했다. 그래서 ‘디카시’를 프로그램과 연계하려고 한다. ‘디카시’는 한 장의 사진으로 자신의 느낌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이를 활용해서 교육대상에 다가가려고 한다. 생각지 못한 새롭고 재미있는 시선, 의견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본인을 스스로 격리하고 고립시키는 성향이 강한 교육대상들인 만큼 그들을 끌어당기고 자신을 드러내어 마주할 수 있도록 낭독 역시 매우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과거부터 낭독, 시 낭송은 문학을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까를 고민하면 빠지지 않았던 방법이다. 책 이외의 매체, 이를테면 요즘은 간편하게 찍을 수 있는 영상이라든지 미디어를 활용하기에도 용이하고 자신의 입으로 소리를 낸다는 행위는 생각보다 그 힘이 막강하다.
소리를 내어 읽음으로 본인 스스로가 이해도도 높아지지만, 일차적으로 감정의 치유를 느끼게 되고 소리 내어 읽음으로 상대와의 관계가 형성된다. 그래서 같이 모여서 낭독하는 것이 대상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줄 것으로 생각한다. 또 이번 《소년이 온다》 작품이 노벨상을 통해 관심과 흥미가 올라간 만큼 함께 읽고 소설과 함께 동시나 시들도 충분히 활용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대상의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단순히 기술 교육, 취미 활동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생각과 삶의 태도가 나아지도록 문화예술교육자가 노력해야 하는가 싶다. ‘오월문예연구소’는 이러한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나가고 있었다.
문화예술교육과 오월
인터뷰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다양한 장르, 혹은 표현 기법, 기술 등을 활용하는 것은 많이 보았는데 어떠한 사건이나 정신, 이념을 연결하는 문화예술교육을 본 적은 없는 듯했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과 오월은 서로 어떤 의미로 작용할 수 있을까를 물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내가 잘 아는 부분으로 이야기하자면 1980년 이후 한국 문학의 언어가 달라졌다고 이야기한다. 이전에는 예쁘고 아름다운 언어였다면 4·19 이후 역사가 더 적극적으로 시문학에 들어오고 이것이 관념화되면서 1980년 5월 이후 확실하게 언어가 달라졌다고 한다. 일상의 언어가 거리낌 없이 쓰이고 민중성과 현장성, 일상성을 획득한 많은 예술 장르들이 등장하고 문학도 그러하며 대한민국 사회를 새롭게 만들었다. 이것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사유하는 언어 자체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고 문화예술은 아주 민감하고 예민한 것이니까 이런 것들을 다 포착해서 세상으로 나왔다.
이처럼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오월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에 작용할 수 있는 보물창고라고 생각한다. 《소년이 온다》도 2014년에 나왔는데 지금도 사람들에게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또 다른 차원의 5·18 문학 작품이 나올 수도 있고 오월이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만큼 우리도 사람 마음에 닿는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싶다.”
문화예술교육에서도 오월은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에 작용할 수 있는 보물창고라고 생각한다. ⓒ청춘기획 라이브온
마치며
나의 고향은 인천이다. 스무 살이 되던 해 2월, 전남대 합격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거기 가면 매 맞는 거 아니냐.”
우린 무지했고, 무관심했다. 스물의 나에게 오월은 그 무엇도 아니었다. 지금 서른일곱 살이 되었고 그사이 오월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와 다큐멘터리,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이제 내 주변 모두는 저마다 오월에 대한 이야기 하나쯤은 갖고 있다. 특별하게 티를 내지 않고 요란 떨지 않아도 우린 오월을 이야기한다.
오월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었듯 사람 마음에 닿는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싶다는 ‘오월문예연구소’의 덤덤한 말씀은 나에게 꽤 큰 울림을 주었다. 아직도 많이 남은 오월의 이야기가 ‘동구자활센터‘와 만나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낼지, 어떻게 대상자들 마음에 닿을지 가만히 기대하고 있다.
박재형 / 청춘기획 라이브온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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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삼우물정'부터 '청춘기획 라이브온'까지 음악에서 시작해 지금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저는, 손에 있는 것이 무엇이든 사람 냄새나는 수필 같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