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꽃창작소: 동네 청소년을 위한 다른 교육, 다른 경험 - 최규성(달꽃창작소 대표)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0-07-07 조회수 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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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꽃창작소: 동네 청소년을 위한 다른 교육, 다른 경험 

 

최규성(달꽃창작소 대표)

 

 

 

  

 코로나 때문에 큰일입니다. 거의 반년 동안 모든 교육이 멈추어 있는 듯하군요.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 교육의 영역은 너무 무기력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세계사를 보면 전쟁이 나도, 나라를 잃어도 교육은 쉽게 멈추지 않았지요. 그런데 과학과 기술, 정보통신, 의학 등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현대에, 우리는 너무 무기력했습니다.

 

 우리 문화예술교육에도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존의 방식을 보완해서 새로운 방식을 마련하고, 그간 유심히 보지 못했던 다양한 툴과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고 활용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모두 버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은 교육입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가진 본질과 가치는 변하지 않지요. 다만 그것을 갑작스러운 위기의 상황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시민들과 나눌까 하는 점이 고민입니다.

 

 요즘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말씀을 서두에 드렸습니다. 코로나 상황과 관련한 이야기는 뒤에서 좀 더 다루기로 하고, 제가 운영하는 달꽃창작소에 대한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달꽃창작소는 201391일에 첫 모임을 시작했어요. 제가 동네 청소년들을 만나보고, 그들에게 문화예술의 경험을 줘볼까 하는 마음에 시작을 했지요. 크게 사명감이나 교육철학을 가지고 시작한 것도 아닙니다. 다만 여러 사회 문제들을 두고 볼 때, 시민들 사이에 많은 대립적 갈등이 유발되는 이유가 교육에서 온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사실 많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가장 큰 이유를 우리가 어릴 적 받았던 교육혹은 학교와 학원을 중심으로 한 아동청소년기의 성장환경으로 본 것이지요.

 

 우리는 보통 내가 생각하고 판단한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하건대, 그리고 저도 물론 자유롭지 못하건대,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내가 경험하고 생각하고 판단한 것이 아닌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생각으로 슬쩍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학교나 학원에서 받은 주입식 교육이 그런 방식 아니었던가요? 주입식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를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생각하는 힘, 상상하는 힘, 관찰과 유추의 힘, 가설의 설정과 수정해보는 힘을 길러주지 못하는 듯합니다. 물론 주입식이라는 방식도 필요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방식만 있을 때이지요.

 

 저는 자신의 경험이 자기 생각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달꽃이 잘 사용하는 문장도 경험이 나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내 생각을 배운다.’ 혹은 내 생각이 익힌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어색합니다. 생각이라는 단어에는 떠오른다’, ‘난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립니다. 저는 이것이 경험 위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생각은 나의 경험 위에서 떠오르고 납니다. 경험이 없이 주입된 생각은 남의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가진 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나 학원에서 주지 못하는 다른 성장의 경험을 청소년들에게 주기 위해 달꽃창작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여러 문화예술인과 다양한 영역의 수업을 논의하고 실행해 봅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영역의 수업을 만들기도 하고, 제가 여러 상황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수업을 만들기도 합니다. 먼저 자신의 수업을 제안해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학교의 요청으로 수업을 구성하기도 하고, 지역특성/자원을 반영한 수업을 기획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전단을 보고 찾아오고, SNS에 올린 홍보를 보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마을버스에 내 건 캠페인 성격의 광고를 보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학교 선생님이 보내기도 하고, 부모나 친척이 보내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참여하고 있는 아이가 친구를 데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달꽃창작소는 중고생 나이의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짐작하시겠지만 이즈음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권한다고 해서 어딜 쉽게 가지 않지요. 달꽃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처음에는 학교나 집에서의 강권으로 오더라도 결국엔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만 관계를 지속하게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달꽃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부분의 청소년은 쉽게 관계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정도의 규모만 되어도 작은 단체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규모입니다.

 

 프로그램이 마련이 되면 아이들에게 홍보하고, 참여하고 싶고 시간이 가능한 친구들만 신청합니다. 얼굴을 마주치는 아이들에겐 한 번 더 권하기도 해 봅니다만 그 이상의 권유는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자발성을 발휘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어요. 당장 자신의 욕구가 무엇인지 모르겠더라도 좋아요. 주변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욕구 혹은 동기를 궁금해하기 시작했으면 좋겠거든요.

 

 달꽃에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아이들이더라도 비교적 자유롭게 공간에 와서 놀아요.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든요. 두 세 번 보고 얼굴을 익혔다 싶으면 번호를 알려줍니다. 단톡방에도 초대하지요. 친구 따라서 달꽃에 공부하러나 놀러 오거나, 강아지를 보러 오는 아이들이 종종 있거든요. 수업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달꽃주민이 되기도 합니다.

 

 달꽃은 동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그래서 수업보다는 지속적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점점 더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어른들과의 관계, 그리고 동네 친구들과의 관계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필요한 문화예술 경험은 무엇일까, 그 외에 필요한 경험은 무엇일까, 그런 고민을 하지요.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중학생이었던 아이가 성인이 되었지요.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이제는 고2가 되어, ‘선생님 저 내년엔 고3이에요.. 흑흑이럽니다. 어떤 훌륭한 수업이더라도 달꽃창작소에 중요한 것은 그 뒤에 남는 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속적인 관계. 제가 어렸을 때, 동네 이모 삼촌들처럼 말이죠. (아주 어릴 적, 만나기만 하면 귀엽다고 괴롭히고 저를 울리던 삼촌도 있었지만, 지금은 웃음이 나는 기억입니다.)

 

 정리하자면, 달꽃을 운영하면서 저의 가장 큰 화두는 항상,

아이들에게 필요한 관계와 경험은 뭘까?’

입니다. 그러고 보니 경험에 대한 강조가 좀 부족했던 것 같네요. 저는 아이들이 수업이라는 형식은 물론 다양한 형식 - 놀이, 대화와 수다, 여행, 탐방, 나들이나 산책 등 - 을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바랍니다. 이런 부분에서 문화예술은 참 좋은 영역입니다. 그리고 제가 문화예술 영역을 특히 좋아하는 것은 재미있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 사고의 방식을 경험하게 되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할 겁니다. 혹은 십 년, 이십 년 후에 그 경험을 떠올릴 수도 있지요.

 

 하지만 문화예술만이 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학과 기술도, 의학과 수학도 얼마든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역할을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전문가들도 많지요. 다만 주입식은 아니어야 하겠지요. 우리가 하는 교육활동은 점수를 매기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하물며 점수를 매기더라도도대체 교육이란 뭘까요?

 

 작년에 동네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처음 보는 아이들이라 별로 할 이야기가 없어서, ‘잘 사니?’로 대화를 시작했던 것 같은데, 결국 이야기의 주제는 교육으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결국 아이들과 한참을 나눴던 이야기의 주제는 교육은 왜 존재할까?’, ‘우리는 왜 교육을 받을까?’이었지요.

 

 여러분, 교육은 왜 존재할까요? 그것을 따지는 데에는참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이 점이 궁금하시다면 주변의 어른과 아이들에게 물어보세요. ‘인간이라는 종이 말이죠왜 수천 년 동안 (그 이상일지도 모르죠) ‘교육이라는 것을 이어 왔을까요? 대학을 가기 위해서? 취직하기 위해서? 정말 그것이 다란 말입니까? 혹은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 그건 도대체 뭐고, 왜 그래야 하는 거죠? 참 흥미롭습니다.

 

 당시 며칠을 듬성듬성 고민해보다가 저 나름의 결론을 내기는 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을 알려드리지는 않을게요. 한번쯤 고민해보시고우리가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이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군요. 재미있겠죠?

 

 말을 이어 가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군요. ~~ 단체와 활동 마다 개개별 특성과 배경이 있습니다. 거기에 따라 영역과 역할이 따라오기도 하지요. 방법적인 면에서 하나의 정답은 없지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러한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일 것이라고 봅니다.

 

 제가 여러 단체와 활동을 심사도 해보고 컨설팅도 해보면, 많은 관리자들과 실무자들이 우리 사업과 활동이 가진 문제들에 대해 방법론적인 해법을 찾으려 하십니다. 어떤 컨셉과 아이디어, 혹은 기획에 해법이 있다고 보지요. 하지만 제가 보건데 대부분의 핵심 문제는 존재론적인 부분에 있습니다. 아무리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어도, 그것을 판단할 기준 (그것은 조직과 사업의 정체성에 나옵니다) 이 없다면 어떤 방법론을 택하더라도 크게 다른 성과를 내기는 어렵습니다. 존재론은 그 사업/활동을 해나가는 데에 있어 여러 사람이 수많은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잣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 잣대가 없다면 하나의 성과를 향해 나아가기 어렵고, 결국 성과에 대한 판단도 스스로 내리기 어렵지요.

 

 물론 쉽지 않습니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 글로 잘 설명하기란 역부족이고 <건강한 조직>(이재현 저) 라는 책을 권해드립니다. 좀 더 쉽게 접근하시려면 동일한 저자의 <본질은 조직문화다>, 혹은 피터 드러커 <비영리 단체의 경영>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글이 길어졌지만, 코로나 상황과 관련해서 말씀을 좀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으실 듯합니다. 우리도 새로운 방식을 수정·보완하면서 경험해 나가야 할 듯해요. 일단 제가 실험하고 있는 방식은

 

1. 소수 수업 (3)

2. 개인 창작활동 후 온오프 병행 수업

3. 소액 프로젝트 지원

 

 이런 정도예요. 특별히 설명해 드리지 않아도 상상이 될 거예요. 실험을 하면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아주 새로운 방법이란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해오던 방식을 어떻게 리모델링할 것인가가 중요한 듯합니다.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프레임)이 필요할 듯한데, 어느 정도 경험을 한 후에 프레임을 좀 만들어 보려구요.

 

 적다 보니 요청받은 원고의 분량이 훌쩍 넘어버렸어요. 혹시 달꽃창작소가 더 궁금하시다면 홈페이지 dalggott.org 혹은 페이스북 facebook.com/dalggott 에 방문해 주세요. 그리고 이 글과 관련해서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저의 페이스북 facebook.com/heuck 이나 이메일 ufo@dalggott.org 로 문의를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글쓴이 최규성은 김흙이라는 활동명으로 청소년들을 만나며, NPO 영역과 문화예술 영역에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김달군과 김꽃돌이라는 두 마리 닥스훈트를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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