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호] ‘고유한 각자’ 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화예술교육 /김혜일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3-06-25 조회수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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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한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문화예술교육

 

김혜일(꿈틀리 인생학교 교장)

 

 

어려서부터 난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었다. 옷차림, 말투, 걸음걸이, 사소한 습관, 표정, 더 나아가 저 사람은 지금 어디를 가는 것일까? 집에서 나오기 전에 무엇을 했을까?’ 등 별 쓸데없는 상상을 (나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을 보며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나에게 관찰된 누군가는 내 상상의 세계에서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조연이 되기도 했다. 그 버릇이 지금도 남아서 지나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맥없이 말 걸기는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물론, 시대가 변해서 모르는 아저씨가 걸어오는 대화에 동네 아이들 절반은 전문용어로 쌩까기일쑤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게 말 걸기는 사람에 대한 관찰과 관심의 오랜 습관이라 여기며 그냥 산다. 그런 관찰의 습관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는 것과 누구나 각자 살아온 삶의 서사가 있다는 것이다.

 

살아온 년 수는 다 다르지만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문화예술교육을 한다는 것은 그 고유한 각자를 만나는 것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한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보통 15명 이내로 만나는 대상아동, 청소년, 노인, 중년으로 통칭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유한 각자. 그 고유성 안에서 발견된 무엇?을 문화예술교육의 소재 혹은 기획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예술교육가 혹은 기획자들이 만나야 할 대상의 고유성 보다는 내가 가진 프로그램의 방법과 장치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한다.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 보다는 어떤 프로그램을 할 것인가?’ 에 더 관심이 가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내가 가진 콘텐츠는 누구를 만나든지 잘 해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참여자, 즉 대상이 매우 중요하다. 나는 참여자의 이야기와 삶에 집중하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거기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어야 의미가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좋을 거야!’라는 막연한 공급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그들의 삶에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다 보면 새롭게 보이고 의미가 분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한 이해는 결국 삶의 구체성에서 나온다. 예술강사와 기획자가 자신의 삶에서 단 한 번도 대상(아동, 청소년, 어르신 등)과 직접 만나 소통한 경험 없이, 다시 말해 예술가의 개인적 경험과 인식의 틀이 부족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든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꿈다락과 지역특성화 사업을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참여 대상에 대한 사전 인터뷰나 연구를 해 봤다는 기획자와 예술가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같은 초등학생이라 해도 저학년과 고학년의 차이가 존재하고 가족을 대상으로 할 때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성격이 존재할 것인데 우린 그냥 뭉뚱그려서 대상을 쉽게 정한다. 고유한 존재 그 자체로서 만나지 못하면 쉽게 대상화을 하고 만다. 고유성이 사라지고 획일화 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2022 생애전환문화예술교육 사업 

 

내가 만나고 싶은 대상에 대한 예술교육가의 개별적 경험이 중요하다. 사회적인 지식이나 간접 경험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그 대상을 만나 사전에 인터뷰를 해 보거나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습득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막연하게 그럴 것이다라고 일반화 하거나 대상화 하지 말고 예술교육가의 눈으로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바탕 위에서 기획되고 펼쳐지는 문화예술교육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고유한 각자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예술교육가를 위한 대상 연구에 대한 워크숍을 제안해 본다. 각 세대와 특징에 맞는 대상별 관심을 카테고리화 하고 함께 모여 연구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획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대상에 대한 연구 분석이 잘 이루어지면 프로그램의 질은 훨씬 더 담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센터가 플랫폼이 되어 현장에 도움을 주면 좋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한다는 것은 내가 만나는 대상 한 사람 한 사람의 살아있는 고유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예술을 접한 그들의 삶이 의미 있는 경험으로 확장되게 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과정을 담은 영상 스케치가 아니라 고유한 각자의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다. 10명을 만났다면 10개의 이야기가 남는 것이다.

 

당신은 이제 어떤 이야기를 남기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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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일

문화공동체 아우름 대표대학과 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했다()보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 사람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문화기획자가 되었다아카펠라를 매개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했고 지난 10년 동안 어린이청소년가족 등을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해 왔으며 현재는 강화도에 위치한 청소년전환기학교 꿈틀리인생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micol3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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