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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문화예술교육
이승권(조선대학교 교수)
21세기 교육의 화두는 창의성(Creativity)과 상상력(imagination)을 기반으로 융복합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다. 창의성과 상상력이 미래 교육의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면서 융복합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러한 시도 중에서 문화예술의 창의성이 인간의 융복합 사고력을 향상시키는데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문화예술의 창의성을 과학기술교육에 접목하여 “STEM”교육을 “STEAM”교육방식으로 전환하기도 하였다. Artful Thinking(2006) 프로젝트를 주도한 하버드대학의 Tishman과 Palmer는 예술통합교육의 효과를 실증한 연구에서 예술과 타 교과목 간의 연계 효과, 예술교육이 일반적 사고능력이나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했다. 다시 말해, 일반 교과목 수업에 예술과 관련된 교수법을 적용했을 때 학생들의 사고능력 변화를 확인하였다. 이들은 예술적 사유가 호기심이나 개방성, 합리적 사유 등 사유의 기질(thinking dispositions)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사유의 기질들(7 Thinking Dispositions)은 예술적 사유를 경험할 때 자주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술통합교육을 준비할 때 이 기질들이 골고루 활용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예술적 사고를 통하여 사고기질(thinking dispositions)을 습득함으로써 고차원적 사고와 다차원적 시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실증 결과는 융합인재교육(STEAM)에서 문화예술의 창의성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창의융합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학교를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면 학교 밖에서는 문화기관을 중심으로 문화를 향유하고 체험하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문화예술교육과 사회의 문화예술교육이 연계되어 문화예술의 대중화 교육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학교와 사회에서 진행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문화예술의 향유와 체험이라는 관점에서 학교의 문화예술교육과 학교 밖의 문화예술교육은 연계되어야 한다. 게다가 21세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도시를 지배하는 스마트 시티 시대이다. 도시의 모든 공간이 인공지능과 사이버 물리 시스템으로 연결된 도시의 삶을 상상해 보라! 그곳에서 인간을 느끼고 인간을 호흡하며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21세기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지만 우리의 바람대로 문화예술교육이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새로운 제안을 하기보다 우리보다 먼저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한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서 21세기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을 조망해 보기로 하자.
프랑스의 국가주도형 문화정책은 1960년대 10년간 문화부 장관을 한 앙드레 말로(André Malraux)와 1980년대 10년간 문화부 장관을 한 쟈크 랑(Jack Lang)의 정책을 근간으로 한다. 앙드레 말로는 문화 민주화(Démocratisation culturelle)를 주장하며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향유 기회를 늘리고자 했고, 문화 지방화(Décentralisation culturelle)를 선도하기 위해 문화의 집(Maisons de la Culture)을 설치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화예술과 괴리된 삶을 사는 국민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자 했다. 말로의 정책은 정부와 지방을 연결하는 지방문화행정사무국(DRAC) 설립 등 긍정적 요소도 있었지만, 대중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문화정책이었다는 비판도 받았다. 반면에 쟈크 랑은 문화 민주주의(Démocratie culturelle)를 선도하며 문화 다양성을 제고하고, 국민을 문화수용자일 뿐 아니라 문화 생산자로 간주하였다. 자크 랑은 문화 민주화에 대한 반성에서 문화 민주주의를 내세웠기 때문에 문화의 다양성을 중시하며, 국민을 단순 수용자가 아니라 문화 생산에 참여하는 주체로 인식하였다. 자크 랑은 서커스, 만화, 요리, 패션 등을 문화예술에 포함시킴으로써 문화의 대중화도 시도하였다. 이와 함께 앙드레 말로가 8개로 시작한 지방문화행정사무국도 22개로 확대하여 문화예술의 지방 분산화 정책을 확고히 했으며 문화의 산업화도 시도하였다.
1971년 설립된 문화매개재단(FIC: Fonds d'intervention culturelle)은 교육부, 문화부,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력을 제도화하였는데, 자크 랑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학교가 단순한 지식을 전달할 뿐, 학생들의 창의적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교육을 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자크 랑은 알랭 사바리(Alain Savary) 교육부 장관과 협약을 맺어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하였다. 문화예술교육 5개년 계획과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계획으로 대표되는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문화부, 교육부, 지방자치단체, 교사, 예술가 등이 파트너십을 통해서 운영되며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가 교육과정에 참여한다. 문화예술교육의 실습 현장에서 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 훈련이 진행되는 것이다. 프랑스는 기본 교과목으로 문화예술을 편성함으로써 예술교육을 넘어서 기초 교육으로 문화예술에 접근하였다. 학교에서 시도된 프랑스의 문화예술교육은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였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제시된 프로그램이 문화예술프로젝트(PAC: Projet artistique et culturel) 수업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전 교육과정에 적용되는 것으로 학교와 기관들이 협력하고 예술가, 문화예술전문가, 문화매재자 등이 참여하는 수업이다. 이처럼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은 교육부와 문화부의 협력을 기반으로 각 지방의 기관들이 공동으로 진행한다. 학교와 학교 밖의 문화기관이 연계한 교육이 가능한 것은 미술관 및 박물관, 도시 문화센터와 같은 문화기관의 교육 기능이 강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프랑스 문화예술교육의 특징은 참여 분야가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의 기본 가치인 예술성, 심미성을 바탕으로 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즉, 예술을 매개로 세상을 보는 고차원적 시각, 다양한 학문 영역과 접목하는 다양한 시각을 배우기 위한 교육이다. 교과 학습만으로 개인의 능력을 판단했던 과거와 달리 21세기에는 문화예술을 통한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융복합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활동은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에 생기를 불어넣고 개인의 삶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화예술 수준과 역량을 높이게 된다. 더욱이 어린 시절부터 문화예술교육을 받음으로써 성인이 되어서도 문화예술을 즐기고 노년의 삶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이제 광주의 문화예술교육을 살펴보자.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를 지향하는 광주가 추구하는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은 어떠한 것이 되어야 할까? 현재까지 다양한 유형의 문화예술교육이 광주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여러 문화예술기관에서 실시되는 문화예술교육의 내용이나 수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없다. 각 기관에서 대동소이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았다. 문화예술교육의 결과에 대한 평가도 구체적이지 않았다.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라고 주장하지만, 아시아의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교육은 없었다. 시대를 앞서가는 문화예술교육, 광주의 정체성에 맞는 문화예술교육,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에 맞는 문화예술교육, 즉 광주가 지향하는 문화예술교육의 목표와 방향 설정이 시급하다.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학교와 사회에서 시행해야 할 프로그램의 연계와 배분, 광주가 추구하는 AI 스마트 도시의 인프라를 고려한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끝으로 지금까지 논의되어온 문화예술의 거대 담론을 떠나 학생과 시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문화예술의 상상력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교육프로그램, 21세기의 과학문명을 바탕으로 살아가야 할 광주시민의 예술적 감성을 개발할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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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승권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AIX-MARSEILLE I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조선대학교 글로벌비지니스커뮤니케이션학과와 조선대학교 대학원 문화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