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비대면 예술놀이프로젝트 <키득키트[Kid-kit]> 언택트 시대, 새로운 예술교육을 꿈꾸다 - 문희영(예술공간 집 관장)
광주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날짜 2020-08-05 조회수 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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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비대면 예술놀이프로젝트 <키득키트>

언택트 시대, 새로운 예술교육을 꿈꾸다

 

 

문희영(예술공간 집 관장)

 

 

예술이 필요한 때


 긴 멈춤의 시간이 지속되었다. 차단되고 규정된 일상으로 닫히고 갇힌 몸과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사회는 서로를 차단시켰고 일상적으로 하던 일들을 하지 못 하게 했다. 너무도 당연시되던 모든 것들이 통제되었다.
 차단의 일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온라인이었다. 온라인으로 학교에 가고, 온라인으로 강연을 듣고, 온라인으로 공연을 보고, 온라인으로 미술관엘 갔다. 뉴노멀, 언택트, 포스트코로나, 새롭게 파생되는 신조어들에 둘러싸여 온라인 세상은 일상 깊숙이 파고들었다. 
 과연 그 모든 일상이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이미 많은 것들이 온라인 세상 안에 구현되어 왔다. 손가락 하나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더 많아졌고, 몸이 움직여 벌어지는 일들은 점점 더 줄어들었다. 당연히 몸의 모든 감각이 동원된 자극은 줄어들었다. 과연 손가락 하나로 연결된 감각이 우리의 온몸을 타고 심장까지 도달해 전율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 우리들의 삶에 필요한 것은 ‘예술’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존재, 갇히고 닫힌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건 바로 ‘예술’이 아닐까. 
 많은 온라인 예술프로젝트들이 시행되고 있다. TV프로그램에서 개인채널까지 아마 모든 예술가가 유투버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조금은 허황된 상상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랜선은 닫힌 공연장의 틈새를 열어주었고, 미술관의 틈새도, 세상 속 곳곳의 틈새를 파고들며 더 많은 시냅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허나 예술이 랜선을 타고 우리의 심장까지 도달하기엔 더 많은 시간과 많은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단순히 정보만 제공받고 있는 건 아닌지, 랜선으로 루브르를 가고, 반고흐 미술관을 가고, MoMA도 가보고, 또 우리나라의 많은 미술관도 가지만 예술이 주는 감동까지 전달받기는 무리인 듯싶다. 
 우리에겐 예술정보가 아닌 예술의 감동이 필요하다. 일상이 ‘통제’된 삶에서 예술은 영혼의 자유를 허락한다. 이는 굳어진 심신을 말랑말랑하게 녹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예술로 교감할 수 있는 일상이라면 통제보다는 자유로울 수 있는 삶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 키득키트 제작회의

 


예술가와 교감하며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예술놀이프로젝트 <키득키트>


 언택트 시대 온라인 예술교육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수많은 문화예술기관에서는 닫힌 문을 온라인으로 열고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정지되었던 예술교육프로그램들도 온라인으로 대체되었다. 더 많은 정보를 추가 입력해나가지만, 여전히 예술적 교감은 난제이다. 
 단방향 예술교육이 아닌 쌍방향 예술교육의 방법들을 고민했다. <키득키트>는 예술이 더 직접적으로 침투해갈 방법으로, 온라인이지만 ‘예술과 교감’하며 ‘자발적인 놀이’로 예술추구를 실천해볼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예술의 매개체는 <키트>다.  ‘키트’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들의 작품과 활동들에서 아이디어를 반영해 제작되었다. 회화, 일러스트, 판화, 미디어아트, 놀이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하며 이들의 다양한 예술세계가 반영된 키트가 만들어졌다. <집 속의 집>이라는 주제 하에 ‘집’을 구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료들이 주어진다. 키트는 단순히 조립으로 완성할 수 있는 완제품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도구만 될 뿐이며, 집 안의 모든 물건이 제작의 도구로 추가될 수 있다. 이 최소한의 도구로 예술가와 함께 상상하고 창작해가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들은 아이들 스스로 몸과 마음을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다. 집을 만드는 데엔 정답도 없고 모범 답안도 없다. 각자의 생각에 의한 집이 탄생할 것이다.  
 키트를 받은 참여자들은 온라인으로 예술가와 만난다.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한 명의 예술가와 10명의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만난다. 총 40명의 어린이가 4인의 예술가와 랜선으로 만나고, 60명은 추후 키트를 받고 활동 영상을 참조하여 스스로 집을 만들어본다.
 키트의 시작이 되었던 작품과 작가들을 만나고 예술가들이 미리 만든 집을 보는 것, 바로 예술가의 상상력과 창조력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다. 또 예술가선생님과 함께 자신의 집을 스스로 계획해나간다. 부모님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서툴더라도 아이들의 생각이 담긴 집이다. 제작의 도움은 필요하지만, 자신의 상상력을 구현해내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손가락 하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에 사는 아이들이다. 손가락과 디지털화면과의 협응력은 뛰어날지언정 나와 내 몸의 협응력은 점점 둔해지고 있다. 더욱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모니터와 나 사이는 더욱 친밀해가지만 정작 나와 내 몸이 협력하는 일은 더 버거워지고 있다. 집을 짓는 과정은 몸과 머리가 함께 움직이고 땀을 흘리며 자발적으로 협응해가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바로 아이들이 사회와 협응할 수 있으므로 나아가는 길이 아닐까. 이러한 과정은 타인과의 공동체 삶이 차단된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감각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그렇기에 키트 제작에 더 많은 고민의 과정이 필요했다. 팔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온 몸을 움직여 만들어내는 도구이다. 집을 짓는 것처럼 몸의 모든 움직임이 동원되고 모든 감각을 동원하는 행위들이 수반되도록 키트를 만들었다.
 참여 학생들의 키를 훌쩍 뛰어넘는 크기의 목재, 서로 연결하는 데 힘을 써야 하고 방법을 구해야 한다. 볼트너트를 돌려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묶고 감는 원초적 노작 활동들이 수반된다. 스스로 만들어갈 집을 구상하고, 모형만이 아닌 집의 구체적 의미를 정해간다. 물론 예술가의 조력이 온라인을 통해 더해진다. 아이들을 만나는 방식만 온라인일 뿐, 여타의 과정들은 모두 온라인을 배제한다. 몸의 협력을 통하여 집 안의 아지트를 구현해가는 행위들이 자발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이들과 예술가는 총 3회 온라인으로 만나게 되며 마지막 시간 모두 함께 자신의 집을 공유한다. 예술적 상상력과 창조력이 덧대어진 집, 어떤 집들이 탄생할지 모르지만 벌써 설레는 마음이다.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은 분명 어른예술가들보다 훨씬 더 말랑말랑할 것이니 말이다.  

 


집의 본질을 알아가는 집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집이 형용사적인 집이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로봇집, 곤충집, 아파트, 자동차집 같은 명사로 정의할 수 있는 집보다는 따뜻한 집, 맛있는 집, 하늘 같은 집, 휴식을 위한 집, 책을 만나는 집, 그림을 그리는 집 등 의미를 품은 형용사 같은 집이면 좋겠다. 본디 집은 그런 곳이 아닌가. 힘든 하루를 마치고 편히 쉬는 곳이 집이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마음을 나누는 곳이 집이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할 수 있는 곳,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곳이 집이다. 아파트이고, 주택이고, 빌라인 외형의 집이 아닌 집의 본질을 찾아가는 나만의 작은 집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아이들이 상상하는 변화무쌍한 감각을 내재한 집들이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에 없던 100개의 기발한 집들이 지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비대면 쌍방향 예술교육의 실험

 

 비대면, 온라인, 언택트 이런 단어들로 무장되었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우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살아가는 삶을 살아왔다. 온라인을 매개로 많은 예술교육의 실험이 이어져 오고 있는 가운데 <키득키트>는 ‘키트’, ‘예술가와 교감’, ‘놀이’ 등을 결합하며 실험의 범위를 확장했다. 놀이이되 예술가와 협업하고, 자발적으로 놀기 위해 고민하고, 그 고민의 지점을 예술가와 함께 확장해나간다. 이 모든 것은 서로 연결지점이 되어준다. 비대면 예술교육이지만 쌍방향의 방식을 모색하며 전달의 기능을 뛰어넘어 예술의 교감을 이루고자 한다. 더 많은 사례가 연구 개발되겠지만 키득키트가 좋은 출발신호가 되기를, 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이 즐겁게 뿜어져 나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나아가 이번 시도로부터 파생될 다양한 예술교육, 예술 놀이 프로그램을 한껏 기대해본다.

 


미래를 꿈꾸는 예술교육 

  
 예술이 한 인간의 삶에 침투한다는 것은 일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한 걸음 나아간 사고들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는 생존의 의미로부터 한 단계 올라서는 경험들이다. 보편적 감정이 아닌 개개인의 특수하고도 고유한 감각과 감정을 들춰내어 진정한 나와 우리가 함께 만나는 경험이다. 그 틈새를 절묘하게 파고들 수 있는 게 예술이고 예술가이다. 고정관념을 비틀고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읽어내는 특별한 감각의 안테나를 지닌 예술가와 이들의 작품, 행위 등이 <키득키트>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속에 작은 파동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 작은 집을 품은 마음이 더 큰 세상을 품어나갈 수 있기를, 아이들과 랜선으로 만나는 예술놀이 프로젝트, <키득키트>의 드넓은 순항을 기대한다.

 

 

 

 

  

 글쓴이 문희영은 예술공간 집(갤러리)을 운영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많은 작품과 작가를 알려가고 있다. 조선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며 미술 관련 글을 쓰며 일상 속 미술을 매개하는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2020 비대면 예술놀이 프로젝트 <키득키트> 총괄기획자로 뉴노멀 시대 새로운 예술교육을 고민하며 예술이 우리의 삶을 더욱더 가치있고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모색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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