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이와 짱가가 사는 마을_김옥진(마음놀이터 대표)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19-07-01 조회수 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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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이와 짱가가 사는 마을

김옥진(마음놀이터 대표)

 

마을: 주로 시골에서 여러집이 한데 모여 사는곳
      주로‘가다’,‘다니다’,‘오다’,의 동사와 함께 쓰며 이웃에 놀러가는 일을 이르는 말

 

 마을은 이렇게 주로 시골이나 마실의 의미를 갖고 있다.
 아파트로 가득한 도시의 공간에서 마을이 있을까?
 삼삼오오 장기를 두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공원 정자 한 켠에서 쉬고 계시는 어르신들, 핸드폰을 쳐다보며 몰려다니는 아이들, 이어폰을 끼고 공원 트랙을 돌며 날마다 마주치는 이웃들과 우리는 더 이상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마을은 사라졌고 각자의 공간에서 각자의 삶을 산다. 나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도 없다.

 그런데 '다시 마을이다'라고 말한다.
 분명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고 더 자유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삶에서 느껴지는 부족하고 허기진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찾아왔다. 더 넓은 집에 살고 더 많이 배우고 더 자주 외식을 하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기짐. 끝을 모르고 쫒아 오르던 애벌레의 탑을 아프게 멈추고 내려온 이들이 땅에서 찾는 소통과 창조의 공동체. 그렇게 작은 마을공동체들이 만들어져갔다. 부족하지만 나누고 함께였던 그 시절들을 마을에서 다시 찾으려는 사람들. 사람들은 '다시 마을이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21세기의 마을이 다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그런 시대적 흐름과 갈수록 낮아지는 행복지수 ,자살률 1위라는 국가적 사태를 극복하려는 행정의 지원으로 이곳저곳 마을공동체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들을 찾고 스스로 해결하고 먹거리 볼거리 가득한 축제를 하고 꽃을 심고 봉사를 한다. 그런데 사업으로 만들어진 공동체의 한계들이 드러난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행정을 따라가기 급급했던 공동체들은 사람보다 사업에 맞춰진 흐름에 지쳐가고 분열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마을 공동체에게 묻는다.
 먼저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공감하고 연대할 준비가 되어있었던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함께 하는 이들의 진심어린 공감으로 내 삶을 돌본 경험. 그래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눈길을 전할 수 있는 여유 그리고 함께 라는 가치를 경험 한 적이 있는가?

 이런 경험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마을 속 공동체는 더디고 시간이 필요하지만 더 깊고 넓게 오래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품고 있다. 그런 씨앗을 만들고 심는 일이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이고 그것이 갖고 있는 힘이다. 그렇게 문화예술로 시작된 마을공동체는 다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더불어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을에 스며든 문화예술로 천천히 함께 가야한다. 빨리 성장하는 방법 더 멋지게 자라는 방법을 알고 있더라도 그것은 내 경험이지 우리의 경험은 아니다. 내가 한발 앞서 자꾸 나가다 보면 다시 우리는 그것을 따라가기에 급급해지고 만다. 그렇지만 함께 꿈을 꾸고 함께 지켜야할 가치들을 공유하며 성장한 마을은 다르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씨앗을 심은 마을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마을에서 논다.

 휴일 저녁 마을길을 산책하다 뚝딱이네 가족을 만난다. 뚝딱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고 뭐든 뚝딱뚝딱 잘 만들어서 뚝딱이다. 나는 어디선가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 도와주는 짱가다. 우리는 월요일 저녁 노래하며 친구가 된 이웃이다. 노래를 배우러 오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통해 서로를 배우러 온다. 6살부터 80어르신들까지 우리 모두는 별칭을 부르며 서로의 노래에 담긴 인생이야기를 듣는다. 40년 넘게 마을에서 미용실을 하는 보약꽃님은 지나가는 우리를 불러 합창단에 간식을 사가고 싶은데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런다며 쌈짓돈을 쥐어준다. 지난주 호크머스 가족이 결석을 해서 다들 웬일인지 궁금해 한다. 그렇게 마을길에서 우리는 서로를 만나 안부를 묻고 인사를 하며 이웃이 된다. 함께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모니를 만들어 가는 그 시간을 통해 마을살이가 즐거워진다.

 그리고 나보다는 가족을 위해 살아온 중년의 삶을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길에서 만난 우리는 그림을 그리고 연극을 하고 시를 쓰고 책을 읽으며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연대의 공동체다. 어디서 먹거리가 넉넉히 생기면 마을 사랑방에 두고 서로서로 나눠간다. 내 일 네 일 함께 기뻐하고 함께 슬퍼한다. 이렇게 문화예술로 만난 여러 이웃들은 함께 모여 우리의 배움과 변화를 마을과 나눌 재미난 궁리를 한다. 우리가 해야 할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마구 쏟아내며 시키지도 않은 일들을 한다. 주민이 만드는 마을축제를 기획하고 동네 아이들을 위한 <문화분식>을 구상하며 함께 실현시켜 나간다. 그렇게 만난 인연으로 시작하고 흐르던 마을살이가 확대되고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다 보면 기존의 봉사와 토박이들로 이뤄진 마을의 여러 단체, 사람들과 협업으로 이어진다. 시작부터 다른 다양한 마을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확대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 막막해질 때도 있다. 그들에게 우리는 듣보잡이고 우리는 그들의 문화가 낯설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가 잘하는 일들로 다가가다 보면 그 진심이 맞닿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가 걸어온 길을 인정하는 날이 오겠지싶다.
 함께 꾸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더 많이 토론하고 서로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한발 한발 걸어가는 길이 쉽지 않다. 함께 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의견들을 조율해야하고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만 한다. 왜 그렇게 어렵게 가야하나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나와 맘 맞는 사람들과 해오던 방식으로 하면 되지 라는 마음이 들 때도 많다. 그러나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가치와 성취감으로 그 어려운 일들을 해냈고 또 해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마을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단단히 자라날 것이다.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덧붙여 우리 마을을 넘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아픈 이들과 모든 생명에게도 따뜻한 눈길을 보내줄 수 있는 사람과 마을로 흘러나가길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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