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호] 이거, 재미있는 걸!(현혜연 창의랩 전문가 자문위원)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01-25 조회수 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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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재밌는 걸!

광주문화재단의 창의예술교육랩이 발견한 것!

 

현혜연(창의예술교육랩지원사업 전문가 자문위원)

 

 


 

 

경계없는 상상과 실험”, 무엇과도 다른 예술의 가치는 그곳에서 시작된다. “누가 뭐래, 해볼 건데. 안되는게 어딨어, 해보면 되지.” 이런 배짱 두둑한 자기 신뢰 역시 예술의 존재감을 만드는 요소이다. 그런데, 예술가의 실천인 문화예술교육은 어떨까? 경계없는 상상과 실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사회가 예술에 대해 갖는 믿음처럼 문화예술교육도 창의적 과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문화예술교육 실천가는 창의적 예술가로서의 생각과 실천을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을까? 문화예술교육은 사회와 진짜를 대화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정책의 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이 펼쳐진지 20여 년, 그동안 정책과 현장의 상호 부응을 통해 쑥쑥 자라온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의 가치와 예술가의 사회적 실천을 확장해 왔다. 다양한 제도와 정책이 만들어지고, 많은 예술가와 기획자의 시선으로 현장이 확장되었고, 참여자들이 함께 문화와 삶에 대해 성찰하며 문화예술교육의 장은 펼쳐져 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뭔가 미진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인가 빠진 느낌, 무엇인가 관성적으로 돌아간다는 느낌, 가끔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게 아닌 (예술교육가의) 프로그램이 (참여자의) 시간과 만날 뿐인 것 같다는 느낌, 그래서 힘은 드는데 뭔가 휘발되는 느낌. 수많은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수많은 문화예술교육 실천가들이 헌신하지만 지식과 실천이 쌓여지지 않고, 지역이든 사람이든 각각의 주체가 가진 개별성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다르게 해보자.”

그런 생각을 다뤄보고자 만들어진 것이 창의예술교육랩 사업(이하 창의랩 사업)이다. 창의랩 사업은 사회 환경의 빠른 변화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맞이하며 문화예술교육의 개념과 실천의 패러다임을 바꿔볼 실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계획된 사업이다. 그동안 뭔가 2% 부족하다고 느낀 것, 필요했던 것, 필요하지 않더라도 한번쯤은 해보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 꿇리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 나다운 것, 바로 그런 것 말이다.

 

그렇게 시작된 창의랩 4년차, 드디어 광주문화재단이 참여를 결정했다. 사실 차곡차곡 광주의 문화예술교육의 모양새를 다듬어온 광주문화재단이 4년이 되도록 왜 참여를 안할까 궁금했었다. 그리고 왜 2022년일까 또 궁금했었다.

 

코로나 전후 문화예술교육 지원센터와 지역의 단체가 매너리즘과 정체기를 맞고 있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회복, 성과를 확산시키는 새로운 변화의 동력이 필요했다.’는 서언에서 알 수 있듯 광주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전환에 대한 요구가 창의랩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뭔가 정체되었다는 감각과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문제의식, 모색의 의지로부터 광주 창의랩의 슬로건이 구성되었다.

 

 

 



 

 


경계없는 상상과 실험, 예술이 광주를 바꿀 수 있을까?”

예술이 광주라는 지역에서 경계를 넘는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면서, 경계없이 상상하고, 또 실험하고, 마침내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광주 창의랩의 지향점과 방법을 말해준다. 동시에 보다 예술다운 질문과 가치를 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예술에서 질문은 시작점이자, 방향타이다. 질문이 명확할수록 가려고 하는 곳이 보인다. 사실 우리가 그동안 문화예술교육을 해오면서 미진하다고 느낀 것이자 창의랩이 담아보고 싶었던 것 중의 하나는, 비슷비슷한 체험형 프로그램이 양산되는 현실에서 현장 예술교육가의 질문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광주 창의랩의 힘은 바로 이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을 위한 구체적인 질문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질문의 시작점인 여름, ‘경계없는 수상한 워크숍이 열렸고, 경계없이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모였다. 창의랩이 이끄는 변화에 동참하고 싶은 누구나 질문에 동참하고 그 질문의 답을 위한 질문을 이어갔다. 결국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6개의 주제가 정해지고, 이끌어갈 랩장이 구성되고, 랩 참여자 모집을 위한 주제 어필 워크숍이 열렸다.

 

초기부터 창의랩의 진행과정에 동참했던 나는 창의랩이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어떻게 만나고 연구하고 협력했으면 좋겠는지 생각을 더하기 위해 주제 어필 워크숍에 참여하였다. 기획자와 놀이 전문가, 과학기술자와 농부와 교사, 서양음악, 국악, 연극, 사진, 영상을 하는 예술가들, 한마디로 경계없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한마디로 서로 너~무 신났다. “우리 광주에서 예술로 뭐 해요~ 진짜를 해봐요~ 신나잖아요~” 이런 소리가 공간을 짱짱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런 모색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창의랩이 그토록 찾고 싶어했던 지역성이자 연결의 혁신성이자, 개념의 전환임에 틀림없었다.

 

 

 




 

 

드디어 사람이 모인 랩이 구성되었고, 재단 안에 모일 공간으로서의 랩이 구축되었다. 유형의 공간인 랩은 창의랩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아무리 온라인이 편해졌고 다양한 통신수단이 발달했다고 해도, 통신미디어들은 목적지향적이다. 목적 이외의 것들이 들어오면 피곤하다. 그런데 다르게 해보려면 목적을 넘어서서 같이 있는 시간이 중요하다. 함께 공존하는 시간에 자기 공부도 하고 수다도 떨고 투덜거리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면서 어느 틈에 신뢰가 쌓이고 관계가 만들어진다. 새로운 시대에 중요하다고 그토록 강조하는 협력의 파트너십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으로 하는 것이다. 공간으로서의 랩은 참여하는 사람들의 시간이 쌓이는 곳이면서, 몰입과 논의가 일어나는 비정형의 공간일 때 작동을 시작한다. 광주 창의예술교육랩실에는 도시를 향한 멋진 전망과 예쁜 로고, 창의랩의 질문들이 공간을 채웠다. 아마도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더욱 톡톡하게 채워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재밌는 걸!”

6개 랩에 40여 명의 랩 구성원이 짜여지고, 랩실 등의 환경이 구축되면서 본격적으로 창의랩의 모색이 시작되었다. 창의랩의 또 한 가지 큰 특징은 결과로서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연구 개발하는 과정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질문을 중심으로 다양한 영역의 지식과 정보, 삶의 측면들을 공부하고, 그 공부에서 얻은 융합적 통찰을 문화예술교육에 투입하는 R&D의 과정을 우선시 한다. 연구 개발로부터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이 두텁게 축적되고, 지역의 질문이 해결되고, 또 그로부터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실천가들이 자라나는 구조 말이다.

 

지금 광주 창의랩의 연구원들은 그 연구의 과정을 함께 걷고 있다. 걷기를 통해 내 몸의 현존성을 감각하고 도시를 해석한다. 삶의 기반인 좋은 음식에 대한 질문으로 모였지만 낯선 사람들이 만나 자신이 깨지는 경험을 통해 지구로 확장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놀지 않는 사람들이 놀 수 있는 광주를 만들기 위해 도시를 다시 탐구한다. 지구가 인식되지 않는 도시에서, 지구에 다정한 사람이 되어 위기를 넘어설 수 있도록 가치있는 일을 찾는다. 우리가 보지 못하지만 도시는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관점으로 도시를 다시 걷는다. 광주 안에 있는 경계를 넘는 다양한 세계와 편견없이 만나 관계를 맺어본다.

 

 

 




 

 

 

지역에서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일들에 대해 치열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너무 다른 방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만나 모색하는 짜릿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천천히 하지만 결국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순간에 감동하면서 그렇게 모색의 길을 걷고 있다.

 

새로운 모색의 과정은 지난하다. 그 과정을 지원해야 하는 행정의 노고는 새로운 모색의 난제가 되곤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광주 창의랩의 담당자는 이게 되네, 이거 재밌는걸!”이라고 말한다. “재미, 그게 되요?”라고 되묻게 되는 이 한 줄의 이야기는 창의랩의 혁신이 갖는 가치를 보여주는 것일 게다.

 

지금, 우리는 왜 예술을 해야 할까? 예술가의 공부는 무엇일까? 문화예술교육은 우리 모두에게 어떤 삶의 경험일까? 계속되는 질문 속에서 광주 창의랩의 성장과 문화예술교육의 신나는 모험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삶의 언어가 회복되고 전환의 계기가 몽글몽글 만들어 질 것이다.

 

 

 

현혜연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이자 의미 해석자. 1997년 어린이 사진캠프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모험을 시작하였고, 지금은 중부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사진영상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화예술교육원장을 맡아 문화예술교육 및 인력양성에 힘쓰고 있다. 지역 사람들과 함께 하는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예술치유프로그램, 신중년 문화예술교육프로그램 개발을 비롯한 문화예술교육 연구와 실천을 하고 있다. 창의예술교육랩 컨설턴트로 즐겁게 현장을 읽고 해석하고 모색하는 일을 하고 있다.

hyhy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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